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중심 ‘중증진료체계 시범사업’은 재정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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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중심 ‘중증진료체계 시범사업’은 재정낭비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4.01.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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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시범사업 즉각 철회 촉구…“지역‧1차 의료 방치하고 대형병원 인센티브 주는 걸로 의료전달체계 개선 안돼”

올 1월부터 중증환자가 제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해당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재정 3천6백억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이 외래진료를 줄이면 성과를 보상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시범사업장에는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이 선정됐다.

그러나 해당 시범사업이 다분히 시장주의적이며,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없다고 즉각 철회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오늘(30일) 성명을 내고 “이 사업은 환자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면서“병원 입장에서는 경증환자 진료가 수익성이 더 높으면 환자를 회송하지 않을 것이고, 어렵게 대형병원을 찾은 환자는 자신을 작은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걸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본부는 “정부는 이들 시범사업 수행 병원에 1천8백억 원을 사전지급했으며 이후 외래진료 감축 목표를 50% 이상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사후 보상은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 사업이 의료체계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면 재정만 축내는 꼴이 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지원금도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건보 재정을 쌈짓돈처럼 쓰고, 이 사업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도 하지 않으려고 보고 안건으로 처리했다”고 분노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가 인정하듯 본래 중증 입원환자를 돌봐야 할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증환자까지 진료하며 동네 의원과 경쟁 중”이라면서도 “막상 대형병원들은 중증 진료에 투자하지 않고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국내 최대 병상 규모인 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집도할 의사가 없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부는 “대형병원 및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주치의제도와 같은 일차의료체계를 강화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차의료 및 지역의료는 방치하고 대형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해당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참고로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형병원에서 꼭 진료해야 할 환자 비중은 32%이고 소위 빅5 병원이라도 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윤석열 정부의‘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재정 낭비다. 즉각 철회하라

윤석열 정부가 지난 1월 25일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중증 환자가 제때에 신속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이 선정됐다.

정부도 인정하듯이 상급종합병원들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중증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해야 할 상급종합병원들이 경증 환자를 가리지 않고 진료하면서 동네 의원들과 경쟁하고 있다. 막상 대형 병원들이 중증 진료에는 제대로 투자하거나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 국내 최대 병상 규모인 아산병원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집도할 의사가 없어 사망했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형 병원에서 꼭 진료해야 할 환자의 비중은 대형 종합병원은 평균 32%, ‘빅5’ 병원이라 하더라도 45%에 불과하다. 즉 대형 종합병원에서 진료받지 않아도 될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의료가 공적인 규제가 없는 맹목적인 시장 경쟁에 내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 대형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는 책임이 없다.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가 환자 쏠림 현상을 바로잡고 중증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무한 경쟁을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시범사업은 경쟁 규제와는 관련이 없다. 최대 36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들여 상급종합병원이 외래 진료를 줄이면 성과에 대해 보상해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미 2016년부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진료-회송 수가 시범사업이 진행돼 왔고, 2020년 10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이 시범사업은 대형 병원들이 경증 환자들을 1,2차 병원으로 회송하면 수가로 보상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많은 이들이 우려했듯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효과가 없음이 입증된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또다시 비슷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두 정책 모두 병원에 성과에 대한 보상을 준다는 점에서 시장주의적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정부 보상과 경증환자 진료 수입 중 후자가 더 수익성 있으면 경증 환자 진료를 지속할 것이다. 현대아산, 세브란스 등은 이런 계산하에 시범사업에 지원조차 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렇게 효과가 불투명한 정책에 최소 1800억 원에서 최고 3600억 원의 엄청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의뢰-회송 수가 사업처럼 이 시범사업이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만 엄청나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사전지급으로 1800억 원을 지급하고 이후 성과 달성에 따라 사후보상하기 때문에, 외래 진료 감축 목표를 50% 이상 달성하지 못하면 사후보상만 하지 않을 뿐 사전지급 1800억 원은 고정지출인 셈이다. 그리고 이 시범사업이 환자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어렵게 대형병원을 찾은 환자가 자신을 작은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걸 과연 쉽게 수용할까? 

이런데도 정부는 이것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도 하지 않으려고 보고 안건으로 처리했다. 정부 지원금도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쌈짓돈으로 써대는 것이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형 병원 및 수도권 쏠림을 바로잡으려면 주치의제도와 같은 일차의료체계를 강화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차의료 및 지역의료는 방치하고 대형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건강보험 재정만 낭비하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

2024. 1. 30.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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