“장애인들과 함께 작은 희망의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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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과 함께 작은 희망의 손길을”
  • 김의동
  • 승인 2024.02.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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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김의동 공동대표
김의동 공동대표
김의동 공동대표

햇수로 따져보니 정확히 30년 전인가 봅니다. 치과대학 본과 2학년 시절 넥타이에 양복을 어색하게 차려입고 구강검진 실습을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 가보는 초등학교에서 여러 반을 돌며 수백 명의 아이들을 설압자와 펜라이트를 들고 충치 숫자만 세어서 기록했던 것 같습니다. 입속이 잘 보이지도 않는 환경에서 아직 충치감별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내가 이렇게 대충 보고 기록하는 구강검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 후,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이하 건치)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저소득층 아이들의 공정한 출발을 지지·지원하는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 ‘틔움과 키움’을 제안하고 지부별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치과주치의·문화주치의·마음주치의 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구강검진에 구강보건교육과 실런트, 불소도포 등의 예방처치를 포함한 포괄수가로 진행하는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을 정부와 지자체에 제안, 많은 지역에서 이를 실현시켜냈습니다. 

지금도 경제적인 문제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다양한 접근성의 문제로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지만, 수십 년 전 교실에서 10초도 안 되는 구강검진에 비하면 지금의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은 치면착색제를 활용한 구강보건교육에 불소도포와 실런트까지 포괄하는 예방 패키지로 괄목상대할 수준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의 기획과 정책의 제안, 제도의 시행과 안착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많은 건치 회원들의 고민과 수고는 커다란 밑거름이 됐습니다. 

학생치과주치의 제도는 아직 치료까지 포괄하지 못하면서 한계점이 없지 않지만 수십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식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우리나라의 민간 중심의 상업적인 의료현실에서도 치과주치의 제도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학생치과주치의 제도가 아이들의 구강건강과 보건교육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처럼 이제 또 하나 중요한 부분에서 치과주치의제를 확대시킬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치과는 특히나 문턱이 높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장애인들의 구강건강은 열악한 경우가 많고 이는 전신건강에도 적지 않은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주치의제도의 뚜렷한 장점이 가장 필요한 이들이 장애인들인 만큼 부족하나마 장애인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은 그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제도의 실행에 있어서는 제도의 시행이 약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도 아직 보완할 점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선의로 참여했다가도 제도의 미비점이나 한계로 인해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 수도 있고 회의와 실망감에 그만두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지 않더라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장애인 치과주치의제가 많은 분들의 참여로 힘 있게 시작하는 자체가 장애인들에게는 분명히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장애인 진료를 오랫동안 진행해 온 분들도 있을 것이고, 또 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기부를 실천해 온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들과 함께할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이번 기회에 장애인 치과주치의제에 참여함으로써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보고 장애인들과 접촉 면적을 넓혀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일상적인 직장의 업무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커다란 장점이자 보람이 아닐까요?

장애인 치과주치의제는 건치에서 만들어낸 제도도 아니고, 건치가 주체가 돼 준비해 온 사업도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만들고 부족한 지점이 적지 않은 제도일지라도 장애인 치과주치의제는 건치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제도를 함께 만들어갈 충분한 의미가 있는 제도입니다. 

장애인 치과주치의제에 많은 건치 회원들이 참여해 장애인 구강건강의 작은 희망을 함께 쏘아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지난 5일 건치의 ‘장애인치과주치의 참여 설명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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