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이야기] 추석떡값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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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이야기] 추석떡값 유감
  • 신이철
  • 승인 2004.09.08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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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떡값이 생겨 났는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떡값'이라는 말의 분위기로 봐서는 베풀고 나누는 정이 담긴 관습으로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주는 사람의 정성이 담기고 받는 사람도 흐믓한 명절의 나눔으로 이어져 왔다면 좋았겠지만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운 겉치레로 전락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떡값이 청탁이 되고, 뇌물이 되고 게다가 떡고물까지 등장했으니 그 말의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것은 분명하다.

치과에서도 명절이 되면 고민이 많다. 명절을 맞는 작은 정성이라면야 무엇을 주더라도 상관이 없을텐데 직원들에게 짠돌이라는 욕을 먹지 않으려면 적당한 떡값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일상화된 현대인들에게 자칫 쓸데없는 선물을 받아들면 기분 좋을리 없으니 선물 고르기도 만만치 않다. 현금으로 보너스를 두둑하게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도 여의치 않다. 건물 관리실 직원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도 봉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뻔하고 부모형제 가족들까지도 챙겨야 하니 명절이 즐거울리 만무하다.

주는 고민보다 나를 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선물을 받아 들 때이다. 약국, 재료상, 기공소 심지어 환자들에게도 선물이 들어오니 추석 전날 퇴근길은 선물 보따리가 한아름이다. 주는 손을 민망하지 않게 하려면 기꺼이 감사하게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런데 치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거래처라고 해서 이렇게 선물을 받아도 되는걸까? 거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결코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대목이 아닌가?

몇 해 전부터 거래하는 기공소 소장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제발 명절날 과일상자 좀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소장은 말을 듣지 않았다. 과일상자가 양주로 과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기공소는 협력업체이지 하청업체가 아니다. 기공소 직원들의 배려와 정성이 없이는 보철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 했다. 선물을 또 가져오면 거래를 끊겠다고!

하지만 올해는 떡값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겠다. 안주고 안받을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 보내온 선물을 거절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치과를 도와주는 거래처 직원들에게 간단한 선물이라도 해야겠다. 먼길 달려와 재료를 건네주는 재료상 직원들, 싫은 소리 들어가며 땀흘리는 A/S 직원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기공소 기사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해야 겠다. 소액의 문화상품권 정도면 뇌물은 아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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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옥 2004-09-11 13:54:37
아예 떡을 양성화 하자는 말씀이신거 같은데....
명단은 제가 뽑아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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