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지역보건의료 붕괴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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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지역보건의료 붕괴시킬 것”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4.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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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오늘(25일) 비대면 진료 허용 개정안 심의…재진‧의원급 중심
인의협 “플랫폼 민영화가 본질…의료시장화 가속‧필수의료 붕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오늘(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뤄진다. 국회에 발의된 총 5건의 개정안은 의원급 중심의 재진환자를 위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강병원‧최혜영‧이종성‧신현형 의원안은 재진환자를, 김성원 의원안은 초진까지 포함한다.

게다가 지난 23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의원총회에서도 ‘비대면 진료 조건부 찬성안’을 의결했는데 그 조건이 ▲개원가 한정 ▲재진 한정 ▲진찰료 150~200% 보장 등으로 정부 계획과 거의 일치한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산업적 편익과 편의성으로만 사업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대해, 보건의료계 내부에서도 입장차가 첨예하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은 오늘(25일) 성명서를 내고, ‘비대면 진료’를 플랫폼 민영화로 규정하고 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의협은 “초‧재진 논쟁, 의원급 제한 등은 플랫폼 민영화라는 본질을 가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보건의료체계를 흔들어 놓을 이 심각한 문제를 두고 초진이니 재진이니 하는 구도를 설정하는 건 정부와 산업계가 의료민영화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의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대면 플랫폼이 지역보건의료를 붕괴시킬 거라고 우려했는데 지금은 그 우려가 사라졌나?”라며 “의협은 비대면 진료수가를 얼마나 높일지 단기적 이해로 협상에 골몰해선 안되며, 의료의 보편성‧공익성 가치를 지키는 일이 의사 신뢰를 높이고 의료인의 장기적 이해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인의협은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짚고 그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플랫폼 수수료를 부담할 환자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업체는 수익창출을 위해 더 많은 진료와 약처방을 부추기고, 제약업계와 플랫폼 업체 사이 리베이트도 성행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인의협은 “원격의료 배후는 중소업체뿐 아니라, 삼성, LG, SK, KT, 카카오, 네이버 같은 거대자본이 천문학적 투자를 해 왔고 보험업을 소유한 재벌들이 원격의료에 진입하면 건강관리서비스업 등과 원격진료를 연결하고, 개인의료정보도 기업 손에 넘어갈 것”이라며 “의료가 시장에 종속되면 의료자원과 인력은 돈 되는 곳으로 더 몰리고 필수‧공공의료는 더욱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인의협은 “정부는 국회 입법이 쉽지 않자 시범사업으로라도 원격의료를 계속 허용한다는 입장인데, 한국은 공적 의료공급지 OECD 국가 중 최하이고 의료전달체계도 붕괴돼 원격의료 부작용이 가장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오직 영리기업만을 위한 현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영리기업을 위한 플랫폼 민영화 비대면진료(원격진료) 제도화 반대한다.

 정부가 어제(24일)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 추진 계획을 재차 밝혔다. 의원급 중심, 재진환자 위주로 하겠다는 것이다. 전날(23일) 열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의원총회도 비대면진료 조건부 찬성안을 의결했다. 그 조건은 정부 계획과 거의 일치한다. 그러나 초·재진 논쟁이나 의원급 제한 등은 플랫폼 민영화라는 본질을 가리는 것에 불과하다. 원격의료는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택시처럼 의료를 플랫폼 기업 하에 둬 영리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플랫폼 민영화다.
 아직 한시적으로 시행되었을 뿐인 원격의료도 전문의약품 광고와 부당청구, 불법진료·조제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정부는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모호한 말뿐이다. 향후 원격의료가 제도화되면 플랫폼 수수료를 부담할 환자 의료비가 상승하고, 업체들은 수익창출을 위해 더 많은 진료와 약처방을 부추길 것이다. 제약업계와 플랫폼 업체 사이의 리베이트도 성행할 것이다. 이는 의료 전체를 더 상업화시킬 것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원격의료의 배후는 알려진 중소업체들만이 아니다. 삼성, LG, SK, KT, 카카오, 네이버 같은 거대자본이 천문학적 투자를 해왔다. 보험업을 소유한 재벌들이 원격의료에까지 진입하면 건강관리서비스업 등에도 원격진료를 연결할 수 있고 개인의료정보도 기업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이는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의료가 시장에 더 종속되면 의료 자원과 인력은 돈 되는 곳으로 더 몰리고 필수·공공의료는 더욱 붕괴할 것이다.

 둘째, 의협의 영리적 비대면진료 부분찬성은 동의할 수 없다.
 보건의료 체계를 흔들어 놓을 이 심각한 문제를 두고 초진이냐 재진이냐, 의원급이냐 병원급이냐의 구도로 좁히는 것은 정부와 산업계가 의료민영화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에서 설정한 프레임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불과 얼마 전까지 비대면 플랫폼들이 보건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다며 영리기업이 과다진료를 부추겨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지역보건의료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그런 우려는 지금 사라졌는가?
 의협은 비대면 진료수가를 얼마나 높일 것이냐라는 단기적 이해에 기반한 협상에 골몰해서는 안 된다. 의료의 보편성·공익성 추구라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의사의 신뢰를 높이고 의료인의 장기적 이해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의사들의 진정한 미래의 이해를 대변하려 한다면 영리적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

 정부는 국회 입법이 쉽지 않자 시범사업으로라도 원격의료를 계속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영리 플랫폼 업체들을 위한 특혜일 뿐이다. 한국은 공적 의료공급이 OECD 국가들 중 최하이고 의료전달체계도 붕괴되어 원격의료 부작용이 가장 크게 나타날 국가다. 원격진료 제도화는 무너진 일차의료와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공공적 필수의료부터 강화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국민 편의를 위해서라고 해도 영리 플랫폼의 진입을 차단한 공적 플랫폼이 추가 비용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 오직 영리기업을 위한 현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2023. 4. 25.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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