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숲속 나뭇잎이 쌓여 썩은 그 푹신한 곳에 비슷한 빛깔로 고개를 내밀었다. 동물도 아닌 것이 보호색을 띠고 있는 걸까. 꽃들을 보호하는 포(苞)가 발달한 불염포는 천남성과의 특징이다.

육질의 몸에 꽃잎 없이 다닥다닥 붙어서 꽃이 피는데 이것을 육수꽃차례라 부른다. 예쁜 꽃세계의 용어들이 얼마나 고약한지 모른다. 가부좌를 튼 부처가 후광같은 불염포를 두르고 있는 모습에서 앉은부처, 그리고 앉은부채가 되었다. 이 아이는 작아서 ‘애기앉은부채’이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다. 상사화인 셈이다. ‘앉은부채’는 이른 봄에 꽃이 먼저 피고 그다음 숲을 덮을 기세로 넓은 잎이 피어난다. 애기앉은부채는 6월에 잎이 지고나면 잠시 숨을 고른 다음 8월초 붉은 포가 올라온다.

열매는 신기하게도 땅속에서 영글고… 꽃이 지고나면 꽃대가 휘어져 땅속으로 들어간다. 땅콩꽃이 그런 것처럼… 별로 좋지 않은 향을 내어 곤충과 동물들이 수정을 도와준다.

‘애기앉은부처’이면 훨씬 자연스러울 것을… 부채라니 참 뜬금없다.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질서정연한 말 그대로의 자연을 인간의 머릿속에서 나온 틀로 얽어매다니… 참 고약하다.

그 안에 ‘종교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도 있으니 손전등 들고 들던 비 내리던 그 숲속만큼이나 캄캄하기 그지없다. 그저 저 꽃 이름만큼 뜬금없는 소문일 뿐이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