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이어온 화해와 평화의 동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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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이어온 화해와 평화의 동행길”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11.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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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평화의료연대, 20주년 기념행사… 토크콘서트 등 통해 새로운 시작 ‘다짐’
평연 2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12일 개최됐다.
평연 2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12일 개최됐다.

“한국의 친구들 안녕하세요? 저는 1968년 2월 퐁녁-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당시의 생존자 응엔티탄이라고 합니다. 제 고향을 찾아와 진료해준 여러분을 만나 저 역시 치료를 받으면서 진심된 마음에 크게 감격했던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활동을 통해 역사의 진실과 우리같은 사람들이 전쟁 당시에 겪었던 일들을 더더욱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화해와 평화를 향한 발걸음’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이사장 김현철 이하 평연)가 지난 12일 계룡산 인근 ‘산넘어 남촌에는’ 펜션 2층 세미나룸에서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화해와 평화의 동행길 20년’이라는 슬로건 하에 진행된 이날 기념행사는 김용주 조직이사의 사회로 ▲‘파르티잔’ 밴드의 기념 축하공연 ▲개회선언 및 인사말 ▲축사 ▲평연 20년의 기억- 20주년 영상 ▲평연과 동행한 우리들의 이야기: 인터뷰 영상 ▲평연 토크쇼 ▲공로상 시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현철 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20주년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조금 늦어졌다. 첫 해부터 참여하지 못하고 중간에 합류했는데 어느덧 20주년이라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며 “코로나19로 인행 중단됐던 진료단 활동도 이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현철 이사장
김현철 이사장

한베평화재단 강우일 이사장은 축하 영상을 통해 “베트남에서 단순히 의료혜택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면서 과거 우리 민족이 베트남에 끼친 폭력에 대해 성찰해온 평연의 20여 년에 걸친 발자국들은 진정한 평화와 화해의 첫걸음이었다”면서 “국가도 베트남에 제대로 사과를 하지 못했는데 민간단체가 이런 일을 해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전했다.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김이종 회장도 “청한이라는 단체가 의료인으로서 지향하는 바가 있는데 평연은 우리 청한이 지향하고 있는 바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장이었던 것 같다”며 “일상이 바뀌어도 진정한 가치는 결코 바뀌지 않는 법인데 20년을 한결같이 실천해온 평연 회원여러분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치하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 당시 생존자인 응엔티탄은 ‘평연과 동행한 우리들의 이야기’ 인터뷰 영상을 통해 평연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축하인사를 건넸다. 지난 2000년 제1기 진료단에서 통역팀으로 활동한 응웬느응옥도 “제1기 진료단의 일원으로 베트남 왕응아이에서 활동한 경험은 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여정이었고 22년이 지난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된다”면서 “당시 그곳에서 진료단 여러분들이 아이들과 주민들을 대하던 방식과 태도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고 지금도 존경하고 있다. 여러분의 활동을 통해 자원봉사의 모든 것을 배우게 됐다”고 피력했다.

생존자 응엔티탄은 동영상으로 축하 영상을 보내왔다.
생존자 응엔티탄은 동영상으로 축하 영상을 보내왔다.

‘화해와 평화의 동행길 20년’ 평연 토크쇼에는 노경호 · 이성오 · 오향희 · 이선영 · 응엔녁리 등의 회원이 참여해 평연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2013년에 처음 베트남진료단에 참여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오향희 회원은 “평연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였다. 평연과 인연을 맺고 활동하면서 제가 몰랐던 베트남, 그리고 전쟁과 평화라는 세계에 대해 알게 됐다”며 “이제는 이웃같고 친구같은 베트남과 꼭 진료단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베트남전 참전군인이었다는 이선영 회원도 “베트남이 어떤 곳인가 궁금해 2000년 제1기때부터 참석해왔다”면서 “평연은 제 젊은시절과 함께 해온 곳으로 매년 3월 그 곳에 다녀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베트남은 저에게 한 해를 살아가는 힘이 돼 주고 그렇게 제 인생을 밝혀준 등불과도 같은 곳”이라면서 “앞으로 진료단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형식을 달리 해서라도 베트남과의 인연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부터 진료단에 참여해온 노경호 회원은 “베트남은 제 젊은 시절의 생각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곳이었다”며 “처음 양민학살 당시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참 많이도 울었고 그러면서 전쟁의 무서움, 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토크 콘서트 장면(왼쪽부터 오향희·이성오·이선영·노경호·리 회원)
토크 콘서트 장면(왼쪽부터 오향희·이성오·이선영·노경호·리 회원)

2005년부터 통역단의 일원으로 평연과 인연을 맺은 응엔녁리 회원도 “대학교 1학년 시절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투약실에 배치돼 거의 반말로 ‘약 있어? 없어?’하던 때가 기억난다”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할아버지가 손과 발로 바닥을 거의 기어서 진료실에 들어오셨는데 침 진료를 받고 가셔서 그 다음번에 오셨을 때는 그래도 천천히 걸음을 걸으면서 들어오시는 걸 보고 참 기뼜다. 평연을 통해 한국과 참 깊은 인연을 맺었는데 다시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20주년 공로상 수상자로는 전임 이사장들인 송필경 · 정제봉 회원과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사무처장이 선정됐다.

권현우 사무처장
권현우 사무처장

권 사무처장은 “한베평화재단이 베트남 중부 여러 지역에 지원사업을 나갈 때마다 앞서왔던 평연의 발자취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얼마전 놀이터 지원사업을 나갔을 때도 한 할머니로부터 평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20여 년이 넘도록 평화의 발걸음을 한결같이 이어온 평연을 본받아 한베평화재단도 그 발걸음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파르티잔' 밴드의 공연 장면.
'파르티잔' 밴드의 공연 장면.
이날 행사에는 김현철 이사장 등 평연 회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현철 이사장 등 평연 회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진료통역단 출신 회원들.(왼쪽부터 히엔, 팜유이응옥, 응앤티히엔짱, 응엔티흐엉짜, 응엔녁리)
진료통역단 출신 회원들.(왼쪽부터 히엔, 팜유이응옥, 응앤티히엔짱, 응엔티흐엉짜, 응엔녁리)
행사 이튿날에는 20주년 기념 계룡산 가을 산행이 진행됐다.
행사 이튿날에는 20주년 기념 계룡산 가을 산행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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