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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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 ‘유감’
  • 나백주
  • 승인 2023.04.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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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건강세상네트워크 나백주 공동대표

살면서 응급실 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가끔 응급실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직접 응급실을 갈 일은 그렇게 많지 않고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뉴스 등에서 응급실을 많이 보게 된다. 즉 응급의료는 현실 속에서 피부 가까이 느끼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병원응급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평소 관심을 갖기는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런데 지난 겨울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응급실에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무수히 많은 젊은 생명이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바로 그때, 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응급의료서비스는 현장에서 적절하게 처치받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응급실은 병원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 곳곳에까지 파고들어와 있어야 하며 이를 총괄하는 시설과 기능도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한창 닥터헬기사업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함께 일본 드라마 『코드블루 닥터헬기』를 본 적이 있었다. 터널안에서 자동차 연쇄 충돌사건으로 10여 명이 자동차에 깔려 있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헬기를 타고 5∼6명의 의료진이 터널안으로 들어가 응급처치를 하던 광경을 보고 응급의료가 응급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응급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를 보았을 때 수십 명의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발생했을 때 제때 출동한 응급의료인력은 없었고 또 응급환자가 어디로 가야할 지 한번에 결정하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들 사이에서 헤맸다는 뉴스를 접하며 ‘24시간 365일 응급환자 이송’을 조절하는 기능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사실이 그대로 노출돼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필 이태원 참사로 그동안 묵혀있던 응급의료의 곪은 곳이 그대로 드러났을 뿐이다. 

인구에 비례해, 그리고 지역의 접근성을 고려해 어느 곳에서 살고 있던지 응급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현장에 적절한 응급의료인력이 출동해야만 하고 또한 적절한 시점에 치료가능한 병원으로 헤매지 않고 바로 도달해야 한다는 이 단순한 응급의료의 명제가 정말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응급의료는 ‘언제, 어떻게, 얼마나 중증으로 발생하는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 당 수가로 해결되기 어려운 분야이다. 대기인력에 대한 기본 경비가 보장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응급의료가 응급실뿐아니라 다발생 외상환자(머리와 배, 가슴 등에 외상을 입어 동시에 응급처치와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위한 권역외상센터도 아주대학교병원에 설치돼 있지만 외상센터만을 위한 인력운영을 주장했던 이국종 교수가 결국 외상센터장을 그만둔 이유가 있을 텐데 그 부분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 상당부분 전략적으로 제시돼 있다. 지자체에 응급의료기금을 사업별이 아니라 포괄적으로 보조하고 지자체에 응급의료시행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 등은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더 구체적으로 일정 등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은 있지만 ▲지역응급의료 상황실 설치 추진 ▲응급의료기관의 대기인력수가 지불 ▲응급이송수가 일부 보험적용 등 바람직한 방향이 많이 제시돼 있다.

하지만 응급의료기본계획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측면도 있다. 이번 제4차 기본계획에서는 응급의료의 질 관리 등 결과측면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이야기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구조적인 측면, 즉 투입요소의 질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투입요소와 결과측면의 질관리를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병원 응급실을 중심으로 재난상황대응 추진 등이 더 구체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료원 등의 기능강화전략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

아울러 응급의료 지도의사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활성화방안 제시가 없어 이에 대한 내용도 보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응급의료인력 및 외상인력이 지금 많이 빠져나가고 있는데 당연히 급여도 중요하지만 정말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사람중심의 응급의료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응급의료에 대한 보다 통큰 투자와 발전전략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 지금보다 2∼3배의 응급의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 이러한 재정투자계획은 이번 기본계획에서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그리고 지자체의 공공병원 활성화와 연계시키는 전략이 필요한데 지자체의 공공의료계획 수립과 어떻게 연결시키겠다는 것인지 내용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 빠져있는 이 내용을 시급히 개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 수립회의가 필요하다. 응급의료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많은 응급의료인력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언제 닥칠 지 모를 응급상황을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큰 틀의 응급의료기본계획이 다시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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