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의 추억 - Tuol Slang genocide musium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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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의 추억 - Tuol Slang genocide musium에서
  • 이동호
  • 승인 2007.08.29 14: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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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친구들 이야기③

영화 킬링필드를 본 적이 있는가?

5·18 광주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대한 분노로 피가 끓던 시절, 1984년에 제작돼 이듬해 국내 개봉된 영화 킬링필드는 붉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동족들에 대해 즉결처분을 명령하던 어린 크메르루즈 소년병에 대한 기억으로 또렷하게 남아 있다.

학살이 벌어지던 들판엔 무심한 인골들이 쌓여 있고 이제 그곳엔 외국관광객들을 위한 영어안내판이 슬픈 과거를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20여 년이 지난 후, 영화 킬링필드를 인터넷을 통해 다시 보았다.

'미션'이란 인상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롤랑 조페 감독은 '외국인'과 '현지인'의 두 시선을 통해 역사적인 현장을 재현하고 있지만, 영화 미션에서처럼 '현지인'조차 영어에 능통한 서구적 시각의 협력자일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영화는 다소 연출의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비교적 객관적이다.

크메르루즈가 프놈펜에 무혈입성 하던 날, 장갑차를 에워싼 수많은 시민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의 깃발을 흔들며 그들의 승리를 환호했다.

하지만 기쁨의 축제는 잠시뿐, 크메르루즈 지도자 폴포트는 200만 명의 프놈펜 시민들에게 72시간 내에 프놈펜을 떠날 것을 명령했다.

프놈펜과 지방도시에서 내몰린 남녀노소 수백만 명의 행군대열 속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무더위와 식수부족, 질병으로 거리에서 죽어 갔다. 도시와 도시의 모든 건축물들, 즉 학교, 은행, 상점 등은 파괴되었다.

영화는 이 집단소개의 장면을 리얼하게 재현하고 있다. 야만의 이념에 의해 희생된 수백만의 캄보디아 민중들의 억울한 원혼들은 아직도 캄보디아의 슬픈 현대사를 발목잡고 있는 건 아닌지….

 

붉은 피가 조국 캄보디아의 도시와 평원을 물들인다.
노동자들과 농부들이 흘린 숭고한 피
남녀 혁명 전투원들이 흘린피.
피는 흘러 크나큰 의분이 되고 싸워야만 한다는
결연한 주장이 되네.
4월17일 바로 그날, 혁명의 깃발 아래 흘린피가
우리를 노예에서 해방시켰네.

-폴 포트의 크메르 루즈 정권 '민주캄푸치아공화국'의 국가-

 

프놈펜 시내에 있는 Tuol Slang genocide musium. 고등학교였던 이곳이 S-21(security office)로 개조되면서 1976년부터 79년까지 4년 동안 총 10,499명이 이 곳에 끌려왔다고 문서는 기록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 기술자, 의사 등의 전문직, 교사와 교수, 학생, 성직자 등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끌려왔고 가족 전부가 함께 수용되었다. 어린 아이 2천여 명은 기록에조차 남겨지지 않고 모두 살해되었다. 수감자들은 평균 2개월에서 4개월 정도 감금되었으며 참혹한 고문 끝에 모두 희생되었다.

이 곳 Tuol Slang에서 제 발로 살아서 나간 자는 단 한 명밖에 없다. 캄보디아 내의 800명 의사 중에 760명이 살해될 정도로 크메르 루즈의 지식인 혐오증은 극에 달했다.

역사상 유래없는 농촌공산주의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자국민의 1/3인 200만 명을 고문과 기아로 희생시킨 크메르 루즈는 마침내 1979년 베트남에 의해 권력을 잃었지만 그 후로도 캄보디아는 20년 동안 내전과 극심한 정치혼란을 겪어야 했다.

뚜올슬랭 박물관은 프놈펜 시내 한 가운데 있었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캄보디아의 젊은 학생친구들은 그 곳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자기 나라의 현대사 뿐만 아니라 찬란했던 앙코르왕국의 역사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관광지 앙코르와트가 일본의 자본에 의해 독점적으로 관리되고, 가난한 캄보디아의 아이들이 그 속에서 원달러를 구걸하고 있는 우울한 풍경처럼 킬링필드의 역사조차도 한낱 호기심 많은 외국관광객들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도대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이동호(건치 부경지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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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good 2007-08-31 10:38:36
젊은 청년 학생들이 참혹했던 그들의 현대사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 믿지지 않네요. 고작 한세대전의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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