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일흔 다섯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처음 맞닥뜨린 것은 설악산 ‘십이선녀탕길’에서였다. 어찌 담아야 하나 난감할 정도로 한덩치 한다.

들꽃들은 자그마해서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데 ‘연영초’는 그런 수고를 덜어준다. 햇볕이 직접 닫지 않는 숲속 그늘에서 살며 멸종위기식물이다.

지리산에서도 발견되지만 주로 중부이북 높은 산에 있다. 이파리도 3장, 꽃받침도 3장, 하얀 꽃잎도 3장, 제멋대로 살짝 토라진 암술머리도 세 갈래이다.

학명에 트릴리움(Trillium)이 들어 있는 것이 당연한 듯 보인다. ‘왕삿갓나물’이라고도 부르며 한국에는 연영초와 울릉도에만 있는 ‘큰연영초’ 두 종이 있다. 큰연영초는 암술머리가 검은 빛에 가깝다.

숲을 다 감싸안을 듯 넉넉한 잎사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은 하얀 꽃은 푸르디푸른 숲에서 초록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는 청초한 신부같다.

그 우아함은 조심스럽고 자태는 정갈해서 계획하지 않았으나 기꺼이 숲속 잔치의 하객이 되었다. 꽃말은 ‘그윽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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