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 본 세상(바다 속 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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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 본 세상(바다 속 그 세계)
  • 홍성진
  • 승인 2007.09.18 01: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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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기-3

인기오락프로그램 중에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가 있다. 연예인들이 출연하는데, 여느 다른 연예오락프로그램의 아무런 의미 없는 농담 따먹기와는 약간 차별되는 느낌이 있는 프로이다.(나만 그런 느낌을 갖는지는 몰라도.....)

이 프로에 로체샤르 등반에 성공한 엄홍길 대장이 나온 적이 있다. 엄홍길 대장은 로체샤르 등반 시 힘겨웠던 경험과 그 이전 로체샤르 등반 시 잃었던 두 명의 대원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 이야기 하던 중에 한 말이다.
“해발 8000미터에는 산소가 여기의 1/3밖에 되지를 않어. 그래서 한걸음 가면 5분간 숨을 몰아쉬어야 해.”

▲ 다이빙을 하러 배를 타고 가는 시간 동안 우리들은 이러고 놀았다. 놀이명 '발가락으로 컵잡기'
해발 8000미터의 세계는 나에게 전혀 실감되지 않는 현실감 없는 세계였다. 그의 말은 단지 (산소의 부족도 부족이지만) 많이 춥고 힘든 상황에 의한 과장이라고 생각되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주선 내부에서 유영하는 우주인들을 보면서 신기하고 재미있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이번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꼭 스쿠버 다이빙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다이빙을 하기 전 나는 꽤나 자신만만했다. 몇 년간 쉬었던 수영강습도 다시 시작하고, 특히나 바다 수영의 경험도 있기에 물속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사실 바닷물이 아닌 수영장에서의 사전훈련은 불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실제 다이빙에 들어갔을 때에는 먼저 장비를 장착 한 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 위에서 차례차례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BCD(공기통의 공기를 이용해 공기를 넣어서 부력을 조절하는 조끼처럼 생긴 스쿠버 다이빙 장비)에 공기를 빵빵히 넣고서 물 위에 떠서 다른 일행들을 기다렸다. 일행들이 모두 모이고 강사의 수신호에 따라 서서히 BCD의 공기를 뺐다. 조금씩 몸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던 수평선이 조금씩 내가 쓰고 있는 수경 바로 앞의 상황이 되고 온 몸이 공기가 아닌 물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입수 전 이렇게 배위에서는 교육이 이루어진다. 다이빙 할 곳의 지형과 코스, 눈 여겨 봐야 할 신기할 생물들을 미리 이렇게 알려준다.
이 때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 속 광경에 나는 숨이 멎을 듯 했다.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이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몸이 물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저 깊은 바다 속으로 자꾸만 가라앉을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왔고 평상시 느껴보지 못한 수압은 가슴을 내리눌렀다. 왠지 수경 속으로 물이 새어 들어오는 것만 같고 입안으로는 짠 바닷물이 들어와 호흡기를 제대로 물고 있을 수도 없었다. 숨을 쉴 수도 없고 물속으로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는 상황과는 반대로 몸은 반대로 자꾸 떠오르기만 했다.

수심 10여 미터까지 내려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꾸만 수면에서 버둥대고 있는 나를 강사는 천천히 끌어내렸다. 강사에 의해 수심 10미터에 내려와 간신히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제서야 서서히 주위 환경들이 보였지만 나는 그 어디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여유 따위는 없었다. 두려움과 가슴 답답함은 여전했고 강사가 나를 두고 사라져버릴까 두려워 강사 뒤만 열심히 쫓아다니기에도 버거웠다. 처음에는 후회도 많이 했다.
‘내가 왜 이런 걸 시작해서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몸 버리고 있을까?’

나에게 스쿠버 다이빙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수심 10미터의 세계는 공기로 둘러싸인 지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의 첫 발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물 속에 들어가면 대략 이런 자세가 된다. 우리 초보자들의 자세보다는 멋진 마스터의 사진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에는 아이러니가 하나 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후회가 되어도 계속해서 들어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스쿠버 다이빙에도 정해진 코스가 있기에 두렵고 어려웠지만 계속 입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은, 처음에는 어렵고 힘든 세계가 계속 부딪힘에 따라 조금씩 적응되면서 그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신비로운 행복함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두려운 입수가 횟수를 거듭함에 따라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환경들이 진정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사실 굉장히 멋진 광경을 넣고 싶으나 수중촬영 실력이 일천하다. 물 속에서 부력을 유지하고 조류에 맞서면서 움직이지 않고 셔터를 누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또 카메라가 수심 10미터 이상의 수압을 견디기 위해 하우징이 필요하지만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강사의 사진기를 빌려 몇 컷 찰칵! 그러므로 이쯤에서 용서해 주시길......
지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아쿠아 블루.
▲ 요 녀석이 아네모네. 말미잘을 뜻하는 이름을 갖고 있다. 바다 속에서 제일 많이 보았던 녀석이다.

형형색색이라는 구태의연한 단어로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물고기 떼들.
바닷물을 뚫고서 내리쬐는 한 줄기 태양.
바다 속 바닥 도대체 어디에서 그토록 많은 공기가 들어있어 계속 공기 방울이 올라오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해서 올라오는 에어커튼.
말캉말캉 그러면서 부드러운 말미잘.
그 말미잘 속에 집을 지어 살면서 내가 말미잘을 만지면 경계하는 아네모네.

내가 수심 10미터, 30미터를 내려가 보지 않았더라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두렵고 힘든 바다라는 새로운 세계가 나에게 기쁨이고 행복함으로 바뀔 수 있었다.

이제는 엄홍길 대장이 이야기한 해발 8000미터의 상황이 이곳 지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 우주선 내부가 중력이 없어서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도통 몸을 컨트롤하기 힘든 곳이라는 곳도 이해가 된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곳과는 상황이 영판 다른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쿠버 다이빙은 나에게 몇 년간 잊고 지낸 ‘새로운 도전’의 의미이다.
스쿠버 다이빙 라이센스는 새로운 세계로의 어렵고 힘든 첫 발걸음을 이겨낸 표시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다이빙 라이센스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 우리는 어리버리에요. 우리 어리버리 조다. 다들 버벅 버벅! 그래도 다들 신나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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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ood 2007-09-19 09:49:38
아니 도전기를 읽고 사진도 보고하니 우중충한 아침에 쨍한 의욕과 웃음이...
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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