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렉또알의 주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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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렉또알의 주일미사
  • 이동호
  • 승인 2008.01.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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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이야기⑦

 

시엠립으로부터 배가 도착하자 쁘렉또알의 선상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듭니다.

이미 성당 안에는 7~80명은 될 법한 동네 아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성인 남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주로 아이들과 어머니들입니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갓난 아기들도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성당은 마치 동네잔치라도 벌어진 듯한 분위기입니다. 배로 싣고 온 짐들은 알고 보니 대개 이 곳의 아이들을 먹일 음식재료들입니다.

배 위에 지어진 성당은 예배당과 주방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주방에선 미사 후에 아이들에게 먹일 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 후원단체의 지원으로 일주일에 네 차례 아이들에게 영양죽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상교회는 이곳 쁘렉또알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주민들을 위한 마을회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어려운 캄보디아어로 미사를 집전하는 동안 입구 쪽에 자리잡은 아이들과 여인네들은 신부님의 말씀엔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이곳 성당의 모임자체가 즐거운 행사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알아듣기 힘든 신부님의 캄보디아어 미사를 거의 한 시간이나 듣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어쨌거나 주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그들의 언어로 주일미사를 준비하시는 신부님이 대단하게 보였습니다.

이곳 쁘렉또알에는 정식 카톨릭교인이 단 한 사람뿐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 까다로운 카톨릭교회 세례 절차를 고려하더라도 단 한 명의 교인뿐인 이 곳에 교회를 세운 것은 아무래도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이곳의 분위기를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것은 성당을 가득 채운 쁘렉또알의 아이들과 여인네들이 미래의 카톨릭 예비교인들이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교회의 존재 자체로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소중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그릇의 죽 이상의 의미, 역할... 그것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미사 후에 돌아올 죽 한그릇을 기다리며 예배당 밖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냅니다. 착한 아이들은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애쓰고 있고요.

마을의 여인들 몇몇과 본당의 스탭들이 함께 준비한 죽이 다 끓을 무렵, 드디어 신부님의 미사는 끝이 나고 아이들은 줄을 서서 즐겁게 찬송가를 따라 부릅니다.

드디어 죽이 나오고 동생들을 챙기는 언니는 행여 동생들에게 죽이 돌아가지 않을까 챙기고 또 챙깁니다.

죽은 자세히 보니 밥보다 더 영양가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이런 톤레삽의 어촌마을 아이들에게 생선 이외에 찬이라고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구경조차 힘들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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