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레삽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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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레삽의 사람들
  • 이동호
  • 승인 2007.12.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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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이야기⑥

시엠립의 카톨릭교회(성당)는 관할 교구 내에 4~5 곳에 성당 혹은 공소를 세워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 주일이면 톤레삽 호수변의 어촌 마을 두 곳의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경용신부님께서 캄보디아에서의 첫날 일정을 반나절도 아니고 온전히 한나절이 걸리는 쁘렉또알의 성당미사에 꼭 함께 하도록 일정표를  짜신 이유를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나름대로의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우리는 톤레삽호수가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조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앙코르왕국이 '수미산'으로 믿었던 Phnom Kraom (크롬산)을 지나자 붉은 황토빛의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집들이 줄지어 선 제법 큰 동네가 나타납니다. Phum Pram이라고 하는 이 동네의 맨 끝에는 톤레삽 호수의 수위변화에 따라 옮겨다니는 수상마을 'Chong Kneas'가 있습니다.

그 동네입구, 선착장에서 손내밀면 닿을 듯한 지척에 작고 아담한 예쁜 선상교회가 물 위에 떠 있습니다. 그곳에 수녀님과 몇 사람의 성당식구들을 내려놓고 우리일행은 천천히 호수 안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9월말은 우기의 끝으로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톤레삽호수의 수위는 최고조에 이르고 건기동안에 땅을 드러내었던 방대한 지역이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됩니다.

티벳에서 발원한 메콩강이 프놈펜까지 흘러오다 톤레삽강을 거슬러 역류하는 지구상의 가장 큰 저수지 톤레삽호수. 약 350만 명의 캄보디아사람들이 그들의 생계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시엠립강이 호수로 흘러드는 강 입구에 위치한 선상마을 'Chong Kneas'를 벗어나자 배는 한참을 해초 덤불 사이를 힘겹게 통과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세히 보면 전부 큼직한 나무이거나 숲입니다. 건기에 자란 나무들이 우기가 되자 물속에 깊이 잠겨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풀 곳곳에 나무와 나뭇잎 등으로 지은 이동식 집들이 물 위에 떠 있습니다. 모두 이곳 톤레삽의 어부들입니다. 사람만 물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돼지와 닭, 개들도 물위에서 삽니다. 그들에겐 물이 곧 땅입니다.

'물의 숲'을 벗어나자 톤레삽호수의 황토색을 가르며 배는 제법 빨리 남쪽을 향해 내달리고 왼쪽으로는 막막한 수평선이 마치 바다를 달리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 일행들은 이 진기한 풍경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데 성당식구들은 이 뱃길이 지겹기만 한지 벌써 대부분은 앉아 졸거나 배뒤의 엔젠룸 위에서 뻗어자기까지 합니다. 배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는 호수 위를 그냥 내달리고 선장의 핸들 앞엔 아무 방향키도 없어 보입니다. 도대체 선장은 이 막막한 호수의 건너편에 있는쁘렉또알이란 작은 마을을 어떻게 제대로 찾아 들어갈런지 슬슬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선장의 등 뒤의 좁은 틈 사이에 누워 자던 선장의 아들이 눈을 부시시 부비며 일어납니다. 녀석도 아마 이 바닷길이 익숙한 모양이지요.

약 한 시간쯤을 달리자 하나 둘 씩 물에 잠긴 큰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건 곧 마을이 가까웠다는 증거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배는 신기하게도 조금도 헤메지 않고 주저없이 곧장 수풀 속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더니 정말 집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작은 강의 초입에 들어서자 물가로 일렬로 늘어선 집들 뒤로 십자가를 높이 세운 성당이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물 위에 떠 있는 선상교회입니다. 여기가 바로 톤레삽의 전형적인 수상마을 쁘렉또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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