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 지킨 전공의 블랙리스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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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곁 지킨 전공의 블랙리스트라니…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4.03.0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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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커뮤니티 사이트 메디스태프에 명단 버젓이…개인 신상털고 ‘참의사’라 조롱
인의협, “제네바 선언 등 심각한 의료윤리 위반‧환자 신뢰 저하…엄정 대응” 경고

의대증원 자체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병원에 남아 환자를 지키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는 글이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 의대생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최근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리스트에는 의료현장에 남은 전공의들의 이름, 소속 과 등 신상정보가 담겼다. 이른바 파업 불참자 ‘블랙리스트’인 것이다.

참고로 ‘메디스태프’는 지난달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병원자료를 삭제하라는 요지의 글 등이 올라온 곳이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는 오늘(8일) 성명을 내고 이른바 ‘의사 블랙리스트’ 사태에 분노를 포했다. 이들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수련의 숫자가 적은데다가 개인 정보가 상세히 덧붙여져 사실상 개인의 구체적 신상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집단 내 괴롭힘이라는 사이버 범죄행위가 의사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며 ‘이름을 공개하라’는 부추김이 수많은 댓글로 달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인의협은 이 사태가 심각한 의료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세계의사협회, 제네바 선언, 국제의사윤리강령 등에서는 의사는 동료를 존중하고 존엄하게 대하며 경멸적 언어. 모욕적 농담 또는 동료의 직업적 위상을 훼손하는 모든 형태의 행동을 피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의사 사이의 괴롭힘은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환자. 의료팀, 조직 및 그 가족에게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인의협은 “의사 사회는 구성원들이 평생 직간접적 교류를 하는 매우 폐쇄적 집단이고 특정 전문과목 내로 범위를 좁히면 그 사회는 더욱 좁아진다”며 “이러한 의사사회에서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은 직장을 옮기면 조금이나마 해결되는 다른 직역의 직장 내 괴롭힘 보다 심각한 성격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집단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를 치료해야 할 주체인 의사의 이러한 행위는 의료인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라며 “환자 옆에 남아 있겠다는 의사들을 괴롭히겠다는 이번 리스트 사태는 더욱 심각하며, 다른 직역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받는 의사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분노했다.

끝으로 인의협은 “이러한 일들이 젊은 전공의 및 전임의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암담하다”며 “한국 의사 사회가 사회적으로 존경 이전에 최소한 존중받는 집단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사법적 수단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환자 옆에 남겠다는 의사 블랙리스트 사태에 분노한다.
- 집단내 괴롭힘과 따돌림을 방관하고 부추기는 의사 사회에 변화가 절실하다. 

젊은 의사들의 최대 인터넷 플랫폼 메디스태프 익명게시판에 이번 전공의 파업 불참자 리스트가 <참의사> 목록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되어 배포되었다. 이 리스트는 이번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인턴과 전공의들을 전국 병원과 각 과별로 나열하고 있다. 명단 중 일부는 이름을 한 글자만 가려 적시하기까지 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수련의들의 숫자가 적은데 개인 정보가 상세히 덧붙여져, 사실상 개개인의 구체 적 신상까지 확인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시판에는 파업 불참 자 전임의 리스트도 게시된 바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집단 내 괴롭힘이라는 명백한 사 이버 범죄행위가 의사들의 게시판에서 벌어지고,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으며, 오히 려 조롱이나 ‘이름을 공개하라’는 부추김이 수많은 댓글로 달리는 이 상황을 개탄하면 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첫째, 이러한 행위는 심각한 의료윤리 위반이다.

세계의사협회 제네바 선언, 국제의사윤리강령 등에서는 의사는 동료를 존중하고 존 엄하게 대해야 하고, 경멸적인 언어, 모욕적인 농담 또는 동료의 직업적 위상을 훼손 하는 모든 형태의 행동을 피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 사이의 괴롭힘은 괴롭힘을 당하는 의사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환자, 의료 팀, 조직 및 그 가족에게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행위는 의료인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태이기도 하다. 의사는 집 단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를 치료해야 할 주체다. 하물며 동료 의사들에게 까지 명백 한 집단 폭력행위를 저지르고 이것이 방관되고 부추겨지는 문화에 익숙한 의사들에 게, 어떻게 같은 사회의 시민들이 자신의 몸을 믿고 맡기겠는가. 특히 이번 리스트는 환자 옆에 남아있겠다는 의사들을 괴롭히겠다는 것이므로 더욱 심각하다. 다른 직역보다 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갖출 것을 요구받는 의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참담함을 느낀다. 이에 가담하고 방조한 사람들 은 부끄러움을 마땅히 느껴야 한다. 

둘째, 집단 따돌림은 좁은 의사사회에서는 피해자에게 매우 심각한 폭력이다.

의사 사회는 구성원들이 평생 직간접적인 교류를 하게 되는 매우 폐쇄적 집단이다. 특정 전문과목 내로 범위를 좁히면 그 사회는 더욱 좁아진다. 이런 폐쇄적 의사 사회 내에서 다수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행위는 평생에 걸친 트라우마를 남긴다. 의사 집단 내의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은 직장을 옮기면 조 금이나마 해결되는 다른 직장 내 괴롭힘보다 심각한 성격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뜻 이다. 이러한 사실을 다른 집단보다 더 잘 알아야 하는 의사들이 이런 괴롭힘을 아무 렇지 않게 자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행위는 윤리적 문제를 넘어 범죄행 위다.  
 
이러한 일은 2000년 의약분업에 반대해 일어났던 의사파업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누가회와 인의협 의사들에 대한 명단 강제 공개, 사이버 공간 에서의 탈퇴 강요, 언어폭력 등이 있었고, 그 피해자들 중 일부는 아직도 그때의 일 로 고통받고 있다. 똑같은 일이 2020년 파업 때의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상으 로 발생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무런 반성 없이 이 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고 의사 사회 내에 아무도 이에 대한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사 람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절망케 한다. 특히 우리는 이러한 일들이 젊은 전공의 및 전임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암담함을 느낀다. 환자 옆에 남겠 다는 결정을 내린 의사들을 집단 따돌림시키고 조리돌림하는 문화를 청산하지 않는 이상 한국의 의사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집단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의사 사회가 사회적으로 존경 이전에 최소한 존중 받는 집단으로 거 듭나기를 바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사법적인 수단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4. 03. 08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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