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봄은 남쪽에서부터 올라오고 가을은 북쪽에서부터 내려간다. 이미 이곳 가운데 지방은 가을이 깊게 지나는 중이고 보지 못하고 놓친 꽃들 생각에 아쉬움만 밀려온다.

남쪽은 아직 계절이 남아 있을 거란 생각에 여러 해를 걸쳐 벼르기만 하던 꽃을 보러 길을 나섰다. 소문보다 더 예뻤고 살고 있는 곳은 소문보다 훨씬 더 험했다.

차곡차곡 빼곡하게 덮여 있는 층층치마같은 이파리가 ‘진주바위솔’의 매력이다. 바위솔들의 색다른 매력은 여러해살이여서 내년에 꽃 피우려고 준비하는 아이들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귀엽고 앙증스런 2세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어미들의 모습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진주’라는 어여쁜 접두사가 붙었다. 보석이름이어도 나무랄 데가 없으나 지명이다. 진주 진양호와 여기저기의 바위 절벽위에 살고 있다.

서너 군데 자생지 지도를 받았는데 기껏 찾아간 곳이 알고보니 험하기로 유명해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이곳에 개체수가 풍부한 이유를 알겠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바위는 부서지고 그 아래는 바로 물이었다. 북한산 바위 탈 때가 떠오른 걸 보면 꽤 긴장이 됐나보다.

이리 험한 곳에 자리잡은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험하다는 것은 순전히 인간의 기준일 뿐이고 바위솔에게는 가장 안전한 최적의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