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상병수당’ 도입… “소득하위 5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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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상병수당’ 도입… “소득하위 50%만?”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6.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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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시민포럼, 상병수당 1차 시범사업 평가 토론회… 정부의 선별적 정책 ‘회귀’ 비판
건강시민포럼과 강은미의원실이 상병수당 1차 시범사업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강시민포럼과 강은미의원실이 상병수당 1차 시범사업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건강·노동·사회 시민포럼(이하 건강시민포럼)과 정의당 강은미의원실이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상병수당 2차 시범사업에 앞서 1차 시범사업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20년 7월‘한국형 상병수당’도입을 공식화한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이달말까지 서울 종로구, 경기도 부천시, 충청남도 천안시, 전라남도 순천시, 경상북도 포항시, 경상남도 창원시 등 6개 자치단체를 선정, 시범사업을 운영해왔다.

이어 오는 7월 1일부터 1차 시범사업에 참여한 6개 지역에 경기도 용인시, 안양시, 대구시 달서구, 전라북도 익산군을 추가, 상병수당 2차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상병수당제도는 오는 2025년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상병수당 2차시범사업, 이대로는 안된다’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시민건강연구소 최홍조 비상임연구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누구를 보호했나?’를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상임활동가는 “코로나19의 영향,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용관계의 다변화 및 파편화 상황을 고려해 제도설계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특히 2차 시범사업에서 상병수당 대상자를 소득하위 50%로 축소한 것은 실질적으로 제도의 방향과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보편적 건강보장이 아니라 선별적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비공식부문 노동자, 재생산 노동자, 노인 노동자 등 더욱 취약한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호명하고 이들이 상병수당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들을 촘촘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상병수당제도가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지렛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제도와 어떻게 상보적인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정혜주 교수는 ‘상병수당 제구실을 하고 있나?’라는 주제 아래 상병수당의 핵심개념과 시범사업 현황 및 쟁점을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정혜주 교수
정혜주 교수

정 교수는 “생산가능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돌봄사회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상병수당은 혁신적 제도가 돼야 한다”며 “국가차원에서 상병수당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노동력의 유지이며 따라서 상병수당은 소득과함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다시 말해 노동시장 복귀가 가능하도록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써의 상병수당 제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질적인 생계보장이 가능한 적절한 수준으로 보상하기 위해서는 상병시 발생하는 돌봄과 생계 등 다차원적인 생활영역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 “노동의 양과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에 기반한 상병수당 설계가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민주노총 부천시흥김포지부 김광민 부의장은 “돌봄현장에 상병수당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관계적 돌봄을 고려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며 “상병수당이 보편적 제도로 역할할 수 있도록 정치과정에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조금 더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김주환 위원장은 “비정규직,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상식적 상황과 상당히 다르고 이들의 건강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프더라도 개인이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에게 상병수당은 언감생심일 뿐”이라면서 대리기사 사례를 통해 ▲의료(입원)이용일수 ▲고용보험 조건 등 적용대상 기준 ▲급여수준 등이 모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불안정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김주환 위원장
김주환 위원장

공공운수노조 김흥수 사회공공성위원장도 “재정을 이유로 제도를 축소하면 제도가 확보해야 하는 보편성과 수용성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라며 “소득이 있는 누구나 가입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설계해야 한다. 적절한 급여수준, 짧은 대기기간 설정, 병가제도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나백주 공동대표는 “유급병가의 법제화는 상병수당 전단계에서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면서 “보편적 건강보장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상병수당 정책과제를 새롭게 정립한다면 단순히 제도하나만 추진하는 방식이어선 안된다.실질적인 제도 추진이 가능하려면 자문형태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화된 상병수당추진 거버넌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보건복지부 이준미 상병수당제도팀장은 “현재 시범사업 단계여서 제도적으로 미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시범사업은 주로 대상자 규모를 파악하고 최적의 제도적 조합을 찾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며 “노동 여부를 인증하고 근로불가기능을 판단하는 등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반영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 고용관계가 파편화되고 있는 현실 등을 잘 참고해 앞으로 제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김영록 주무관은 “병가제도 법안이 현재 7개나 발의돼 있다”면서 “다만 병가도입 시 병가기간을 얼마나 둘지, 유급 또는 무급 여부, 보장수준, 보장재원, 상병수당과의 연계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쟁점들을 검토한 이후 법제화하고 제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개회식에서 강은미 의원은 “예산 대비 1/3도 안되는 집행액은 1차 시범사업의 설계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며 “같은 건강보험 가입자인 이주노동자들을 제외하는 차별적 요소와 소득하위 50%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정책으로 회귀한 2차 시범사업”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강은미 의원
강은미 의원

강은미의원실과 이날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한 건강시민포럼에는 간호와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건강세상네트워크,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시민건강연구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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