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기다려…사회안전망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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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기다려…사회안전망 대책 내놔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9.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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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사회단체, 정부에 5대 사회안전망 대책 촉구
공공병원‧의료인력 확충‧상병수당‧유급병가휴가 도입
돌봄시설 등 필수기관‧인력 확충‧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대응 사회안전망 대책을 즉각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계속되고 전국에서 집단 발병이 이어져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 방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돌봄공백, 실업이나 소득급감 등 서민의 삶은 점차 위태해져 가고, 국회나 정부는 이러한 감염병 장기화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코로나19 초기부터 감염병이 단기간에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며, 세밀한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시급히 추진돼야 할 5대 사회안전망 대책으로 ▲공공병원과 의료인력 확충 ▲상병수당·유급병가휴가 도입 ▲돌봄 시설 등 필수기관 운영 보장과 공공 인프라 확충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 부양의무자기준과 근로능력평가 조사 한시적 예외, 홈리스 대상 긴급 추가 대책 마련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실업부조 확대 등을 요구했다.

공공병원‧의료인력 확충 그리고 상병수당

먼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확진자 수의 증가와 더불어 일일 확진자 수가 100명대임에도 병상포화를 겪는 등 부실한 치료대응능력”이라며 “내년도 복지부 예산 중 공공의료에 관한 것은 고작 73억 원 증액에 불과하는 등 여전히 공공의료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방역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안정망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OECD 국가 중 유급상병수당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 정부는 내년에야 저소득층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게 전부”라고 맹비난했다.

전 국장은 “상병수당 도입에 최소 8천억 원에서 최대 1조7천억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통신비 인하에 1조원을 쓰는 대신 여기에 써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나간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 국장은 ▲의료취약지에 공공병원 설립 계획 마련, 2021년 예산안에 반영 ▲공공의료기관 설립 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공공의과대학 권역별 설립 ▲국립의과대 정원 활용 공공의사 양성 및 지역공공의료기관 의무복무 ▲환자 당 간호사 인력배치 기준 법제화 통한 간호인력 확충 및 간호노동환경 개선 등을 촉구했다.

의료‧돌봄 등 필수노동 재조명 돼야

노인장기요양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이자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본부장은 돌봄 시설 노동자의 경우 마스크 등 필수 보호 장비 공급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불안전한 노동환경에 처했으며, 의료 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본부장은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가, 의료노동자 등 필수 노동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재조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재난이 닥쳐도 노동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노동을 하는 이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구체적이고 제도적인 공공성 확보가 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 모든 시민은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처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필수 노동에 대한 노동권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올 3월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감염사태에서 시민사회단체가 공공병원, 공공감염병원, 인력 훈련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 본부장은 “서울시와 중대본은 서울에 중환자실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이는 전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라매병원은 중환자실 병상이 없어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설과 물품이 갖춰지지 않은 일반 병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서울의료원은 시설과 장비는 있으나 훈련된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는 수도권발 확진자가 증가하자 부랴부랴 중환자 간호인력에 대해 2주 간호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공적 돌봄 인력‧시설 확대…통일된 정책 필요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어린이집, 유치원 등 돌봄 시설과 학교와 같은 필수기관의 운영이 중지돼, 돌봄노동이 오롯이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공적 돌봄의 강화를 요구했다.

정치하는엄마들 박민아 활동가는 “유치원은 교육부 소관,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으로 각기 다른 방역‧돌봄 정책이 시행돼 양육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공적영역에서의 돌봄이 실종되고, 가정에서 돌봄을 전담하는 양육자들은 체력적‧정신적으로 소진되고 아이들은 방치되고, 또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활동가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학교에 와서 겨우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은 등 학교가 가진 공공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장기화 우려에서 공적 돌봄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며, 교사인력 등 돌봄 인력 확대‧유지, 학급당 학생 수는 줄이고 반 수는 늘리고, 돌봄 교실 공급 전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복지 사각지대 메울 계기로 삼아야

또한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주거지 없는 이들에게 펜데믹은 사망선고’라는 유엔특보의 말을 인용하면서 노숙인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멈추고, 기존 복지제도의 틈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각종 통계를 취합한 결과 노숙인의 4분의 1정도만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고, 코로나19 장기화로 단체 급식 봉사기관의 절반이 문을 닫는 등 밑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시에서 노숙인이 이용가능한 병원은 9개 지정병원뿐인데, 그 중 5개는 감염병전담병원이고 다른 곳도 사실상 거의 갈 수 없게 되는 등 노숙인에 대한 차별적 제도로 인한 문제가 이렇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활동가는 “정부가 추석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9월 말 일주일 동안 결식아동과 노숙인에게 나눔주간을 시행하겠다는 건데, 추석 이후에는 다시 극한의 빈곤으로 돌아가라는 것과 마찬가지며 그 나눔 역시도 민간 자원봉사에만 의존된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숙박시설, 공공시설을 활용해 최소한의 자가격리 가능한 수준의 주거를 마련해 기저질환자나 접촉자 의심증상이 있는 이들에게 우선제공하는 등 노숙인들의 안정을 위한 긴급 주거 대책을 요구했다.

아울러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위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근로능력평가 조사의 한시적 예외 등을 촉구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배병길 활동가는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실업부조 확대 시행을 요구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고용보험 미가입 취약계층 규모는 458.7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 중 50%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배 활동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이 소득상실과 실업의 위험에 가장 먼저 더 많이 노출되는데도 정부는 특례규정을 신설해 특수고용 노동자를 단계적으로 고용보험에 적용하고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현재 임의가입제도 유지 개정안을 내놨다”고 비판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업상태에서 고용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임에도 미가입 상태인 취약계층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적극적인 가입확대 정책을 마련하라”면서 “기존 취업성공패키지Ⅰ 유형 대상이 중위소득 60%인 점 등을 고려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대상을 확대하고, 구직촉진수당 역시 생계급여 수준 이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시민사회단체가 오늘(11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5대 과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범시민사회단체가 오늘(11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5대 과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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