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의 우려에도 정부가 일반 사기업 12곳에 ‘비의료’란 이름을 붙여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을 주며, 노골적으로 의료 시장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삼성생명 가입자 대상 서비스, KB손해보험 자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등 대기업 보험사를 대상으로 이를 허용했는데, 이 업체들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환자 관리 케어코디네이터 역할까지 부여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오늘(13일) 성명을 내고 ‘건강관리서비스’를 가장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이대로 추진할 경우 의료 시장화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보건연합은 “세계보건기구는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건강증진, 질병예방, 질병악화방지 등을 일차보건의료로 보고 있으며 이를 의료와 비의료로 임의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만성질환은 관리가 곧 치료인 만큼”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사실상 영리기업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으로, 비의료 건강관리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영리기업이 만성질환 ‘직접치료’를 목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에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을 개정해 영리업체들의 사업범위를 ‘포괄적 가능’으로 대폭 확대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환자관리, 케어코디네이터 역할을 건강관리서비스 기업에게 맡기겠다고 한 것에 대해 보건연합은 “일차의료에 대한 직접적 민영화”라고 꼬집었다.
보건연합은 “사업의 핵심인 ‘케어코디네이터’는 원래 주로 간호사로 동네의원에 고용돼 환자와 오랜 시간 밀접하게 상담하며 건강상태를 점검, 교육하고 의사와 치료방향을 설정해 왔다”며 “이 자리를 영리업체들에게 넘기는 것은 기존의 건강보험재정을 활용해 ‘동네의원,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등 공적 일차의료 강화’한다는 취지를 약화시키고, 민영화하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돌봄영역의 민영화이기도 하다. 보건연합은 “만성질환 치료‧관리뿐 아니라 비질환자 대상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서비스도 영리기업에 허용했다”면서 “이 역시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병‧의원 약국, 보건소가 해야할 공적 영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연합은 “정부는 기업의 건강관리가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의료비를 절감한다’고 말하지만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민영보험을 활성화시켜 의료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며 “민영보험사는 여기에 수집한 개인정보를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금 지급 거절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말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간보험사와 대기업을 의료시장에 진출시켜주는 ‘의료민영화’이며 건강과 돌봄의 책임도 개인에게 전가하는 정책이다.
문제는 이 정책 추진이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정당성이 없고, 정부가 멋대로 ‘비의료 행위’를 규정해 의료법 위반소지도 높다는 것.
보건연합은 “그간 민간병원이 전체 의료의 95%를 차지하는 시스템에서 예방과 건강증진은 뒷전이고 고가의 낭비성 짙은 치료영역만 비대하게 발전해 왔고, 제대로된 건강관리를 받고 싶다는 국민의 욕구를 민영화로 메우려 한다”며 “정부가 할 일은 공적 일차보건의료 시스템을 강화해 만성질환자를 돌보고,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힘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보건연합은 “재벌과 부자에게는 감세로 특혜를 주고, 기업주들의 이윤만 보장하는 반면 대다수 노동자,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정책”이라며 “20~30%대 지지율을 받는 정부가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의료민영화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데, 이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영리기업에 의료행위 허용하는 의료민영화 ‘건강관리서비스’ 정책 중단하라 - 일차보건의료 공공성 더욱 약화시키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통합돌봄 무력화할 것
정부가 지난 10/7(금) 12개 업체에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인증을 부여했다. 우리는 7월에 정부가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부터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중단을 요구했었다. 첫째,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는 심각한 의료민영화라는 점을 다시 밝힌다. 둘째, 영리기업에 '케어코디네이터' 역할까지 허용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셋째,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증진과 돌봄 영역의 민영화이기도 하다. 요컨대 ‘건강관리서비스’는 민간보험사와 대기업들이 의료에 진출하게 해주는 민영화이자, 건강과 돌봄의 책임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법·절차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다. 의료행위나 다를 바 없는 행위를 정부가 난데없이 '비의료 행위'로 규정하고 영리기업에 넘겨준다니 의료법 위반소지가 높다. 그래서 2010, 2011년에는 '건강관리서비스법'으로 법제정을 거쳐 추진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그때도 의료민영화라는 커다란 여론에 막혀 통과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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