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보험사와 의료플랫폼 업체들만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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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사와 의료플랫폼 업체들만 이익”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2.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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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오늘(1일) 원격의료 및 전자의료정보 실손보험사 제공 ‘반대’ 기자회견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오늘(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여당에 의료민영화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오늘(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여당에 의료민영화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적자가 늘었다면서 올해 보험료를 평균 8.9%가량이나 대폭 인상한 ‘민간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함께 지난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한시적으로만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원격의료)의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오늘(1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민영화’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은 “민간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요구하고 있는 진짜 목적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개인 질병정보를 축적해 수익성 높은 상품을 개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2년 간 비대면 진료를 시행해본 결과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는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의료플랫폼 업체들의 난립과 그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이었다”면서 “정부‧여당은 재벌과 대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의료민영화 추진에만 전력을 쏟지 말고 코로나19 펜데믹 사태의 교훈인 공공의료를 확충할 수 있는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박민숙 부위원장도 “현재 정부는 의원급 병원과 초진이 아닌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한 재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지만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바도 없고 코로나19 재난 사태에서 불가피하게 전화를 통해 이뤄진 비대면 진료의 ‘성과’를 부풀려 원격의료를 정당화하는 것은 너무 설득력이 없다”며 “한국처럼 일차의료 접근성이 높은 곳에서는 원격의료가 필요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원격의료를 코로나19의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원격의료가 숙원사업인 의료기기업체와 IT기업들의 돈벌이를 위한 혹세무민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그는 “전산화된 자료는 보험사의 상품 설계 및 보험금 지급기준 마련 등에 활용돼 환자들이 청구한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보험가입 차별 등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결국 불가피하게 의료기관을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나 고위험군 환자들, 고령층 등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만큼 민간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로 잃는 손실보다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어떠한 법안과 정책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박민숙 부위원장
박민숙 부위원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조희흔 간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정책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편의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민간보험사가 개인의 진료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민간보험사가 개인의 민감정보인 의료정보를 수집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할 정부가 민간보험을 마치 건강보험의 보완 및 대체 수단으로 여기면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위협하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원격의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진료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에 쌓인 이 정책은 아이러니하게도 공공의료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비대면으로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다. 그저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각종 민간기업들만 배불리는 정책일 뿐”이라며 ‘국민’들의 편의를 위한 정책이라고 말하면서 그 정책을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 강력 경고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 시행 이후 의료정보 유출과 해킹범죄 피해가 많아졌다. 그리고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건강불평등이 심해졌다”면서 “영국에서는 의료비가 상승하고 국가의료시스템 재정이 악화됐으며 미국에서도 원격의료 ”기업들이 과잉처방을 부추기고 의료진들에게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보도록 강요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응급취약지, 분만취약지에 모니터 화면 속 의사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나? 도서벽지에 필요한 것은 응급 헬기이고 장애인과 취약계층들에게 필요한 것은 방문진료와 빈곤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라면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역시 환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환자들의 질병정보를 전송받아 데이터로 축적하는 것은 삼성같은 민간보험사들의 숙원인, 민간실손보험을 국민건강보험과 경쟁하고 나아가 대체하는 보험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진한 정책국장
전진한 정책국장

끝으로 공공운수노조 김흥수 사회공공성위원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실손보험료 청구에 필요한 진료세부 내역에 대한 증빙서류를 민간보험사에 전송하도록 의료기관에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이렇게 될 경우 개인의 건강정보 유출 등 사생활 비밀의 보장을 해칠 위험의 소지가 매우 클 뿐아니라 민간보험사들이 보험료지급 거절 사유를 만들고 건강취약자들의 보험료를 올리도록 만들 것”이라면서 “가입자들의 질병정보를 활용해 건강보장 악화와 불평등을 강화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제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다음은 이날 건강보험노동조합 강성권 부위원장이 낭독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의료 민영화인 원격의료와 민간보험사 개인의료정보 전자전송 추진 중단하라
- 공공의료·건강보험 공격하면서 의료민영화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야말로 '갈라파고스' 정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의료 민영화 추진 의지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지난 25일 원격의료(‘비대면 진료’)와 환자 전자정보 실손보험사 제공('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규제가 갈라파고스 같은 규제라면서 말이다. 이는 지난 12월 ‘신성장 4.0전략’ 등 정부 발표에 뒤이은 것이다.

정부 여당은 시민들이 원하는 정책들이 의료계 반대로 가로막히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우고 싶어 하지만 시민들이야말로 의료 민영화 정책의 가장 큰 반대자들이다. 한국에 진정 갈라파고스 같은 현실이 있다면 OECD 최악의 공공의료 비율과 낮은 보장성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건강보험 보장 정책을 공격하면서 민간보험사에 환자 정보를 디지털화해서 자동전송하겠다고 하고, 기본적 응급·필수 진료도 하지 못할 만큼 의료가 시장화된 나라에서 원격의료로 기업의 의료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의료 민영화에 혈안이 된 정부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예외적일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점을 다시 명확히 밝힌다.

첫째, 원격의료는 기업의 의료 진출을 위한 플랫폼 민영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것은 재난의 충격을 신자유주의 민영화와 규제 완화 추진의 기회로 삼는 전형적 ‘재난 자본주의’다. 정작 팬데믹이 드러낸 것은 원격의료가 아닌 공공의료의 필요였다. 코로나19 내내 공공병상과 인력이 없어 사람들이 죽어갔다. 원격의료로 중환자 치료를 할 수 있나? 지역마다 응급·분만 진료를 할 병원과 의사·간호사가 없는 나라에서 원격의료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정부는 산간오지와 도서벽지 등을 내세우지만 이런 곳에 필요한 건 공공병원과 인력과 응급 헬기다. 모니터 화면의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원격의료 추진론자들은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편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방문 진료와 제대로 된 복지다. 취약 계층을 빈곤과 복지사각으로 내몰면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할 때만 이들을 앞세우는 것은 역겨운 행태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 SK, LG, KT 등 거대 통신기업, 네이버·카카오 같은 IT기업들이 원격의료가 ‘미래 먹거리’라며 투자금을 쏟아 붓는 것은 원격의료를 엄청난 돈벌이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 판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택시를 만들어 영리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는 의료비의 증가와 과잉진료 등을 낳을 것이다. 지난 3년간 난립했던 한시적 원격의료 업체들의 의약품 오남용, 전문의약품 광고, 불법 조제, 배송약국 발생, 의료기관-약국 자동 매칭 등 갖은 부작용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정부이다. 원격의료를 전면 제도화해 플랫폼 대기업들이 장악하면 말 그대로 의료는 ‘시장’ 바닥이 될 것이다.
외국은 어떤가? 원격의료를 도입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민영화의 문제를 겪고 있다. 캐나다는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를 영리기업들에게 허용하면서 의료비가 상승했고 과다 청구 등 비윤리적 의료 행태가 증가했으며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했다. 영국에서도 영리기업이 원격의료를 하면서 의료비가 증가하고 국가 의료시스템에 악영향을 끼쳤다. 미국에서는 원격의료 때문에 질이 낮은 부적정 의료 행위가 많아졌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접근에 대한 불평등 때문에 의료 접근성 격차가 커졌다. 95%가 민간병원이고 비급여가 만연한 한국에서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하면 하지 덜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실손보험청구 간소화'가 아니라 개인의료정보 실손보험사 전자전송을 위한 법개정이다.

영리 추구에 혈안인 민간 보험사들이 환자 보험금 지급률을 높이기 위해 청구 간소화 법을 추진한다고 믿는 것만큼 순진한 일은 없을 것이다. 보험금 지급 거절을 위해 가입자 몰래 약관까지 변경해 가면서 암환자들을 거리에 나앉게 하는 게 보험사들이다.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소액청구뿐 아니라 건강보험 진료를 포함한 모든 진료정보가 디지털화되어 보험사에 자동전송될 수 있다. 디지털화된 정보는 손쉽게 축적될 수 있고 다른 정보와 연계될 수 있다. 의료기관에서 자동축적한 전산화된 개인정보를 보험사들이 가입 거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결국 보험금 지급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민간 보험사들이 개인의료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축적하는 것은 삼성 등이 매번 요구했던 것이며,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라고 밝혀왔던 것이다. 즉 국민건강보험을 무너뜨리고 민간보험 중심 미국식 의료 민영화로 향하는 길이다. 정말 소액 청구 간소화가 목적이라면 진료비 세부내역 등 건강보험 진료 내용까지 모두 전송하지 않고 영수증만 보내는 등 다른 방법이 있다. 그럼에도 과도한 개인정보들을 의료기관에서 강제 전송하게 하는 것은 의도가 분명하다.

정부가 정말 민간 보험금 지급률을 올리려면 다른 나라들처럼 보건 당국이 나서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보험료와 최저 지급 수준을 법제화하는 등 규제를 해야 한다. 심지어 로또나 카지노 슬롯머신도 법적 지급률 하한선이 법제화되어 있는데 민간 의료보험은 완전히 무규제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민간보험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약 15만 원을 내는데도 민간보험이 보장하는 의료비는 정액보험 가입자의 경우 6%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이 약 60%를 보장해 주는 것과 비교해 턱없이 적다. 이런 현실은 그대로 두면서 환자 지급률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넘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 정부는 필수재인 에너지 요금을 인상해 발생시킨 ‘난방비 폭탄’에도 무대책이나 다름 없다. 제때 난방비를 올리지 않으면 포퓰리즘이라 강변하며 오로지 시장주의를 고수하는 냉혈한 정부이다. 여기에 난방 못지않게 민감한 필수재인 보건의료도 시장에 넘겨주려 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다. 이는 의료비 폭탄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정부가 그나마 존재하는 최소한의 의료 공공성마저 대기업들과 민간 의료보험사들의 영리를 위해 무너뜨리려 한다면 커다란 저항을 낳을 것이다.

2023년 2월 1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민중과함께하는한의계진료모임 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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