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치과진료는 문제 없어요”
상태바
“아이들 치과진료는 문제 없어요”
  • 문정주
  • 승인 2022.10.07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정주의 공공의료 다시 읽기 5-1] 치과진료

‘치과치료’는 일단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어떤 병이든 ‘예방’이 최고의 치료법이라는 말처럼, 어린시절의 예방진료와 교육으로 평생 들어갈 치과진료비를 아낄 수 있다. 이건 국가적으로도 전체 의료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를 비롯한 치과계는 현재 시행 중인 ‘아동치과주치의제’ 내용을 ‘치료’까지 포괄해서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미국‧프랑스‧영국‧호주‧일본‧대만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아동 및 청소년에게만큼은 ‘경제적 부담 없이’ 전폭적으로 치과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가 시장화된 미국의 경우도 저소득층 아동건강보험(CHIP)을 통해 ‘덴탈홈(Dental Home)’이라는 포괄적이고 지속적 접근이 가능한 구강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생후 12개월 이내부터 제공한다. 

프랑스의 경우 전체 인구의 17%가 재정적 이유로 치과진료를 포기하는 등 건강불평등이 심각, 지난 2017년 대선 공약으로 100% 치과진료를 보장하는 정책이 나왔다. 그래서 지난 2021년부터 치과주치의(M'dents)란 이름으로 3세부터 24세까지 매 3년마다 구강검진 결과에 따라 부정교합과 보철을 제외한 치과치료, 구강보건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역사회 인구집단의 긴급 및 통상적인 치과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소득층, 임산부 및 만 18세 이하 등 취약계층에게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지난 2008년 치과보험법을 제정, 저소득층 아동‧청소년 치과의료서비스제도를 실시, 2014년부터는 아동 및 청소년 치과보조금을 확대하고 올해부터는 2년 주기로 1,026 호주달러까지 치과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취학 전 6세 미만 아동 치과치료비의 80%를 급여로 보장하고, 아동용 의치, 크라운 루프 등 일부 고가 품목에도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별로 의료부조를 통해 영유아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일본 후생성에서 치과주치의 기능 강화형 치과진료소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국영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번 『문정주의 공공의료 다시 읽기』 에서는 이탈리아의 치과진료 서비스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건강의집 내 치과에서 진료하는 모습 (제공=문정주)
건강의집 내 치과에서 진료하는 모습 (제공=문정주)

동네 일차의료를 핵심으로 의료정책을 가장 모범적으로 펼치는 에밀리아노마냐주 볼로냐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보르고-레노 건강의집을 방문했을 때다. 의사이자 관리자인 루카가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설명해주었다. 어느 순간 커다란 별도 공간에 들어섰다. 빛이 환한 대기실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진료실이 여러 개 있고 흰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바쁜 걸음으로 오갔다. 그 건강의집 안에서 가장 크고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장소였다. 치과였다. 진료실 문이 다 열려 있어 안을 볼 수 있었다. 모든 방에서 진료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루카가 한 곳에 다가가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건만 일에 열중한 치과의사는 힐끗 쳐다본 뒤 진료만 계속했다. 

대기실에 무슬림 가족이 보였다. 히잡을 쓴 엄마와 노동자 차림의 아빠가 일고여덟 살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있었다. 부모는 치과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아이의 진료 결과를 설명 듣는 듯 한데 젊은 엄마의 얼굴이 환한 미소로 빛났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수많은 무슬림 여성을 보았건만 그날 젊은 엄마의 모습은 유난히도 밝고 아름다워 지금까지 기억 속에 생생하다. 의사로서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아이의 진료 결과가 기쁠 만큼 만족스럽고 그뿐 아니라 비용 문제도 해결되었음을. 루카도 같은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조용히 대기실을 빠져나온 뒤에 말했다.

“아이들 치과 진료에는 걱정이 없어요. 0세에서 14세의 아이에게는 정기 구강 검진과 예방적 서비스가 무료고, 이를 뽑거나 충치 치료를 할 때도 약간의 비용만 부담하면 되니까요.”

이탈리아 국영의료는 이주민을 포용해 내국인과 다를 바 없는 의료를 보장한다. 아까 그 가족은 아마 오랜 시름을 여기서 털어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성인은 상황이 달랐다. 아이들과 달리 성인은 치과 진료에 국영의료의 보장을 받지 못했다.

“성인은 희귀질환, 약물중독, 장기이식, 면역결핍증 환자일 때에만 국영의료의 무료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사적 의료로 치과를 이용해야 하고 비용 전부를 개인이 내야 한다. 에밀리아로마냐주가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소득수준이 아주 낮은 사람만 지원해 대다수 시민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치과 진료를 보장하지 않는다니, 국영의료에 못다 한 과제가 있구나 싶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