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파업도 윤석열표 의료개혁도 정답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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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파업도 윤석열표 의료개혁도 정답 아냐”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4.03.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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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의정대립 속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 '개최'
전공의 파업반대·공공병원 확충·공공의사 양성 등 진짜 ‘의료개혁’ 위한 요구안 ‘발표’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이 지난 16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개최됐다.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이 지난 16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개최됐다.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전공의 파업은 명분이 없다. 하지만 겉으로는 의료개혁 외치면서 뒤로는 의료시장화 획책하는 윤석열 표 의료개혁은 가짜일 뿐. 필수의료는 사회안전망이다. 진짜 대안인 공공의료 확충하고 공공의사 양성하라.”

의-정의 가파른 대치 속에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이 지난 16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개최됐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이하 공공병원운동본부) 이서영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시민행진은 약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 여는말 ▲각계 발언 ▲꽃다지 공연 ▲지역운동 결의 발언 ▲공동선언문 낭독 ▲정부서울청사 앞까지의 시민행진 ▲마무리 집회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첫 발언에 나선 참여연대 이지연 사무처장은 “대다수 시민들이 공감하듯이 의대증원과 부족한 의사수 확대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시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벌이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 진정한 의료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의료수가만 올리면 해결된다는 식의 의협의 태도도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면서 “정부도 마찬가지다. 민간중심의 의료 공급체계는 그대로 내버려두면서 시장경쟁만 더 부추기고 의사수만 늘리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위기가 해결된다고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의대정원 확대는 공공의료 확대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의사수가 부족한 진료과들과 의사 1명 구하기 힘든 지방의료원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공공의료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참여연대 이지연 사무처장,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공공병원운동본부 나백주 정책위원장.
(왼쪽부터) 참여연대 이지연 사무처장,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공공병원운동본부 나백주 정책위원장.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도 “윤석열정부 취임 2년 만에 대한민국은 사방팔방이 난장판이 됐다. 그런데 이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또 다른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지난 2월 6일 담대한 의료개혁을 하겠다며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을 발표했지만 그 속에서 부족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안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지금 한국의 의료체계는 의대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같은 시장방임적 의료체제를 유지하면서 의사만 더 많이 배출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모두 돈 되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같은 곳으로만 몰릴 것이다. 왜곡된 의료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들을 공공적으로 양성하고 공공적으로 지역 및 필수의료에 배치하는 법과 제도가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병원운동본부 나백주 정책위원장은 “한국의료는 더 이상 시장중심 의료로는 작동할 수가 없음이 분명해졌다”며 “윤석열정부는 의료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지자체와 시민이 설립을 원하는 공공병원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다 탈락시키고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력을 다해 노력해온 공공병원의 회복기 지원예산도 반토막으로 잘라버렸다. 가짜 의료개혁과 가짜 의사증원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정말로 지역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지역의 공익의료·필수의료를 위한 공공병원을 짓고 여기에 건강보험수가가 아닌 재정투자를 통해 지역공공병원을 적극 지원하면서 나아가 지역공공병원에서 일할 의무와 동기를 갖도록 하는 의사양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것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이는 가짜 의료개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계 발언에 나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우석균 정책자문위원장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가 모두 붕괴됐다. 의사가 모자라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어떤 형태의 의대증원도 반대하는 의사파업은 정당성이 없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의대증원 방식은 틀렸다. 의료취약지에 5,000명의 의사를 늘린다고 하지만 실행 방안이 없다”며 “의대생을 늘리되 의료취약지에 공공·필수의료에 10년 이상 근무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뽑아야만 한다. 국가가 장학금을 주고 의사를 책임지고 키우는 방법이다. 공공의대를 만들거나 국립의대 정원을 늘려 이런 공공의사를 늘려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인의협 우석균 정책자문위원장.
인의협 우석균 정책자문위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 김철중 위원장도 “단순히 의사증원 문제를 넘어 의사증원에 따른 결과로서 각 지역에 기반하는 의료인력의 배치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공공병원 확충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적어도 전국 방방곡곡 70개의 중진료권에는 현대식 공공병원이 반드시 확충돼 민간병원이 하지 못하는 장애인·재활·노인돌봄·어린이·산전산후 모자돌봄 등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김혜정 분회장은 “한국은 5% 정도밖에 안되는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위기를 힘들게 넘어왔고 이때도 정부의 지원보다는 땔감처럼 사용된 병원노동자들의 희생덕분이었다. 공공병원 확대와 병원인력의 필요성이 국민 모두의 요구였지만 공공병원은 단 하나도 증가되지 않았고 병원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이며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는 끝내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에 있다”면서 “지역공공병원이 없는데 증가된 2,000명의 의사는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전면적으로 시장화된 의료체계를 제대로 고치지 않고 의대정원만 증원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 민지 지부장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지난 3년을 오롯이 코로나19 환자만 받아온 공공병원들이 회복되기까지는 4-5년의 기간이 필요함에도 정부의 회복기 지원금은 고작 6개월로 끝이나 몇 백억의 적자를 내면서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빠졌지만 오히려 민간병원들은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으로 5조 원을 지급받으면서 수백억 이상의 흑자를 냈다”며 “지금 정부의 의료개혁안에는 ‘공공’이 빠져 있다. 전국의 공공병원이 착한 적자를 걱정하지 않고 충분한 인력으로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공공의료를 강화해야만 진정한 의료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꽃다지 공연 장면.
꽃다지 공연 장면.

꽃다지의 노래공연 후에는 지역에서 공공병원설립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들의 결의 발언들이 펼쳐졌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국내 1호 영리병원이 될 뻔한 녹지국제병원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시민들의 공공의료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영리병원을 막아낸 그 기세로 공공의료를 확대·강화해 나가는 길에 제주가 앞장서겠다. 오는 21일 제주에서도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을 개최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울산건강연대 황재영 집행위원장도 “울산은 제대로 된 공공병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5월 대통령 공약사항인 울산의료원 설립은 타당성재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되고 말았다”면서 “최근 5년간 지역에 남는 울산의대 졸업생은 7%밖에 되지 않는다. 지역의사제 등 지역의사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대정원이 아무리 확대되더라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의협 대구경북지부 김동은 진료사업국장은 “이틀 뒤인 3월 18일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폐렴으로 사망한 고 정유엽군의 4주기 기일”이라며 “코로나19 유행시기 일반환자들에 대한 의료공백은 매우 심각했다. 공공병원의 부족이 가장 아쉬웠다. 더이상 의료공백으로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서부 경남지역에 공공병원을 다시 세우고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다시 추진되는 그날까지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대경인의협 김동은 진료사업국장.
대경인의협 김동은 진료사업국장.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원용철 상임대표도 “의사들 스스로도 의료는 공공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의료는 당연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지역에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지방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공공이 아닌 민간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체제 아래서 돈이 안 되는 지역·필수의료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는 의사 수를 늘리는 동시에 공공의료 확충에 나서 최소한 공공병원을 전체 의료기관의 30%까지 확대해야 한다. 공공병원 확충 없는 의료개혁은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김용진 공동대표는 “성남시에서는 정부의 도움 없이 성남시민의 주민조례 발의과 성남시민의 세금으로 대학병원 부럽지 않은 509병상 규모의 현대적인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을 만들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아직 개원도 하지 못한 성남시의료원은 국가의 부름에 따라 전담병원이 되고 이에 전념해왔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국민의힘 출신 시장이 당선되면서 개원초기의 어려움과 코로나19로 인한 적자를 핑계로 성남시의료원을 민간에 위탁하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출신 시장과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성남시의료원 정상화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서이슬 사무국장도 “민간병원들은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노인인구에게 필요한 일상적인 건강관리, 장애인에게 필요한 일상진료와 재활치료 같은 영역은 맡지 않으려고 한다.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드는데 비해 수익은 그만큼 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부천시민 8천3백 명이 부천시에 공공병원을 짓자고 손수 조례를 만들어 시의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지금 당장 시장주의적 접근을 멈추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로니에공원에서 정부서울청사 앞까지의 거리행진은 빈곤사회연대 성철 활동가와 건강세상네트워크 양영실 사무국장의 공동선언문 낭독 후에 진행됐다.

성철 활동가(왼쪽)와 양영실 사무국장.
성철 활동가(왼쪽)와 양영실 사무국장.

공공병원운동본부와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참여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 인천공공의료포럼 등에 소속된 단체 회원 및 시민들은 “정부와 의사들의 강대강 대립 속에 의료공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의대증원 반대하는 전공의 파업은 명분이 없다. 필수의료는 사회안전망, 윤석열정부는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공공의사를 양성하라. 값싼 전공의들에 의존한 민간병원들도 사태의 주범이다. 민간병원에 지원할 돈, 공공병원에 지원하라. 이윤보다 생명이다. 시장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행된 마무리 집회에서는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간호사회 최정화 대표와 보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이 발언했다.

최정화 대표는 “전공의들이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뒤 정부는 PA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호사 업무범위를 현행 의료법 상 불법인 의사업무까지 확대시켜놓고도 그에 따른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력기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들은 ‘의료개혁’이라고 칭할 수도 없으며 오히려 업무가중으로 간호사들에게 임상을 떠나라고 등을 떠미는 격이 될 것”이라면서 “공공의료 강화와 함께 당장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이고 간호사 배치기준을 강화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행간 최정화 대표
행간 최정화 대표

끝으로 전진한 정책국장은 “의사파업이 명분 없고 잘못됐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왜 가짜인지 밝히는 목소리였다”며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공공의료는 누가 죽이고 있나? 짓지도 못하게 하고 예산도 삭감해서 문닫게 만들려는 윤석열 정부이다. 의료취약지에는 병원이 아예 없는데 의사만 2천 명 늘리면 대체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진짜 ‘의료개혁’은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의료시장화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진실과 대안을 계속해서 외쳐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마로니에 공원 앞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면.
마로니에 공원 앞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면.
푯말을 들고 있는 집회 참가자.
푯말을 들고 있는 집회 참가자.
거리행진에 참가한 건치 회원들.
거리행진에 참가한 건치 회원들.
거리행진 장면1
거리행진 장면1
거리행진 장면2
거리행진 장면2
거리행진 장면3
거리행진 장면3
거리행진 장면4
거리행진 장면4
거리행진 장면5
거리행진 장면5
거리행진 장면6
거리행진 장면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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