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은방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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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은방울꽃
  • 유은경
  • 승인 2022.06.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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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일흔 여섯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이즈음의 여느 숲속은 조금 심심하다. 아기자기하고 환한 봄꽃들이 짧지만 화려했던 그들의 삶을 끝냈기 때문이다. 올봄, 꽃들의 반란은 유난했다. 개화는 늦더니 짧은 시간 안에 여름꽃까지 한꺼번에 피어버렸다. 꽃들을 만날 수 있는 때를 가늠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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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숲속을 걷다가 은방울꽃을 만나면 우선 발걸음을 조심하게 된다. 평평한 곳에서 나즈막히 무리지어 살고 있다. 또 숲속이지만 햇볕이 그중 잘 드는 곳이니 하늘이 뚫려있어 눈앞이 환해진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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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면 퍼지는 은은한 향이 일품이어서인지 향수의 재료로 쓰이는 반면, 온몸 전체에는 독이 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두 장의 시원한 잎은 명이나물이라 불리는 산마늘, 또 비비추와 혼동하기 쉬울 만큼 비슷하니 조심해야 한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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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도 되지 않는 작은 종모양의 꽃은 끝이 여섯 갈래로 갈라져 있다. 갈라진 꽃잎 끝이 살짝 뒤로 젖혀져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은지… 이 작은 꽃들은 눈에 잘 뜨이지 않게 숨어 있다. 잎을 살짝 들춰야 조롱조롱 매달린 하얀 꽃들이 보인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수정을 위해 헛꽃을 만들거나 또는 잎이 꽃인 양 위장해 벌과 나비들을 유혹하는 다른 꽃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뭘 믿고 그리 배짱을 부리는지 의심할만하다. 후손을 많이 퍼뜨리는 것이 본능인데 말이다. 은방울꽃은 가을에 열리는 둥글고 빨간 열매로도 번식을 하나 백합과답게 주로 뿌리번식을 한다. 넓은 잎 뒤에 숨어 여유롭게 흔들리는 이유가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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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방울꽃은 흔히 알고 있는 들꽃의 소박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보기 드물게 말끔한 잎모양, 투명하기까지한 하얀 꽃은 차갑고 똑 떨어지게 완벽해서 꼭 서울에서 전학 온 깍쟁이 여학생 같다.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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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면 하얀 종소리가 날 것 같은 그 빛나는 모습은 숲속 푸르름을 한층 우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은방울꽃에 대해 찾아보고 사진을 정리하는 지금, 어느 해 봄에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은방울꽃을 꺾어서 생일 맞은 내게 쑥스럽게 내밀던 이웃아저씨의  굵고 투박한 손이 생각난다. 작년에 만난 분홍빛을 머금고 있는 은방울꽃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시잔 5-8)

(사진제공= 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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