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 김진숙, 37년 만에 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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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김진숙, 37년 만에 복직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2.02.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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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금속노조, 23일 명예복직 및 퇴직 전격 합의
과거사 정리‧화합 차원…해고‧장기투쟁 반복되지 않도록
HJ중공업과 금속노조는 오늘(23일) 오전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김진숙 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진행했다.
HJ중공업과 금속노조는 오늘(23일) 오전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김진숙 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진행했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됐던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37년만에 복직한다.

HJ중공업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는 오늘(23일) 11시 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노동계 숙원이었던 해고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의 즉각적인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열었다. 명예복직 및 퇴직 행사는 오는 25일 11시 영도조선소에서 개최된다.

합의서에는 김 위원이 이달 25일자로 복직하고 당일 퇴직한다는 것과 퇴직 관련 모든 사항은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위원은 지난 1981년 HJ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1986년 노조 활동을 이유로 대공분실로 끌려가는 고초를 겪었으며, 같은 해 강제적인 부서이동에 반발해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됐다.

이에 김 위원은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지난 27년간 법적소송과 관계기관의 중재요청 및 복직투장을 이어 왔다. 

동시에 김 위원은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며, 지난 2011년에는 한진주중공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부산 연도구 공장 내 85호 크레인에 올라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전국 노동‧시민사회는 주말마다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와 김 위원과 연대했다. 이를 통해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은 전원 복직했지만 김 위원은 그렇지 못했다.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와 부산지법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결을 근거로, 금속노조는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복직을 권고했다는 점을 들어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며 오랜 기간 복직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김 위원이 복직투쟁을 하는 37년 동안 회사의 주인은 3번이나 바뀌었다. 해고 당시 대한조선공사에서 1989년 한진중공업으로, 2021년 동부건설 컨소시엄에 인수돼 HJ중공업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그러는 사이 지난 2020년 김 위원이 만 60세 정년이 되면서 복직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HJ중공업은 사명까지 바꾸고 새 출발을 하는 상황에서 해묵을 갈등을 털고 노사가 함께 회사 재도약에 집중한다고 방향을 정하고, 금속노조는 노동운동의 상징인 해고자 김진숙이 명예롭게 복직과 퇴직을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법률적 자격 유무를 떠나 과거 같이 근무한 동료이자 근로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도 “장기 투쟁의 결과이면서 다시는 이런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뢰와 화합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이라며 “과거와 달리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내려준 새로운 경영진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늦게나마 김 위원을 명예복직시키고 해묵은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사측의 결단이 이후 노사 관계 재정립에도 중대한 의미로 작용하길 기대한다”면서 “김 위원의 명예복직은 개인의 침해된 권리회복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회복하고 세우는 일이다”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참여연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도 숱하다”면서 “이번 김 위원의 복직이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권이 보장된 사회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그 과정에 수많은 이들의 고통과 투쟁이 있었음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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