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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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을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05.04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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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태일의 친구들' 송필경 제2대 이사장
송필경 이사장
송필경 이사장

전쟁과 가난으로 ‘그늘과 그늘로 옮겨 다니면서 자란’ 전태일 열사에게 대구 청옥학교를 다니던 시간들은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남아 있다. 가장 뜨겁게, 가장 깊이 ‘나 보다 더 힘든 어린 영혼’을 사랑한 전태일의 정신이 싹튼 곳, 대구는 단순한 출생지가 아니라 전태일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창립선언문 중에서

본지 송필경 논설위원이 지난 2019년 창립한 (사)전태일의 친구들(이하 전태일의 친구들) 제2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대학생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기를 간절히 바랐던 전태일 열사의 옛집이 남아 있는 곳, 대구에서 열사의 친구가 되어 '어린 동심'이 착취당하지 않는 세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모두가 함께 나누고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열사의 정신을, 또한 그가 살았던 대구 남산동의 옛집을 길이 보존하고자 결성됐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며 ‘근로기준법을 지켜 달라’고 절규했던 전태일 열사와 노동자의 어머니 故 이소선 여사, 그리고 뒤늦게나마 열사의 영원한 대학생 벗이 돼 주었던 故 조영래 변호사의 고향은 모두 대구였다.

“대구 중구 남산동 218-1번지에 있는 전태일이 살았던 옛집은 청계천 평화시장을 제외하고 전태일 열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곳을 남겨두기 위해 ‘전태일의 친구들’은 대구시민의 모금을 통해 약 6억 원을 마련, 옛집을 매입하고 약 7천만 원을 수리비로 남겨뒀다. ‘대구’에서 이 모금은 기적적인 액수였다. 대구를 ‘전태일의 도시’로 만들려는 대구 시민의 염원이기도 했다.”

‘전태일의 친구들’ 제2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송필경 논설위원은 무엇보다 지난 3년 동안 ‘전태일의 친구들’을 이끌어왔던 제1대 이재동 이사장과 이사 및 회원들이 지금까지 놀라운 업적을 쌓아왔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서울로 떠돌이 생활을 한 전태일 열사는 1962년 8월부터 1964년 2월까지 이 옛집에서 셋방살이를 했다. 남루한 떠돌이 생활을 하다보니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이 옛집 인근에 있는 명덕초등학교에 부설로 마련된 중학교 과정인 ‘초등고등공민학교’를 다녔다.

그토록 바랐던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교사였던 대학생을 선생님으로 모실 수 있었고, 같은 급우였던 여학생에게 첫사랑을 느끼기도 했다. 후에 평화시장 노동자 시절 봉제공장 업주의 처제인 연상의 여성을 짝사랑하게 됐을 때 그의 고향을 묻는 여성에게 열사는 ‘저는 대구사람 전태일입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지난 2020년 11월 12일 전태일 열사의 옛집(생거지)을 매입하고 문패 달기 행사를 진행했다.
'전태일의 친구들'은 지난 2020년 11월 12일 전태일 열사의 옛집(생거지)을 매입하고 문패 달기 행사를 진행했다.

송필경 이사장은 “제2대 이사장의 임무는 70년 정도 된 열사의 옛집을 제대로 수리하고, 마당 터의 셋방을 고증을 통해 완벽하게 복원하는 일”이라며 “임기 동안 옛집 수리와 열사가 살던 셋방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대구는 전태일이 태어났고, 배우고 또 삶의 기쁨을 느낀 곳이며 때문에 전태일의 이 옛집은 후세들이 동대문 평화시장과 함께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면서 “현재 남아 있는 돈으로는 전태일 열사의 옛집 수리와 복원에 턱없이 모자른 형편이다. 더욱이 새로 집권한 보수 정권 아래에서 관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매우 힘들 것이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을 시민의 힘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염치없지만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려는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관심과 성의를 부탁하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송필경 이사장은 지난 1982년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1985년 대구에서 치과를 개업한 뒤 공해추방연합회 창립회원,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동대표, (사)베트남평화의료연대 대표이사, 한베평화재단 이사, 기본소득대경포럼 상임대표 등을 역임해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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