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정에서 의료과실 은폐 정황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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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정에서 의료과실 은폐 정황 발견”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04.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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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등, 기자회견 통해 ‘의료중재원 공정성 및 투명성’ 마련 촉구
(왼쪽부터) 경실련 남은경 국장, 환단연 안기종 대표, 경실련 송기민 정책위원, 환단연 양현정 이사, 신현호 변호사, 건세넷 김재천 상임활동가.(사진제공= 건세넷)
(왼쪽부터) 경실련 남은경 국장, 환단연 안기종 대표, 경실련 송기민 정책위원, 환단연 양현정 이사, 신현호 변호사, 건세넷 김재천 상임활동가.(사진제공= 건세넷)

의료분쟁은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지만 금전과 시간상의 부담이 크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직접 의료사고의 원인이나 의료인 과실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박은수 이하 의료중재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의료중재원에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과실 여부 등을 판단하는 감정 업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다는 ‘감정소견’이 최종감정서에서 누락되면서 의료과실을 은폐‧조작했다는 정황이 발견돼 지난 1월 1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피해자와 공동으로 최종감정서 작성을 담당하는 상임감정위원(의사) 3명에 대해 의료중재원의 공정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경찰은 지난 6일 의료중재원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넷)와 경실련,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단연) 등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중재원 공정성과 투명성을 촉구했다.

경실련 남은경 사회정책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 단체들은 “의료사고의 원인과 내용을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할 감정 과정에서 의료과실을 은폐한 정황이 일부 드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기관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미흡해 감정의 편파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의료사고는 환자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 때문에 의료인은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국가는 불가피한 사고라도 적정한 조정과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이에 시민사회는 전문가인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입증책임 전환’을 요구했으나 국회는 독자적인 감정부 설치만을 담은 현행 「의료중재원설치법」을 통과시켜 입증책임에 대한 명시적 규정 없이 의료과실 유무와 인과관계 규명에 한계가 있으며 감정의 편파성 역시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등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중재원 공정성과 투명성을 촉구했다.(사진제공= 건세넷)
경실련 등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중재원 공정성과 투명성을 촉구했다.(사진제공= 건세넷)

아울러 이들 단체들은 “지난 2012년 의료중재원 설립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잠시 거론되는 것 외에 기관운영의 문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이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운영과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에 기인한 것”이라며 “그동안 감정부에 대한 기강감사만 있었을 뿐 감정 업무에 대한 기획 감사가 전무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최근 경실련은 의료중재원의 상임감정위원 의사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분쟁조정의 핵심인 감정서 작성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다는 의견을 최종감정서에 반영하지 않거나 반대로 기재해 공정해야 할 의료중재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였다”면서 “의료과실을 제기하는 소비자 위원은 감정부 회의에서 배제한다는 의혹도 있다”고 감정부 위원구성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끝으로 이들 단체들은 “최종감정서를 공유하지 않은 채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 사전에 백지서명을 요구하고 감정결과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부실한 익명 자문을 받는 등 의료중재원의 관행도 문제가 많다”며 “보건복지부는 감정과정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부당행위를 모두 조사하고 관리‧감독방안을 마련하고 의료중재원은 감정부 비상임위원 사건배당 프로세스 및 위원별 배당 현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환단연 안기종 대표와 양현정 이사(현 의료중재원 비상임감정위원), 경실련 송기민 정책위원(전 의료중재원 비상임감정위원), 건세넷 김재천 상임활동가, 신현호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이들 단체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의료중재원의 의료과실 은폐·조작 철저히 조사하고
감정 공정성·투명성 확보방안 마련하라

의료사고 분쟁조정과 피해구제의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고 피해와 분쟁으로부터 신속하게 환자를 구제하기 위해 공공기관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을 설립·운영중이다.

그러나 의료사고의 원인과 내용을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할 감정 과정에서 의료과실을 은폐한 정황이 일부 드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기관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미흡하여 감정의 편파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의료사고는 환자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회복하기 위해 간 병원에서 예기치 않게 증상이 악화되거나, 경우에 따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에 의료인은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며, 국가는 불가피한 사고라도 적정한 조정과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 분야는 행위의 전문성과 현장의 밀실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의료사고의 과실 여부를 직접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증거자료인 진료기록도 의료기관의 기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이 이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시민사회는 전문가인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입증책임 전환’을 주장했으나, 국회는 독자적인 감정부 설치만을 담은 현행 ‘의료중재원설치법’을 통과시켰다. 입증책임에 대한 명시적 규정 없이 의료과실 유무와 인과관계 규명은 한계가 있으며, 감정의 편파성 역시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2012년 의료중재원 설립 이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잠시 거론되는 것 외에 기관운영의 문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운영과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에 기인한 것이다. 그동안 감정부에 대한 기강감사만 있었을 뿐 감정 업무에 대한 기획 감사는 전무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경실련은 의료중재원의 상임감정위원 의사들을 경찰 고발했다. 분쟁조정의 핵심인 감정서 작성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다는 의견을 최종 감정서에 반영하지 않거나, 반대로 기재하여 공정해야 할 의료중재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였다.

이외에도 환자시민단체들은 최종 감정서를 공유하지 않은 채 사전에 백지서명을 요구하거나, 감정결과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부실한 익명 자문을 받는 등 의료중재원의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과실을 제기하는 소비자 위원은 감정부 회의에서 배제한다는 의혹도 있어 감정부 위원구성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요구했다.

국가가 나서서 환자와 의료인 사이에 다툼을 해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억울한 환자 피해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의료 환경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의료사고의 과실과 원인 규명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 업무가 선행되는 것이다. 만약 편파적 감정으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방치했다면 의료중재원은 더 이상 국민의 세금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에 함께한 단체들은 의료사고 피해의 온전한 구제를 위해 의료중재원 감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함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보건복지부는 감정과정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부당행위를 조사하고 관리‧감독방안 마련하라. 

하나. 의료중재원은 감정부 비상임위원 사건배당 프로세스 및 위원별 배당 현황 공개하라. 

하나. 경찰은 의료과실 은폐·조작 사실을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자 처벌하라.

2022년 4월 20일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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