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별수가제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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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별수가제 이대로 좋은가?”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3.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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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노조 등, 국회서 정책토론회… 총액계약제 등 건보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모색’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토론회 ‘건강보험의 미래와 진단, 행위별수가제 이대로 좋은가?’가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 정책연구원(원장 유재길 이하 정책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 강훈식·남인순·한정애·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공동주최 아래 개최됐다.

유재길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건보노조 김철중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가파른 변화속도를 고려할 때 사회정책 전반의 체질변화가 요구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수입기반 약화와 급격한 수요증가에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고령화와같은 추제적 요인은 건강보험 지출부문의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지출부문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공급자 보상영역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구조개혁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까지 행위별수가제 중심의 단일 지불제도를 유지한 주된 이유는 민간인프라가 압도적인 우리나라 공급구조의 특성상 공급자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지불제도를 채택해야만 했던 것”이라면서 “비용의 무한증식을 초래하는 현재와같은 지불제도가 유지될 경우 한편으로는 건강보험에 대한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인 만큼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행위별수가제의 개편과 혼합진료 금지 등 진료비 지불체계 개혁을 국민들과 함께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발제자로는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가 나서 ‘건강보험 지출합리화를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의 방향성’을 주제로 현행 진료비 지불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개편의 방향 및 과제들을 제시했다.

정형선 교수
정형선 교수

정 교수는 “지난 2001년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계약 체제가 도입됐지만 당시 제대로 된 상대가치점수의 초기 설정에 실패한 이후 상대가치점수의 수시 인상을 통해 재정중립원칙이 훼손되고 또한 매년 이뤄지고 있는 환신지수계약을 통해 복리인상률에 따른 의료단가 인상으로 건보 진료비의 폭등을 가져왔다”며 “지난 2003년부터 2007년 사이에 진행된 의대정원 축소는 의사배출 부족과 의사 초빙 경쟁으로 이어져 의사 고용단가의 상승, 병원경영 압박, 수가인상 요구, 상대가치점수의 인상 및 환산지수 인상 등을 초래 건강보험 진료비 인상과 그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전체 경상의료비 규모는 지난 2000년 25조 원으로 GDP 대비 4%에도 못 미치던 것이 2022년 200조 원을 넘어서 GDP 대비 10% 수준에 다가선 것으로 추계되고 있으며 전체 경상의료비의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서서도 연평균 11.9%의 두 자리수를 유지해오다가 지난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한 자리수의 증가율로 완화되긴 했으나 연평균 8.4%의 증가율은 아직도 다른 경제부문에서 보기 힘든 높은 증가율”이라면서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오는 2030년에는 400조 원을 넘어 GDP의 16%에 달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향후의 과제에 대해 정 교수는 “전체 의료비 지출을 관리하는 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상대가치점수의 환산지수계약 방식 대신 인구 고령화 등 자연증가를 반영한 전체 증가율 공식 고안 ▲재가의료, 만성질환관리, 재활치료 등 아웃컴이 큰 분야에 보상을 확대하는 성과지불방식 등 정교한 지불제도 고안 ▲실손보험 등 공보험 교란 요인 조정해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 억제(건보 본인부담금의 실손보험금 지금 금지) 등을 제안하고, 의대정원을 확대해 필수인력 부족문제를 대처하고 의료인력의 면허독점도 완화해 의료제공체계의 유연탄력성을 높여야만 향후 만성질환 중심의 인구고령화시대에 필요한 재가의료의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건강정책연구소 김준현 소장은 ‘보험자 관점에서 본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현행 환산지수산출 체계는 점수당 단가로 의료물가 반영과 함께 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을 고려하고 있지만 환산지수 산출값(연구점수)은 실제 협상에서는 환산지수조정 근거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환산지수 운영과 관련된 주요 문제점으로 ▲환산지수 인상률 설정의 객관적 근거 부족 ▲의원급의 환산지수가 병원급보다 큰 수가연적 현상 등 지불보상방식의 왜곡 ▲행위유형별 보상수준의 불균형 ▲수가결정 구조에 비급여 변화 미반영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 간의 연계 미흡(실제 가격효과는 상대가치점수x환산지수) 등을 지적했다.

김준현 소장
김준현 소장

또한 그는 “보건의료체계 성과 향상 및 가치기반 보건의료 달성을 위해 다수의 OECD 국가들은 지불제도 개편을 중요한 정책의제로 삼고 있다”며 “현 정부가 소비자인 국민들의 의료남용이나 과다이용 문제를 제기하면서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극복하려 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용의 무한증식과 과잉투자를 초래하는 행위별수가제라는 공급구조에 있는 만큼 정부는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방점을 두고 국민 및 이해당사자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의 주요 원칙으로는 ▲원가 중심에서 가치기반 보상방식으로의 점진적 전환 ▲단일 지불제도에서 벗어난 다변화된 지불제도 적용 ▲비급여 목록 정리 및 혼합진료 금지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민주노총 이정훈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14.7회로 OECD 국가 최상위이며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입원일수는 19.1일로 OECD 평균 8.3일의 2.3배 이상”이라면서 “행위별수가제는 진료량과 연동돼 보상금액이 결정되는 구조로 결국 진료량 증가 및 과잉진료를 유발할 수밖에 없으며 일부 보완을 하더라도 행위별수가제의 한계는 남을 수밖에 없는 만큼 현실적 조건에서 당장 실현은 어렵더라도 총액제와 묶음지불제 등 지불제도 전면 개편 로드맵을 마련해 사회적 논의를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김윤정 정책차장도 “국민 혈세 20조를 쏟아부어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어려웠던 것은 의료공급자가 수가통제를 피하고자 비급여 진료행위를 권유하는 한국 의료환경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행위별수가제 대신 의료인에게 등록된 환자수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인두제나 총액계약제 등을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장면.
토론회 장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조희흔 간사는 “행위별수가제는 의료공급자들의 진료자율권을 보장하고 어느 정도 양질의 보건의료가 제공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유발적 제도로 시장친화적이며 사후 지불제도이기 때문에 예방과 건강증진보다는 치료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한 진료비총액 관리장치가 부재할 경우 풍선효과가 발생,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으로써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등 건보재정지출의 큰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면서도 “포괄수가제와 인두제, 총액예산제 등은 현재의 민간중심 의료체계 하에서 의료공급자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진료량을 줄이는 등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치료는 물론 예방과 건강증진에도 가치를 둔 지불제도로 어떻게 바꿔나갈지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총액예산제를 기본으로 하고 외래의 경우 행위별수가제를 적용하는 방식 등 현재의 행위별수가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포괄수가제나 인두제, 총액예산제 등을 혼합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공공의료서비스 질을 높여 진료비 통제가 용이하고 국민들이 적정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현준 정책위원장은 “지불제도 개편의 목적이 아직도 재정건전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지지 및 실제 건강보험제도의 건실화를 위해서는 재정건전화 프레임이 아니고 적정진료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지불제도 개편으로 국민건강에 직접적 연관이 있는 진료행위와 약제 등은 더 높은 보상을 주고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진료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되거나 줄이는 동기유발의 체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준 위원장(가운데).
정형준 위원장(가운데).

정 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애초부터 혼합진료가 금지된 계약제 형태에서 매우 높은 보장성을 갖춘 행위별수가제였던 반면 한국은 혼합진료가 허용된 당연지정제라는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혼합진료가 가능한 한국에서는 웬만한 지불제도 개편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현재의 지불제도와 제도적 기반을 기본으로 하면서 옵션으로 비급여진료가 없는(혼합진료가 금지된) 포괄수가제 모델과 연간 총액계약제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총액계약제 병원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제 하의 심사평가 등의 비용을 전환해 보상을 넉넉히 해주고 지역보건사업이나 비급여진료가 없어 환자들의 직접의료비 부담이 현격히 줄어드는 것들에 대한 장점을 홍보해 우군을 확보할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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