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처음 만난 것은 남한산성 서문 아래서다. 성곽을 배경삼아 당당하고 풍성하게 피어 있던 모습은 그 해 이후로는 찾질 못했다. 그리고 고향인 평창에 내려가면 바로 집 앞이 유명한 사찰계곡이라 기회를 내어 찾곤 했다.

어느 해는 임계에서 오르는 석병산 중턱에서 담았고, 그리고 올해는 이즈음에는 처음 올라본 대덕산에서 만났다. 남한산성에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지 못하고 있다가 솔나리 때문에 올랐던 산에서 선물처럼 마주쳤다.

학명에 ‘델피니움’이 들어 있다. 꽃꽂이 세계에서 델피니움은 키가 커서 주로 라인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소재로 쓰인다. 큰제비고깔의 파랑이 스친 보랏빛이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한때 꽃다발 선물을 델피니움만으로 묶기도 했다.

중부이북 숲에 살며 전체에 털이 난 털제비고깔이 있고 드물게 꽃이 하양으로 피는 개체도 있다. 제비고깔은 북한땅에 있다는데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양에서는 이 꽃모양을 Delphin, 돌고래로 보았으나 우리나라에선 제비로 얘기한다. 봉오리모양이 제비를 닮았다고 하나 내 눈에는 보라색 고깔 안에 날아오르려 날개를 잔뜩 웅크린 제비가 앉아 있다.

30℃ 중반을 왔다갔다하는 이 폭염을 견뎌내고 있으니 기특하기 짝이 없다. 8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다.

점점더 심해지는 푹염은 자연을 우습게 생각한 인간에 대한 복수인 것이 확실하다. 삶의 주인은 결국 자연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실감나게 해주고 있다. 준만큼 돌려받고 있는 것이겠지만 너무 잔인할 정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