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몽골아이들과 함께한 5박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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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몽골아이들과 함께한 5박6일”
  • 김사라
  • 승인 2023.07.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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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본과2학년 김사라

서울의료봉사재단(김세영 이사장 이하 의료봉사재단)과 서울특별시치과위생사회(회장 유은미)는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몽골 투우아이막도 준모드 보건센터 내에 설치된 봉사재단 제3호 무료진료소에서 치과진료봉사를 실시했다.

의료봉사재단은 이번 진료봉사를 통해 지역내 거주 중인 3~15세 미만 취약계층 106명의 아동들에게 레진과 충치, 불소도포, 발치 등의 치과치료와 기초구강예방교육을 진행했으며 지난해에 이어 2번째 방문한 허스오양가 초등학교에서는 학생과 보호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구강건강관리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다음은 이번 몽골 치과진료봉사활동을 다녀온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본과 2학년 김사라 학생의 봉사활동 후기이다.

- 편집자 주

의료봉사재단 몽골 치과진료봉사에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대학생 등 총 16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참여했다.
의료봉사재단 몽골 치과진료봉사에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대학생 등 총 16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참여했다.

이번 여름방학은 원내생을 1학기 앞둔 마지막 방학인 만큼 치과진료도 미리 배우면서 특별하고도 의미있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마침 친구가 이번 몽골 진료봉사를 알려줘 너무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함께 신청하게 되었다.

처음엔 진료봉사에 대한 생각보다는 몽골이라는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봉사할 이들과 친해질 기대감이 더 컸다. 몽골공항에 도착해 숙소까지 셔틀버스를 타고가면서 봤던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곳곳에 서있던 미니어처같은 동물들이 나에겐 몽골에 대한 강력한 첫인상이었다. 한국에선 보기 어려운 생소한 풍경이었기에 하염없이 감탄하며 눈에 담으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진료봉사 첫날 조끼와 명찰로 무장하고 병원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확 정신이 들고 현장에 투입됐다는 실감이 났다. 몽골병원 특유의 익숙하지 않은 향이 날 놀라게 했고 공항까지만 해도 분명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하다고 느껴 안심했었는데 병원 안의 사람들은 사뭇 다른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왠지 더 크고 표정들도 굳어 있어서 처음엔 덜컥 무서운 기분도 들었다.

3인1팀으로 진료실에서 어시스트를 도왔는데 치과에서 어시스트를 한 경험이 있음에도 새롭고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진료대상자가 어린아이들이라는 점이 더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 같았다. 아직 같은 팀인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선생님들과도 친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첫날에는 내 실수나 버벅거림에 대한 눈치도 많이 보이고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음에 의기소침해지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이대로 남은 봉사기간을 보내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아서 용기를 갖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직접 부딪혀봐야겠다고 마음가짐을 바꾸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물어보고 미숙할지라도 나에게 주어진 일은 빼지 않고 열심히 해보고 치료과정을 꼼꼼히 따라가면서 어시스트 순서를 익히고 어시스트를 하면서도 진료의 진행과 환자를 대하는 법 등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진료장면.
진료장면.

놀랍게도 이렇게 노력하다보니 진료를 대하는 내 태도 자체가 바뀌었다. 진료를 멀찍이 지켜보면서 필요할 때 돕는 ‘관찰자 입장’이었던 내가, 진료에 작게라도 나의 몫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니 진료 하나하나에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게 됐으며 또한 시키지 않아도 진료를 위해 그때그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됐다. 

첫날 진료 후에 내 어시스트에 대해 칭찬해준 치과위생사 선생님의 말이 봉사 내내 큰 용기가 됐고 바쁘면서도 매번 질문에 친절히 답해준 치과의사 선생님, 옆에서 같이 어시스트하면서 하나하나 알려주고 나에게 직접 해볼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준 치과위생사 선생님들 덕분에 더 빨리 늘고 많이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특히 마지막날 치과위생사 선생님이 마지막 환자의 불소도포를 내가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옆에서 차근차근 알려주던 것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3일 내내 체어 근처에 서서 주변을 맴돌며 어시스트하던 내가 처음으로 술자의 자리에 앉아 환자를 본 순간이었다. 내 첫 환자를 본 순간이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기회 자체로도 큰 영광이었는데 차트에도 내 이름이 적혔다는 것을 알고 더 크게 감동받았고 정말 감사했다.

실제 진료현장 안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아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값진 경험이었고 직접 눈앞에서 치과진료를 보고 배울 수 있었던 그 시간들도 무엇보다 귀한 공부가 됐다. 아울러 이러한 경험과 공부뿐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감정적 교류를 이룰 수 있었던 점도 진료봉사의 순간순간을 더욱 기억에 남게 하면서 풍성하게 했다. 

이곳의 아이들은 구강관리상태가 좋지 않아 치아를 보존할 수 없을 정도로 충치가 크고 깊은 경우가 많았다. 어시스트에 익숙해져 여유가 생기니 아이 한 명 한 명의 상황과 감정을 헤아릴 수 있었다. 왜 이 상태가 될 때까지 치료를 받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으며 우리가 지금이라도 치료해줄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진료에 방해되는 아이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팔이나 몸을 붙잡고 토닥여줄 때가 많았는데 직접 닿으며 아이의 숨결과 움찔거림을 세세히 느낄 수 있어서 더 아이에게 이입하고 진심으로 진료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뻔도 했는데 그 때 느낀 그 감정은 너무나도 특별하고 소중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곳의 아이들은 순수하고 따뜻해서 오히려 봉사온 우리가 사랑을 받고온 느낌이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순수하고 따뜻해서 오히려 봉사온 우리가 사랑을 받고온 느낌이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사람 마음을 부드럽게하고 열리게 만드는 마법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아 표정과 몸짓으로만 소통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진심이 느껴졌고 봉사내내 보람과 행복,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차곤했다.

계속해서 울고 떼써서 달래기 어려워 몇 번이고 진료를 중단했다 재개한 아이가 있었다. 대여섯명이 합심으로 노력해 겨우 진료를 끝냈고 모두 진이 다 빠진 상황이었는데 아이가 아무일 없다는듯 누구보다 해맑게 웃으며 행복하게 진료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어이가 없어 빵 터졌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안도감과 기쁨은 진료봉사의 보람을 다시금 떠올려줬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와서 명단에 누락돼 오래 기다렸는데도 진료 후 감사하다며 우리 모두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아이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 나이에 비해 의젓하고 어른스러웠고, 수줍은 미소와 따뜻한 마음이 빛나던 친구였다.

이곳의 아이들은 순수하고 따뜻해서 오히려 봉사온 우리가 사랑을 받고온 느낌이었다. 초등학교 구강교육봉사를 갔을 때, 봉사 후에 ‘해르태슈(사랑해)’라면서 우리 모두를 안아주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사랑을 서로 듬뿍 주고받은 감동적인 시간이었는데 어쩐지 그 후 셔틀로 돌아온 우리 모두의 얼굴은 잔뜩 상기돼 반짝반짝 빛났고, 난 그게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몽골에서의 시간은 진료봉사만큼이나 함께 온 이들과의 대화와 시간을 통해 배우고 느낀점이 많았다. 처음 공항에서 만나 플랜카드를 들고 어색하게 단체사진을 찍을 때만해도 서로 모르는 사이던 우리가 봉사기간동안 하루하루 빠르게 친해지던 것이 새삼 너무 신기했다.

진료봉사를 함께한 전우애 탓인지, 몽골이라는 타지의 특별함 때문인지, 식사시간과 이동시간동안 나눴던 대화들 속에서 신기할 정도로 마음을 열고 솔직하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친구와 가족, 스승 등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맺은 관계들 중 그 어떤 것으로도 정의되지 않는 뭔가 특별한 관계였다.

나와 같은 분야에서 나보다 10~20년 정도씩 먼저 걸어간 인생 선배와 같은 이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나에게 새롭고 유익한 통찰을 줬고 정해진 현실 속에 안주하던 나에게 더 넓은 세상과 경험에 대한 용기와 자극을 불어넣어줬다. 몽골에서 우리가 나눴던 대화들을 모두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허스오양가 초등학교에서의 구강건강관리교육 장면.
허스오양가 초등학교에서의 구강건강관리교육 장면.

마지막날 밤은 내 생일로 넘어가는 밤이기도 했다. 타지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생일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새롭고 충분히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바쁜 일정의 연속이였기에 예상도 못했는데 생일 전날밤 케이크와 축하노래로 깜짝파티까지 준비해준 덕분에 봉사단 모두에게 축하받는, 오히려 성대하고 잊지못할 생일파티가 되었다.

생일날 아침 새벽에 일어나 본 분홍빛 노을과 게르(집), 초원의 풍경은 감동적이었고 이곳의 자연은 그자체로 나에게 엄청난 선물이었다. 생일 당일 아침엔 내륙국가인 몽골에서 매우 귀하다는 미역으로 만든 미역국까지 먹을 수 있었고 덕분에 선물과 감동의 연속으로 그 어느 때보다 잊지못할 생일을 보냈다.

몽골에서의 5박6일은 다시 떠올려봐도 꿈같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중하고 감동적인 기억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들과 함께한 새로운 경험이었던 터라 현실로 돌아온 지금, 더 꿈같이 느껴지는 것같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너무 고맙고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곳에서의 기억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지칠 때 언제라도 꺼내보면 한결같이 내 가슴을 뛰게할 것이며 이렇게 가슴 한켠에 품고 살아갈 기억이 생김에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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