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여든 네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난쟁이바위솔, 구실바위취, 바위떡풀, 바위수국, 바위채송화, 바위미나리아재비… 이름에 ‘바위’가 들어가 있는 것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귀하게 다시 본다. 경외심도 드러내놓고 곁들인다.

팍팍한 곳을 터전으로 삼고 꽃을 피우는 그 삶이 처연하기도 하지만 안쓰러움보다는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게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며 말 그대로 ‘바위’에 붙어 사는 식용가능한 ‘취’이다. ‘참’은 어여쁘고 귀하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향그럽고 맛있다는데 사는 곳이 높은 산에 있는 바위이니 요리할 만큼 뜯는다는 것은 쉽지 않겠다.

두 해 연속 덕유산에서 만났고 작년엔 큰 맘 먹고 설악 대청에 올라 그 높은 곳의 참바위취를 만났다. 긴 가뭄 끝이라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보란 듯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부지런한 아이들은 화려한 빨간 열매들까지 같이 매달고 있어 더더욱 반가웠다.

시커멓고 척박한 바위 위에 하얀 별들이 내려앉아 반짝이고 있다. 묵묵히 주어진 일생을 살아가는 생명들이 뜨거운 태양빛보다 더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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