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높여도 민간병원이 응급‧필수진료 의사 고용 안하는 게 문제”
“특정 진료과 전문인력 고용 제도적 강제‧공공성 강화” 정부에 주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연합)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상업적 의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으로 규정하고, 의료공공성을 바로 세우는 길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보건연합은 정부에 이번 사건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수술 가능 인력이 모두 부재중이었던 행정문제, 뇌혈관질환 1등급 병원임에도 인력기준과 대기인력 기준이 지켜졌는지 조사해야한다”며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해 가산수가를 지불하는 이유는 의료진을 충분히 고용해 중증질환자에 대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르모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조사와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아산병원은 지난 2018년 과중한 업무로 고통받던 故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해 산재 판정을 받은 사업장”이라며 “이번 사건에서도 고인이 처했던 노동환경과 업무연관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연합은 “대형병원이 수익성 문제로 인력 고용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상업적‧비윤리적으로 경영된다는 반증”이라며 “경제적 보상 부족이라는 의사사회 일부 주장은 병원이 생명보다 돈벌이에 더 열중한다는 증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연합은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료인력 기준 제도화와 공공의료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필수의료 의사 부족, 병원 인력 고용 문제는 보상이 적어서가 아니다”라며 “응급진료나 필수진료는 여타 진료처럼 행위 수를 늘릴 수 없고 비급여가 적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상을 늘려도 병원 수익만 상승할뿐 인력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건연합은 지난 2009년 흉부외과 가산금이 2배 상승됐지만 전공의가 늘어나지 않은 현실을 예로 들었다. 병원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필수 의료부분을 등한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이들은 “병원이 전문의 고용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실제 흉부외과 수가가산금은 흉부외과 전문의 고용이 아니라 평균 50%, 많게는 95%가 의료기관 수익상승으로 이어졌을 뿐”이라며 “이국종 교수가 이미 밝혔듯 흑자가 나도 수익이 더 발생하는 진료과에 병상과 인력을 더 배정하는 일이 민간병원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연합은 “소위 ‘기피과’ 의사들 상당수가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며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공의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수련 후 전문성을 살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며, 병원이 전문의 고용을 늘리면 수련 전공의도 늘어날 것”이라고 짚으며, 인력 고용을 병원 자율에 맡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건연합은 “정부는 난이도가 높고 활용도가 낮은 수술이라도 사람살리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면 특정진료에 대한 전문의 인력 고용을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며 “의사를 공공적으로 양성해 공공병원과 필수의료 배치하는 등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보건연합은 “시장 의료의 왜곡 때문에 국내 최고 병원이라는 곳조차 필수 응급진료 할 의사가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민간병원만 더 지원하고 공공병원을 위축시키며 의료‘산업’으로 돈벌이 하겠다고 의료영리화 정책을 내놓는 윤석열 정부는 이런 비극을 더 양산시키려는 것”이라며 “의료의 공공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의료의 본령을 바로세우는 길”이라며 정부에 제대로된 역할을 촉구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국내 최대 병원에도 필수진료 의사가 없는 현실은 한국의 상업적 시장의료 민낯을 보여준 것
지난 달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이 발생했으나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첫째. 정부는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필수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인력 기준을 제도화하고, 공공적인 의료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한국에서 의료인력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 병원이면서도 2018년 열악한 간호사 노동조건으로 인한 사망사건에 이어 의사 부족으로 이번 사건을 일으켰다. 이는 열악한 일부 병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민간병원의 수익성 추구가 낳는 보편적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민간병원 중심의 상업적 의료체계에 메스를 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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