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현장은 의료체계 붕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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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현장은 의료체계 붕괴 중”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03.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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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노조 연대체, 기자회견… 의료인력 증원 등 정부 대책 촉구
국립대병원노조 연대체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력 증원 등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국립대병원노조 연대체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인력 증원 등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이하 의료연대본부) 소속 국립대학교병원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이하 연대체)가 지난 2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전담하고 있는 국립대병원의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연대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정재범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매일 3~400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죽어가고 있고 국립대병원 현장 노동자들도 일하는 도중 수시로 감염되면서 추가 의료인력 투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임데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총정원제만 내세우면서 필요 인력을 증원해달라는 국립대병원의 절박한 요구를 번번이 묵살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로 미룰 것이 아니라 현 정부에서 즉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연대본부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정부 발표에 나오지 않는 국립대병원의 열악한 현장 인력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국립대병원에선 병실이 부족해 음압병동이 아닌 병동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간호사가 한 듀티(근무)에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를 번갈아 보기까지 한다”고 증언했다.

이어 의료연대본부 한지연 강원대병원분회장도 “이제 사실상 코로나19 전담 병상과 일반 병상의 구분은 없는 수준”이라며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접촉이 그렇게 빈번한데도 원내 접촉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임에도 의료진들이 확진됐을 때 국립대병원 중에는 3일만 격리시키는 곳도 있다. 의료진들의 면역체계는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말인가? 부족한 인력을 채우다 보니 지금과 같은 지침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병상 확대 명령에 따라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국립대병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지역 의료체계가 이미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안상순 부지부장은 “코로나19 중증환자가 늘자 코로나19 위중증 병상 확대를 지시받았고 이에 부산대병원은 호흡기내과와 신경외과 등 타 질환 중환자실을 폐쇄했으며 그 외 중환자실 간호사들까지 코로나19 중환자실로 차출했다”면서 “일반병동 입원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도 중환자실을 폐쇄해 다른 병원으로 급하게 보내거나 아니면 일반 병동에서 치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 충남대병원 임백란 지부장이 대독한 발언문을 통해 모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현재 감염병 전담병원은 정부가 지정만 했을 뿐 준비가 돼있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평상시부터 제대로 감염병 전담병원을 책임지고 운영해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정부의 파견 인력은 군의관이나 공보의 수준으로 지원·파견은 보내지만 업무는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내고 있는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 신용석 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 신용석 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연대체는 이날 의료연대본부 신동훈 제주대병원분회장과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지역 신용석 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국립대병원 현장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국립대병원 의료인력 증원 ▲코로나19 확진 의료진의 자가격리 기간 축소·완화 지침 전면 재검토 및 충분한 치료기간 보장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70개 중진료권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정·육성정책의 차질없는 추진 등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연대체가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지금이라도 국립대병원의 의료체계 붕괴를 막아야 한다.

코로나19 위중증환자 전담하는 국립대병원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료체계 붕괴!

실패한 병상확보 계획으로 일반환자까지 치료시기 놓쳐 전국민 치료받을 권리 박탈!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무시한 의료진 격리기간 단축 지침을 전면 재검토하라!

 

○ 지난해 12월 20일 전국국립대병원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는 바로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 시기, 갈수록 늘어나는 코로나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의 부족한 의료인력 확충과 정원 확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 그 이후 3개월이 지났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의료인력 요청은 철저하게 무시됐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다.

그사이 정부는 방역 완화를 시행하였고, 최근 신규 확진자는 60여만명의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매일 3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누적확진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고, 국민 5명당 1명이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은 코로나19 감염자 중 위중증환자를 전담하여 치료하고 있다. 정부는 위중증환자 병상가동률은 전국 평균 60% 정도 유지되고 있어 여유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사망하는 사망자는 하루 300여명에 이른다. 정부 얘기대로 중환자병상은 여유가 있는데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병상만 확보하면 환자치료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환자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인력 투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정부는 의료인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오히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총정원제 규제를 내세워 필요인력을 증원해달라는 국립대병원의 절박한 요구마저도 번번이 묵살하고 있다. 의료진 확진자가 많아진 지금 국립대병원의 인력충원이 시급한 문제인만큼 기재부는 하루빨리 증원을 승인하고 의료인력확보를 위해 역할을 다해야한다.

○ 국립대병원의 일반 병실 사정은 더더욱 아비규환이다. 일반환자의 코로나19 감염과 의료진의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반환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는 격리병동의 병상확보를 위해 전원도 하지 못한 채, 음압시설이 없는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경우 지자체가 의료인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무조건 병상 확보와 감염환자 입원을 요청함에 따라 병동을 축소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실제 병상가동률은 50% 이하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긴급한 환자들은 치료받을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고, 병실을 구하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다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국립대병원에서 이처럼 환자들의 치료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과 함께 의료진의 안전권과 노동권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국립대병원 일반병동에서는 고령 환자일수록 중등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노동강도가 높아지는데도 의료인력 확충은 없다. 확진환자가 발생해도 담당환자수를 줄이지 않아 일반환자와 코로나 감염환자를 동시에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호자와 간병인 없이 간호사가 모든 일을 다 떠맡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 의료인력이 부족해 불규칙한 파견근무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해 간호인력의 육체적·정신적 소진은 한계에 이르렀다.

○ 여기에다 의료진들은 확진이 되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최상의 환자치료를 위해 의료인력 보호는 필수조건이지만 확진된 의료인력에 대한 격리기간은 고무줄처럼 기준도 모호하고 지침도 모호하다. 정부의 BCP 단계 완화 지침에 따라 국립대병원장 마음대로 확진된 의료인의 격리기간을 7일, 5일, 3일로 축소할 수 있게 되어, 충분히 치료받지 못한 국립대병원의 의료인력은 아픈 몸을 이끌고 환자를 돌봐야 하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또한, 갑작스러운 감염으로 인한 자가격리로 교대근무표는 아무 의미 없는 종잇장이 되어버리고, 규칙적인 근무와 정당한 휴가 보장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돼 오죽하면 “나도 감염되었으면 좀 쉴 수 있을텐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 한편,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감염관리수당은 코로나19 전담 병실에 근무하는 인력에 대해서만 지원될 뿐 일반병동에서 근무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같은 병원에서 같은 코로나 감염환자를 치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에 대해서만 감염관리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명확한 차별행위이고, 일반병동의 의료인력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 국립대병원은 지역거점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일반환자 치료와 코로나19 감염환자 치료에 전념을 다해야 한다. 정부가 중환자 병상확보를 요구하고, 각 지자체가 감염자 확산에 따른 대응체계를 요구하면 국립대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이 요구에 따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료인력 확충대책과 의료인력 보호대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국립대병원의 의료진 붕괴와 의료체계 붕괴를 막을 수 없다.

○ 이에 전국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의료진 집단감염사태로 인한 국립대병원의 의료진 붕괴와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국립대병원 현장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정부에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환자와 일반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즉각 국립대병원 의료인력 증원에 나서라!

둘째, 정부는 환자 안전과 병원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된 의료진의 자가격리기간 축소·완화 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확진된 의료진에게 충분한 치료기간을 보장하라!

셋째, 정부는 코로나19 전담병실과 일반병실 구별 없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국립대병원의 모든 인력에게 차별 없이 감염관리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기준을 보완하라!

넷째. 감염병은 코로나19가 마지막이 아니다, 어떤 감염병이 오더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는 부족한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권역책임의료기관과 70개 중진료권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정·육성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라!

2022년 3월 28일

전국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

강원대학교병원, 경상국립대학교병원, 경북대병원, 경북대치과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치과병원, 서울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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