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들꽃들이 휴식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지금 씨앗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거나 이미 서둘러 한 세대를 마치고 텅 빈 열매집만 매단 채 다가올 혹독한 계절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국화는 추위에 강하기로 유명하다. 그중에도 오늘은 늦게까지 제빛을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 노란 국화 ‘산국’이다. 들과 산에 자리잡고 있다. 개국화라고도 불리는 들국화의 한 종류다.

자연스럽게 감국이랑 비교가 되는데 감국에 비해 꽃지름이 작고 혀꽃이 짧으며 촘촘하게 달린다. 보통 국화차는 감국으로 하는 게 상식이지만 드물게 보이는 감국 대신 산국으로도 만드는데 감국차에 비해 맛이 쌉쌀하다.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라 하는데 헤아리지도 못할 그 많은 이름의 국화들은 계절에 앞서서 우리 곁을 노린다.

모양과 크기는 물론 개화시간과 기간까지 인간의 편리에 맞춰 만들어지는 국화의 화려함에 밀려 산국은 차마 명함을 내밀기에도 초라해 보인다.

산에도 국화가 피나? 순간 머뭇할 지도 모르겠다. 꿋꿋하게 무서리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오상고절(傲霜孤節)의 도도함은 크고 화려한 화원 속 국화가 아니라 걷는 길에 스치는 이 작고 노란 산국를 이야기하는 것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