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구강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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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구강보건법
  • 홍수연
  • 승인 2022.11.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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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건강시민연대 특별기고⑩] 대한치과의사협회 홍수연 부회장

제3기 건강형평성 확보를 위한 치아건강시민연대(이하 치아건강시민연대)가 지난 2월 26일 공식 출범했다. 새롭게 출범한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에서는 지난 2018년 모든 지역에서 수불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매년 4월 9일 불소의 날 기념식 행사 등 아동뿐아니라 장애인, 어르신들의 충치예방에 꼭 필요한 수불사업과 불소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을 줄여나가기 위해 우선은 불소치약 등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운동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제3기 치아건강시민연대와 함께 총 10회에 걸쳐 불소를 활용한 다양한 충치예방법들과 관련한 글들을 연재하기로 했다.

- 편집자 주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세월이 빠르다’는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의 변화속도가 정말 빠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과 모바일시대로 대표되는 요즈음은 표준이 무엇이고 규제가 어디까지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변화의 한가운데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채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면서 예상치 않았던 타격을 입기도 한다. 

그런데 질서와 규율의 준거가 될 관련법은 아직 없거나, 논란을 거치면서 산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경제체제나 사회구조의 물리적 변화가 선행하면서 이를 규율할 질서는 혼란을 거쳐 만들어지고 논란을 낳으며 결국 제도로 안착하게 되는데 이렇게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제도 종결자가 바로 ‘법률’이라고 한다. 법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한편으로는 특정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한 무기로써 법률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렇게 통과된 법률안들은 법조항에 규정된 바를 실현하기 위한 공적 조직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들의 역할은 이 법조항을 지키는(주로 관리감독) 일이다.

법규정을 어기는 경우 개인에게는 처벌을, 조직에게는 존폐의 명령을 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정부조직법에 의해 정부조직이 만들어지고 정부조직의 개편이 필요할 때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법이란 또 그런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이 사라졌다. 수불사업이 먼저 생겼고 이후 38개 자자체에 확대됐다. 구강보건법은 수불사업 이후에 만들어졌고 법안에는 제10조 ‘수불사업의 계획 및 시행’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사업의 주체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지자체이지만 제10조 3항에 보건복지부장관은 수불사업의 수립, 시행에 필요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세부사항을 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한국의 수불사업 지역 수와 정수장 수의 변천 추이
한국의 수불사업 지역 수와 정수장 수의 변천 추이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각 지자체 선거에서 차례차례 수불사업이 없어지게 되는데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는 이렇게 말한다. 마치 국민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구강보건법에서는 수돗물 불소 사용에 대한 선택권을 해당 지자체 및 지역주민에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는 주민 구강건강을 위해 수불사업이 아니더라도 불소양치, 불소도포, 구강보건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 사업이 아니더라도 지역 여건과 필요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특정 수단(수불사업) 권고를 의무화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 건치신문 2019년 8월 9일자 기사('복지부 구강정책과 "수불 대체 사업 추진")에서 일부 인용

지난 2014년 입법예고되고 2015년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이 제정되기까지 복지부에서는 불소에 대한 관리규정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복지부는 2015년 이후 수불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정수장과 보건소에서 관련 규정과 관련된 문의들이 빗발치고 나서야 인지했지만 아무런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 이것이 진실이다. 

충치유병율의 급증 등 여러 문제가 예상되고 있는 수불중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인 역학조사 실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현재까지 검토된 바가 없다"면서 "우리 부에서는 국민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선택권 논쟁과 관련 없는 불소도포 및 불소 양치 등 불소를 이용한 충치예방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복지부의 불소를 활용한 충치예방사업에 수불사업은 포함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 건치신문 2019년 8월 9일자 기사('복지부 구강정책과 "수불 대체 사업 추진")에서 일부 인용

수불사업을 중앙정부가 감독할 수도 없고 각 지자체가 이를 폐기하는 과정에 개입할 수도 없다고 이해하기엔 지나치게 게으른 변명으로 들린다. 법규정을 어겼을 경우 처벌조항이 없는 법. 구강보건법에 의해 만들어진 구강정책과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재제할 방법이 없는 법. 구강보건법은 그런 법이다. 

역사적으로 특정 공중보건사업이 등장하면, 선택의 자유라는 주장과 충돌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주별로 의무화된 수불사업이 어린이들만을 위한 법정제도(class legislation)이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반이라는 이유로 1954년부터 1984년까지 13건의 위헌소송이 제기돼 대법원까지 올라 왔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미국 대법원에서는 기각 이유로 “수불사업은 불소농도조정수돗물 음용을 강요하지 않으며, 사익은 공공의 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수정헌법 10조에서는 이미 행정당국에게 시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 건치신문 2019년 7월 28일자 기사(중단된 수불사업... “새로운 시작을 위해”)에서 일부 인용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결국 수불사업의 안정성과 공중보건 향상의 의의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즉 공공의 복리는 최선의 가치이므로 사익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공중보건법이다. 법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국민구강보건향상을 위해 여러가지 사업을 해왔다. 구강보건교육과 불소양치사업, 불소도포사업, 보건소 및 학교 구강보건실 설치, 치과부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최근에는 아동치과주치의사업까지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의 구강건강지표는 어떨까? 12세 아동의 우식경험 영구치지수는 지난 2012년 1.8까지 감소했지만(OECD 평균 1.2) 더 이상 감소하지 않고 있다. 또한 65세 연령을 기준으로 하면 잔존치아수가 늘어남에 따라 우식경험치아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우식경험영구치지수 추이(만12세)(단위: 개)-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2003-2018)
우식경험영구치지수 추이(만12세)(단위: 개)-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2003-2018)

또한 구강건강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영구치우식유병률이 더 높은 것은 물론이고 치과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돼도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소득수준과 접근성의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중구강보건사업이 절실하다.

결국 불소의 대중적 활용이 길이 될 것이다. 불소도포를 포함한 치과주치의제도를 통해 아동과 저소득층·장애인·노인 등 다양한 연령층 및 계층을 위한 구강증진활동을 꾸준하게 벌여나가면서 불소소금, 불소치약, 불소생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이 불소와 가까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구강보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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