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처음 복주머니난을 만난 건 수목원도 아니고 산속 깊은 곳의 자생지도 아니었다. 만항재에서 내려와 태백시내로 향하다 들어간 어느 주유소, 그 주유소 화분들과 화단에 탐스럽게 피어나 있었다. 빛깔 곱고 탐스러웠으나 어딘지 모르게 생뚱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해를 건너 깊은 숲속에 조성해 놓은 야생화 단지에서 무리지어 있는 복주머니난을 만났다. 답답해하던 가슴 한구석을 조금은 달래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몇 해가 흘러 강원도 복주머니난 소식이 내 귀까지 들려왔고 받은 GPS좌표를 따라 헤매었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송화가루만 잔뜩 뒤집어쓴 채 산을 내려왔다. 꽃을 보고 싶다는 맘도 컸지만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이틀 뒤 합류한 팀에서 빠져나와 혼자 다시 그 산에 들었고 상봉의 기쁨은 해가 넘어간 어둑한 산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 복주머니난 한 무리는 이제 그곳에서 볼 수가 없단다. 어디에서라도 잘 살아 있기를…

그리고 드디어 올봄에 손지도 1장 들고 든 산에서 어여쁘고 푸짐하고 깍쟁이같은 복주머니난들과 하루종일 꽃을 탐하는 호사를 누렸다.

주머니 모양의 꽃은 입술꽃잎이 기나긴 시간을 거쳐 변한 것으로 보인다. 곤충울 유혹해야 하는 역할이 점점 커진 까닭일 것이다. 멸종위기 2급식물이다.

개불알꽃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복주머니난으로 불리지만 정명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바꾸지 못한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나라에는 복주머니난속(屬)에 광릉요강꽃, 개불알꽃, 털개불알꽃, 노랑개불알꽃이 자생한다. 모두 멸종위기 1·2급으로 보호가 필요하거나 철망 안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그나마 노랑개불알꽃은 백두산에 가야만 볼 수 있다.

국립수목원에는 복주머니난속 전문전시원이 있어 다양하고 화려한 꽃들을 편히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