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소꿉놀이 밥상에 많이 올랐던 괭이밥! 노오란 꽃은 밥상 한가운데 정체불명의 반찬으로 올랐고 하트형 잎은 왜 그랬는지 꼭 국이었다.

그리고는 냠냠 소리만 낸 것이 아니라 진짜 씹어 먹었다. 시큼한 맛이 지금도 여전한가 가끔 맛을 보게 된다. 고양이가 탈이 나면 뜯어 먹는다고 괭이밥이고 그것보다 크다고 ‘큰괭이밥’이다.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사는 곳도 다르다. 괭이밥은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나 자리를 잡고 살지만 큰괭이밥은 조금 깊은 숲속, 그늘을 좋아한다.

까탈스럽기가 그지없어 너무 이른 시간이거나 오후 서너 시가 되면 꽃잎을 닫고 있고, 흐린 날에는 아예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활짝 피어나도 고개를 어찌나 깊게 숙이고 있는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최대한 낮추어야 눈을 맞출 수 있다.

세장이 모여 있는 잎도 어여쁜데 꽃줄기가 먼저 올라와 꽃이 피니 넓게 펼쳐진 잎을 같이 만나기는 쉽지 않다.

뽀얗고 말간 피부에 자주빛 줄무늬가 선명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수줍어 고개 돌리는 산골 소녀가 보인다. 배시시 웃는 그 모양에 보는 이의 입꼬리도 올라간다. 하루에 활짝 열고 있는 시간도 짧은데 피어 있는 기간도 길지 않다. 부지런해야 만날 수 있다.

올봄은 봄꽃들이 늑장을 부리더니 한꺼번에 피어나고, 피어 있는 시간도 짧아 꽃시계가 정신없이 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