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개감수’의 전모를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아직은 썰렁한 이른 봄, 숲속을 걷다가 한 웅큼 올라온 붉은 새싹무리를 만났다.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 하고는 한 해를 넘겼다.

그 다음해는 봄이 한창인 푸른 산에서 모양이 남다른 키가 껑충하고 한 줄기에 여러 갈래의 잎이 달린 식물을 발견했다. 이 둘이 같은 식물이라는 것을 안 것은 조금 더 후의 일이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러나 아직도 개감수의 생을 다 지켜보지 못했다. 빨간 열매를 만날 올여름이 기대된다.

우리나라에 골고루 사는 대극과(科) 식물이다. 대극과 대극속(屬) 식물들 중에는 독이 들어 있는 것이 많다. 붉은색 줄기를 자르면 유액이 나오는데 개감수를 비롯 ‘대극’, ‘등대풀’, ‘암대극’, ‘흰대극’이 그렇다.

줄기가 원줄기 끝에서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그 끝에 마치 꽃받침같은 삼각모양의 잎이 달린다. 각각 두 장인 그 삼각모양 잎 가운데에 녹황색 꽃이 피고 게의 집게다리처럼 보이는 것은 2차로 벌어질 잎이다.

새싹은 줄기와 잎 구별 없이 붉어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꽃은 꽃 같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잎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선명한 꽃색깔을 보아왔던 눈에는 그리 매력 있는 꽃은 아닐지 모른다. 결코 평안하게 보이는 않는 조금은 불편한 꽃모양이다.

오히려 꽃보다 갈라진 다섯 줄기를 받쳐주는 커다란 잎이 더 어여쁘게 보인다. 우리 세상에는 이렇게 고정관념을 벗어나 예상치 못한 모양과 빛깔로 피고지는 꽃들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