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이름도 모습도 참 우아하다. 어여쁘다, 곱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지에 하나씩 매달린 꽃송이는 가련해 보이기도 하고 차가운 하늘빛과 따스한 분홍빛을 같이 품고 있어 묘한 세련미도 풍긴다.

가느다란 줄기가 바람결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몸놀림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하늘거리는 바깥쪽 큰 꽃과 촘촘하게 모여 있는 안쪽 작은 꽃은 꽃빛에 풍성한 입체감까지 더해준다.

열매집의 모양이 알곡과 티끌을 걸러내는 체를 닮은 체꽃에는 솔체꽃, 조금 더 높이 사는 구름체꽃이 있는데 잎사귀로 구별한다.

구름체꽃은 키가 작고 뿌리에서 올라온 잎들이 끝까지 함께 있는 반면 솔체꽃은 뿌리에서 올라온 근생엽이 꽃이 필 때쯤이면 사라진다. 드물게 분홍꽃도 볼 수 있다. 남쪽에서는 볼 수 없다.

작은 줄기잎들만 듬성듬성 달려 있으니 가는 줄기가 더 가늘어 보인다. 줄기에 비해 큰 꽃송이가 힘에 겨울만도 하건만 반드시 하늘을 향해 핀다.

솔체가 눈으로 들어오고 입으로 ‘솔체다’라고 말하는 순간 목이 메인다. 멀리 떠난 님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이 이와 같을까?

청보라빛 꽃송이마다 힘겨웠던 지난 시간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삐죽이 밀어올린 가녀린 수술은 몰래몰래 숨죽여 쌓아올린 그리움이다.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은 하늘하늘한 꽃잎 뒤에 숨겨 놓았고 그렇게 기다림이 전부인 날들이 쌓이고 달이 차 어느새 시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