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울산의료원 예타재조사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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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울산의료원 예타재조사 중단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4.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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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운동본부,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 대선 당시 설립 약속 ‘이행’ 촉구

광주‧울산의료원 설립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오는 5월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이하 공공병원운동본부)가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 필수의료 보장과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의 책무 이행”을 요구하면서 광주‧울산의료원 설립 등 제대로 된 공공의료를 확충·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공공병원운동본부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광주‧울산의료원 설립 등 제대로 된 공공의료를 확충·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공공병원운동본부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광주‧울산의료원 설립 등 제대로 된 공공의료를 확충·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공공병원운동본부 나백주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울산건강연대 김현주 집행위원장은 “울산은 일반진료중심의 공공병원이 하나도 없어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당시 환자를 타 지역으로 보내야만 했던 공공의료의 불모지로 민선 7기 울산시장이 시민들과 함께 울산의료원 설립을 요구했고 22만 명의 시민이 ‘울산의료원 설립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구 서명’에 참여하는 등 울산 시민의 90% 이상이 울산의료원 설립을 울산지역 제1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재부에서 울산시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했지만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울산의료원 설립을 약속한 만큼 울산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개선하고 울산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울산의료원 설립’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공공운수노조 박해철 수석부위원장도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교훈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 확충이 아닌 의료민영화, 시장화 확대로 역주행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공공서비스의 가치를 경제적 단기 수익성으로만 평가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지난해 정부는 시급하다는 이유로 가덕도 신공항 예타조사 면제를 결정했는데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시급한 일은 있는가? 수많은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진료로 인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예산을 삭감하고 인력확충에는 소극적이면서도 공공정책수가라는 이름으로 보험재정을 민간병원에 지원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민간 중심의 공급구조로는 전국민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없다. 정부는 전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 장원석 수석부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병 상황 이후 대규모 감염병과 의료재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공공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됐다. 광주·울산의료원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실현과 지역균형 발전에 정책적으로 부합하고 사회적 편익으로써 거대한 의료안전망 구축이라는 타당성을 갖고 있다”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지금 필수의료서비스를 전담할 공공의료원 설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윤석열 정부는 광주·울산의료원 타당성 재조사를 즉각 통과시키고 아울러 대구와 인천, 동부산, 제천에도 공공병원 설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조희은 간사도 “공공병원은 시민들에게 필수적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필수공익기관으로 경제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음에도 이미 윤석열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이전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사업비를 재벌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려 한 바 있다. 공공의료를 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관심한 태도에 여당 지자체장들도 하나 둘 약속했던 공공병원 설립을 없던 일로 여기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더욱 심한 감염병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정녕 시민의 생명보다 돈이 소중한 것인가? 시민의 건강권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주·울산의료원의 타당성 재조사를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 이것이 분명한 시민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공공병원 경제성평가는 사람의 생명을 남아 있는 노동가치로 환산해서 살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셈법으로 정부는 이렇게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공공병원을 세우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의 생명을 노동기계나 경제성장의 도구로 여기는 경제성 평가를 용인한다면 시민의 생명은 그 누구도 살릴 수 없을 것”이라며 “공공병원 경제성 평가는 중단돼야 한다. 공공병원을 짓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자 대통령의 책임이다. 지난 대선 당시 울산의료원 설립을 공약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국민의 생명을 살릴지 말지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일갈했다.

다음은 이날 공공병원운동본부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광주·울산 공공병원 설립,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져라

정부는 사람 목숨에 ‘경제성’ 매기는 타당성 조사 중단하라
대통령은 결단하라. 공공병원 설립해 국민의 생명을 지켜라

기획재정부가 수행하는 '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오는 5월 발표될 것이라고 알려진 가운데, 정부가 광주‧울산 공공의료원 설립 여부를 곧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와 울산은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이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생명과 건강의 권리를 침해당하며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가 공공병원 설립의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좌초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광주‧울산 의료원 설립은 대통령 의지에 달린 문제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올바른 결정을 촉구한다.

첫째, 생명에 ‘가격표’를 다는 공공병원 경제성 평가 중단하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공병원 설립을 '경제성'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그런데도 이번 울산, 광주 의료원 역시 경제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재부 평가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기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의 공공병원 경제성 평가는 인간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 계산법이다.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의료시설부문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표준지침>에 따르면 공공병원 설립으로 응급사망을 감소시키는 것의 경제적 편익은 그 사람의 노동생산성과 같다. 기대여명에 평균임금을 곱한 값이다. 예를 들어 70대의 ‘경제적 가치’를 3600만원, 80세 이상은 487만원으로 계산한다. 이런 셈법으로 사람들을 살려 얻을 경제적 ‘편익’보다 공공병원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높다는 식이다.

원거리 의료시설 이용시간 절감 편익도 연령별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한다. 이에 따르면 4세 소아의 시간당 가치는 1902원이다. 소아암에 걸린 환자가 치료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 몇날 며칠을 거주하며 겪어야 할 불편과 고통은 고작 몇 만원의 경제적 손실로 치환된다. 사람들의 생명과 고통에 가격을 매기는 이런 비정한 평가절차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둘째, 생명과 건강의 불모지, 광주와 울산에 공공병원이 필요하다.

광주와 울산시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마다 다른 지자체에 병상을 달라고 사정을 해야 했다. 수백명의 감염병 환자들이 타 지역 공공의료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민간병원들은 있지만 코로나19 치료에 제대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울산은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 인구당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병상 수가 부족하고, 공공병상 비중도 0.9%로 최저인 공공의료 취약지이다. 광주시는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후 3시간 이내 의료기관 도착율, 지역응급의료센터 30분 내 이용률 모두 특광역시 중 가장 낮다. 두 지역 모두 공적 의료 안전망이 없기 때문이다. 응급‧외상‧심뇌혈관 진료 같은 필수의료는 과잉진료와 비급여진료가 쉽지 않아 민간이 기피한다.

두 지역 모두 공공병원에 대한 시민 열망도 높다. 2021년 울산의료원 설립 서명에 울산 인구의 20%에 달하는 22만명이 참여했다. 2022년 광주 시민 조사에선 광주의료원 설립 후 이용의향이 95.1%였다. 특히 응급‧외상‧중증 의료를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셋째, 정부의 책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

공공병원 설립은 정부의 의지 문제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결정을 하면 설립할 수 있다. 정부 방향과 의지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타당성 재조사를 중단할 수도 있다. ‘긴급한 사회적 상황 대응,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이에 따라 대전시와 부산시, 진주시 공공의료원 설립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바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왜 못하고 있는가?

이 모든 것은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다.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 기재부의 계산기 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이 결단해야 하는 이유다. 심지어 울산의료원 설립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을 대폭 축소해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오직 시장논리로 국가중앙 공공병원의 규모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광주와 울산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결정을 내리려 한다. 민간병원들에는 돈벌이를 위해 온갖 혜택을 주고 수도권에 수천병상에 달하는 분원을 짓도록 무분별하게 허용하면서, 지역 공공병원 설립에는 차가운 계산기를 두드린다. 오직 시장 만능주의, 경제 지상주의를 부르짖는 정부답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안중에도 없다.

우리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울산과 광주 의료원 설립을 위해 끝까지 나설 것이다. 생명에 가격을 매겨 공공병원 설립을 무산시키는 나라에서는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천도 공공의료가 열악해 ‘의료 취약지’로 꼽혀오다 최근 제2의료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오직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정부 하에서 광주와 울산이 좌초된다면 인천 시민들의 열망도 짓밟힐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광주와 울산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새로운 감염병이 계속 등장하고, 필수의료는 붕괴하고 있다. 국민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시대, 더 많은 공공병원이 필요하다.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볼 것이다.

2023. 4. 20.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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