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료원 규모 축소는 공공의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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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료원 규모 축소는 공공의료 포기”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3.01.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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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운동본부 등, 오늘(16일) 기자회견… 기재부의 신축이전 사업비 대폭 삭감에 ‘강력 반발’
공공병원운동본부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오늘(16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축소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공병원운동본부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오늘(16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축소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이하 공공병원운동본부)와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오늘(1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당초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총 1,050병상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총 760병상으로 신축이전사업 규모를 크게 축소하고 총사업비를 삭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공병원운동본부 나백주 정책위원장은 “오랫동안 외면받아온 한국의 공공병원 병상 수준은 OECD 국가 중 거의 최하위 수준”이라며 “공공병원이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평가를 받아왔어야 함에도 불구, 한국의 공공병원들은 수익성 중심으로 평가받아오면서 공공의료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또 공공부문이다보니까 제대로 된 투자도 받지 못하면서 인력수준이나 의료질 등의 측면에서 이런 구비요건들을 제대로 갖출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이런 공공의료의 악순환이 지금 국립중앙의료원을 통해 또다시 재현되려 하고 있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은 한국 공공의료 실현에 있어 중요한 보루로서 공공의료는 국가가 제대로 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그 단초는 바로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제대로 된 투자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나 위원장은 “앞으로 국립공공의과대학이 설치되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수련병원 역할도 해야 하는 등 한국의 공공보건의료체계 속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국립중앙의료원이 서울의료원보다 병상 수가 적다면 누가 국립중앙의료원으로서의 정책적 기능과 선도적 기능을 믿을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나백주 정책위원장
나백주 정책위원장

국립중앙의료원노조 안수경 지부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 책무가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경쟁적인 민간의료 병상 수가 포화상태라는 이유로 국립중앙의료원 병상 규모를 크게 축소했다”면서 “하지만 민간대형병원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외상과 응급, 감염병, 재난의료 등의 필수 중증의료에서의 역할을 회피하고 기피한다.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때 우리는 이미 필수의료 공백사태가 발생한 한국 의료현장의 창피한 민낯을 충분히 겪어봤다. 국가 재난감염병의 체계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공공병상 규모와 숙련된 공공의료인력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라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전 병상을 소개하고 전담치료기관으로써 감염병 진료를 해왔다”며 “국립중앙의료원이 국가에서 부여한 필수 중증의료와 중앙감염병대응병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3급 종합병원 수준의 의료기능 확보가 시급하다. 최소 20개 이상의 진료과목과 전체 병상 1천 병상 이상의 규모가 갖추어져야 진료역량을 확보할 수 있고 자체적인 의료대응 체계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조희은 간사도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와 공공병원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타깃은 국립중앙의료원이다”면서 “우리나라 인구 1천 명당 병상 수는 13.2개로 OECD 최고 수준(평균의 3배)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많은 병상을 가진 민간병원들은 수익을 최우선시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염병 환자를 위한 병실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인구 1천 명당 1.2개에 불과한 국립중앙의료원 등의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도맡아 치료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저소득층‧노숙인‧ 이주민 환자들은 병원을 떠나야 했다.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앞에서 민간의료에만 의존해온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그렇게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공공병원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윤석열 정부의 거꾸로된 정책에 큰 분노를 터트렸다.

참여연대 조희흔 간사
참여연대 조희흔 간사

한국노총 김윤정 정책차장은 “기재부가 경제성 논리에만 맞춰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이전 규모를 축소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정부가 더 이상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며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선언”이라면서 “기재부는 공공의료의 중추적인 역할과 기능을 국립중앙의료원이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당초의 사업추진계획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의료연대본부 신은정 수석부본부장도 “지금 대구와 경상북도에서는 기존의 공공병원 건립정책을 완전히 백지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대구와 경북지역의 국립의료원을 국립대병원인 경북대병원에 위탁하겠다며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에 대한 공격이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료라고는 1도 모르는 기재부가 민간 대형병원들의 돈벌이를 침해라도 할까봐 국립중앙의료원의 당초 병상증축 계획을 무시하고 예산을 대폭 삭감해버린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홍민경 사무국장.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홍민경 사무국장.

다음은 공공병원운동본부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립중앙의료원 축소 추진 규탄한다.

전면 철회하고 확장·이전 이행하라!

정부의 축소 결정은 감염병·재난의료·필수의료에 대한 포기 선언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요구한 1,050병상을 760병상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총사업비를 삭감하기로 한 것이다. 이전 사업 계획 상 600병상으로 늘리기로 했던 국립중앙의료원 본원 설립계획은 축소해 526병상으로 만들려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요구인 800병상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 공격에 나선 상징적 사건으로 보고 한 목소리로 강하게 규탄한다. 즉각 축소계획을 철회하고 국립중앙의료원 요구대로 확장 이전을 이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기재부는 '수도권이 과잉병상'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계획을 축소했다. 그런데 묻는다. 그 과잉병상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무슨 소용이 있었나? 대형민간병원들이 감염병 환자를 기피하고 돈벌이에 매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들이 팬데믹 대응을 도맡았다. 팬데믹 대부분의 기간 동안 10% 밖에 안 되는 공공병상에 70% 이상 환자들이 입원했고 민간병원들은 천문학적 보상금을 받고서도 미미한 기여를 했다. 심지어 보상을 받고 제대로 환자를 받지 않는 민간병원들도 많았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환자 발생으로도 수도권 병상은 거듭 거듭 포화상태가 되었다. 감염병 같은 재난의료는 시장에 맡겨두면 실패할 수밖에 없고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는 사실은 지난 3년 간 충분히 입증됐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저소득층, 노숙인, 이주민, HIV감염인 같은 약자들에게도 생명과 건강의 최후의 보루다. 돈이 안 되는 진료를 민간병원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2019년 25.9%에 달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감염병 치료를 전담하느라 이런 환자들은 밀려나 입원 중 강제로 쫓겨나기도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축소 계획은 이런 취약한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박탈하는 냉혹한 처사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팬데믹에도 돈벌이에 혈안인 민간병원을 비호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을 다 비우고 가난한 환자들을 더더욱 내쫓아서 감염병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말살은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목숨과 건강을 빼앗는 짓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공공병원을 축소하는 건 완전한 모순이다. 대형병원이 몰려있는 서울도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살릴 수 있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고 응급의료 공백도 크다. 인구당 병상이 OECD 평균의 3배인 나라의 수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까닭은 필수의료 역시 민간이 기피하는 ‘시장실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익성 극대화에 혈안인 민간병원에 수가 인상 등으로 보상을 늘려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재정 낭비와 의료비 인상으로 병원 수입만 늘려줄 뿐 아무런 효과가 없는 해결책이다. 필수의료를 바로 세우려면 공공의료를 살리고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부는 거꾸로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전계획 축소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를 말살하고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철저한 시장주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신이 "복지부는 의료산업부가 돼야"한다고 했고, "복지는 돈 쓰는 문제가 아니고 민간과 기업을 참여시켜 준시장화 해야"한다고 한 바 있다. 팬데믹으로 수만 명이 희생되고도 공공의료를 더 축소하는 정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것이다.

안 그래도 국가의 상징적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정부의 책임 있는 투자가 아닌 삼성의 기부금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만 하는 씁쓸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아예 국비는 완전히 삭감하고 오로지 삼성 기부금만으로 병원을 지으려 한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국립중앙의료원의 요구이자 심지어 삼성 기부금 수령시 약정이었다는 150병상을 다 짓지 않고 134병상으로 축소하려 한다. 생태위기와 경제위기 시기에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생각이 아예 없고 오로지 재정긴축에만 혈안인 것이다. 부자들을 위한 법인세, 종부세, 소득세 감면으로 수십 조를 깎아주겠다면서 공공의료에 쓸 돈은 없다는 정부라면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국가에서 응급, 중증외상, 감염병, 심뇌혈관, 모자 등 필수 중증 의료 분야 중앙센터 역할을 부여한 병원이다. 그런데도 본원 병상이 단 500병상인 현실은 적정 기능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중앙 국립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하려면 1,000병상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점은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3년 간 코로나19에 헌신하느라 의사 인력, 진료 건수, 수술 건수 등이 감소하고 의료수익이 크게 감소해, 팬데믹 이전 정상 진료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지원도 중단하거나 줄이고 이제 확장 계획도 축소하려 하는 것은 공공의료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계속될 팬데믹과 생태위기, 경제위기 시대에 서민들의 생명과 건강의 보루이자 공공의료의 상징 국립중앙의료원 확충계획을 축소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커다란 반대를 부를 것이다. 우리는 이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정부는 공공의료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제대로 확장 이전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2023. 01. 16.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무상의료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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