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에게 건치 미소 찾아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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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인에게 건치 미소 찾아줄래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2.10.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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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친 장학생 씨누언‧썸보, 양산 부산대 치과병원서 연수
“한국의 치과치료 시스템 코미소 진료소에 적용하고 파”

양산 부산대학교 치과대학병원(병원장 조봉혜 이하 부산대 치과병원)으로 특별한 두 친구가 연수를 왔다.

캄보디아 현지의 NGO 사업을 후원하고 소외계층에 치과, 내과, 산부인과 등 진료봉사를 하는 단체인 ‘캄보디아의친구들(이하 캄친)’과 10대 시절부터 인연을 맺고, “남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치과의사가 된 ‘쁘락 썸보(이하 썸보)’와 ‘보 씨누언(이하 씨누언)’이다. 우리나라처럼 성, 이름순이다. 

이들은 지난 9월 4일부터 부산대 치과병원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한국의 치과 임상 기술과 시스템을 배움과 더불어 부잔장애인구강진료센터, 이주민치과진료센터 견학 및 진료, 부산과 진주 등 인근 지역을 둘러보는 등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다.

썸보와 씨누언이 부산대 치과병원으로 연수를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회원이자 캄친 정효경 선생은 연 1회, 일주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이들에게 치료 기술 등을 가르치는 데 한계를 느끼는 중이었다.

3년 전, 캄친의 활동을 지켜본 부산대 치과대학 손우성 학장은 먼저 부산대 국제 치과 교육 프로그램(Pusan National University International Dental Training Program, PNU IDT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썸보와 씨누언을 초빙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아무것도 진행되지 못하고 시간만 흘렀다. 그 사이에 프로그램 예산도 없어지고, 썸보와 씨누언의 연수도 불투명해졌다. 

손우성 교수는 사방으로 이들을 도울 방법을 구했고 마침내 대양로터리클럽의 도움을 받아 썸보와 씨누언에게 항공료, 기숙사비 등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

참고로 캄친은 지난 2007년 3월 일주일 간 캄보디아 프놈펜 센속 알롱깡안 마을 방문진료 후,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같은 해 7월 정식으로 정효경 선생을 초대 대표로 선임, NGO 후원조직으로 창립됐다. 캄친은 운영위원을 포함해 600여 명의 후원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캄친의 주요 사업은 교육과 의료 사업 지원이다. 특히 현지의 의료인력, 일꾼을 키워 상설진료소를 운영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캄친은 지난 2007년부터 알롱깡안 메리놀센터를 통해 중‧고생 12명에게 장학금 지원을 시작했고, 장학생 중 썸보와 씨누언도 있었다. 장학금에는 교육비뿐 아니라 생활비, 그리고 통학에 필요한 오토바이 등 현물도 포함돼 있다. 장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메리놀센터에서 청소를 비롯해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돌보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메리놀 장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고, 진료소 일꾼으로 양성하기 위한 ‘코미소 장학 사업’이 지난 2010년 시작됐다. 썸보와 씨누언은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참고로 캄보디아 치대는 7년제다.

지난 2012년 코미소 무료클리닉이 세워지고, 알롱깡안, 언동 등 프놈펜 빈민지역으로 이동진료를 비롯해 잇솔질 교육 등 구강건강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지난 2018년 썸보와 씨누언이 치과대학을 졸업하는 해에 코미소 진료소에 ‘치과 진료실’이 개설돼, 상설 진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진료에 어려움을 겪다 올해 5월 병원 건축이 완료되면서 유니트체어 6대를 갖추고, 치과진료도 재개했다.

본지는 썸보와 씨누언 그리고 정효경 선생을 만나 부산대 치과병원 연수생활과 캄친과의 인연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손우성 교수의 배려로 부산대 치과병원 내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 편집자 주

(왼쪽부터) 씨누언, 정효경 선생, 썸보
(왼쪽부터) 씨누언, 정효경 선생, 썸보

씨누언과 썸보는 ‘코미소 치과진료소’를 꾸려가는 치과의사다. 두 명이서 보조도 없이 환자들을 치료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씨누언은 올해 35살이고 남편과 3살짜리 아들이 한명, 그리고 여동생이 있다고 한다. 썸보는 올해 33살이며, 올 2월 결혼해 현재 임신 중이다. 형제(siblings)는 5남2녀로 복작복작한 대가족에서 자랐다. 음악을 듣고 뉴스와 논문 읽는 걸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씨누언과 썸보는 2006년 메리놀 장학생이었을 당시, 센속마을로 진료봉사를 온 ‘캄친’을 만났다. 16년하고 7개월 간 1년에 2회, 일주일간의 치과진료에서 통역과 어시스트를하며 인간적 유대를 쌓았다. 그 과정에서 ‘나도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치과의사가 되기로 했다고. 

썸보는 “캄보디아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충치 등 구강상태도 열악한 반면 치과클리닉의 대부분은 민간이고, 소수가 치료를 독점하고 있어 치료비가 매우 비싸다”며 “치대 졸업생의 80%는 개인치과를 차리거나 큰 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NGO에서 하는 진료소를 이용하거나, 오지에 있는 곳은 NGO에서 하는 이동치과진료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해서 메리놀 센터와 코미소 클리닉에서 가난한 사람들, 오지에 있는 사람들 돕고 싶어 치과의사가 되기로 했다”며 “캄친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쯤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누언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썸보는 “부산대 치과병원에서 연수를 하면서, 한국 치과의사들은 너무 바쁜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됐다”며 “그렇게 바쁜 와중에 1년에 1번이지만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캄보디아로 진료봉사를 왔다는 사실이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씨누언과 썸보는 코미소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는 틈틈이 메리놀과 코미소에서 마을사업활동과 이동진료활동을 비롯해 다른 학생들에게 위생 등 건강교육을 하기도 했다고.

(왼쪽) 썸보, (오른쪽) 씨누언
(왼쪽) 썸보, (오른쪽) 씨누언

씨누언과 썸보에게 캄보디아의 치과 및 의료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었다. 캄보디아는 1969~1973년 미국의 베트남 혁명군 대학살, 1975~1979년 크메르루즈 정권이 ‘친미인사 처단’을 명목으로 일으킨 지식인 대학살 이른바 ‘킬링필드’ 등 2차례의 전쟁과 학살을 거치는 동안 생긴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식수 공급인데, 다행히 정부와 다국적 NGO 단체들이 연합해 이 부분은 많이 해결됐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 캄보디아의 식수공급율은 65%에 달한다. 아울러 에이즈, 말라리아, 영양실조, 전염병 등 많은 의료체계 안에서 개선됐다고.

씨누언은 “캄보디아 정부는 ‘건강센터’를 통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 보건소를 늘리는 일 등에 열심이고, NGO를 통해 의료장비를 많이 들여오고 있다”며 “학생들이나 스탭 등에게 유학기회를 주는 등 메디컬 쪽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치과의료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썸보는 “치과의사 수 자체가 적고, 진료비는 매우 비싼데 국민들의 구강상황은 매우 열악하다”며 “2020년 캄보디아 루랄지역 아동 87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상 아동의 80%가 충치, 구강질환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One-2-one, Hebron, 코미소, CWF(Cambodia World Family Dental Clinic)을 비롯해 6개 NGO 단체에서 치과치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코미소를 제외하고 이동진료 형태로 발치 등 제한적 치료만 한다던지, 치료비를 받거나 한다고. 

그래서 씨누언과 썸보는 부산대 치과병원 연수에서 배운 다양한 치과 지식과 임상 기술, 시스템 운영 등을 코미소 치과진료소에 응용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썸보는 “옵저버를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본 것 같다”며 “부산대 치과병원에서 프로테이퍼, 로터리, 마이크로스코프를 접했는데, 이런 것은 캄보디아 공립병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학 실습 당시 엔도는 전부 파일로 하고 프로테이퍼를 사용하는 학교에서 보기만 했는데 이번에 사용법을 배워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썸보는 부산대 치과병원에서 배운 효율적인 환자 동선과 배치, 운영 시스템을 코미소 클리닉에 적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코미소에서는 환자 한명을 치료하는데, 혼자서 환자 엑스레이를 찍고 치료하고 마무리까지 해서 효율성이 없다”며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환자는 많고 운영도 비효율적이라 그날 치료를 못 받고 슬픈표정으로 돌아가는 환자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아쉬워했다.

아울러 썸보는 “고용된 의사가 치과 운영까지 맡고 있고, 치과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 별도의 치과차트도 없다”며 “엑스레이 필름이 없어서 그냥 발치한 적도 있고, 필요한 기기를 신청했는데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씨누언도 “부산대 치과병원에 와서 처음 본 기구들이 많았고, 새로운 걸 보고 배우는 기회가 됐다. 캄보디아에 돌아가서 코미소 진료소에서 사용하는 재료랑 기구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서 “여기서 배운 것을 더 많이 NGO와 환자들과 나누고 싶다. 코미소 진료소를 찾는 환자들에게 구강건강을 되찾아 주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부산대 치과병원에서 받은 환대와 좋은 기회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썸보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나서 임신 사실을 알게 돼 몸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며 “그런 나를 배려해서 치과위생사 선생님이 태국음식이나 내가 먹을 수 있는 걸 멀리서 사다주시기도 하고, 교수님은 수시로 내 상태를 물어보면서 옵저버 중에도 쉴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입덧 때문에 힘들 때는 병원도 데려가 주시고 약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해 줘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썸보는 “너무 힘들 땐 정효경 선생님에게 전화해 울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만큼 캄친과 인간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정효경 선생은 “이따 오렌지 챙겨줄께”라고 다독이기도 했다.

씨누언도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캄친분들과 손우성 교수님, 조봉혜 병원장님, 로터리클럽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행동하는의사회 부산지부의 '중증장애인 치과지원활동'에 참석해 진료와 어시스턴트를 하는 씨누언의 모습
지난 16일 행동하는의사회 부산지부의 '중증장애인 치과지원활동'에 참석해 진료와 어시스턴트를 하는 씨누언의 모습
전포동 외국인노동자진료소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썸보의 모습
전포동 외국인노동자진료소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썸보의 모습
(왼쪽부터) 씨누언과 썸보는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방문키도 했다.
(왼쪽부터) 씨누언과 썸보는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방문키도 했다.
미얀마 민주항쟁연대 릴레이 1인시위 중인 건치 조병준 공동대표를 만난 썸보와 씨누언. 
미얀마 민주항쟁연대 릴레이 1인시위 중인 건치 조병준 공동대표를 만난 썸보와 씨누언. 
입덧을 하는 썸보에게 전달된 따뜻한 태국음식. 
입덧을 하는 썸보에게 전달된 따뜻한 태국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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