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사태를 통해 본 대전시 공공의료의 현주소
상태바
넥슨 사태를 통해 본 대전시 공공의료의 현주소
  • 원용철
  • 승인 2022.02.10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설·시론] 원용철 논설위원
지난해 11월 10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개최된 ‘광주·울산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원용철 상임대표.
지난해 11월 10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개최된 ‘광주·울산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원용철 상임대표.

대전시는 지난달 10일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과 관련된 넥슨재단과의 3년 전 업무협약 내용을 원본 공개 없이 발표했다. 발표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협약서 원본에는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기업명칭 사용 ▲병원장 임명 시 대전시와 넥슨재단 간 협의 ▲넥슨재단의 병원운영위원회 참여 ▲20억 이상 사업비 증감 시 넥슨재단과 협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동안 토닥토닥 등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제기돼왔던 문제가 기정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36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돼 있다. 다르게 말하면 국가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신성한 의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국민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의료보장성을 높이며, 공공의료 투자를 확대하고 공공의료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다양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국가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공공보건의료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보건의료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손발과 같은 것은 공공병원이다. 그러기에 국가는 최우선적으로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즉 얼마만큼을 언제까지 어떻게 확충하겠다는 계획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공공보건의료정책이라도 그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손발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충분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법률에서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3조에 보면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기 위하여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 ②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하여 충분한 수의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즉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은 곧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법 7조에서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은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아동과 모성·장애인·정신질환·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관련된 보건의료, 교육·훈련 및 인력 지원을 통한 지역적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이렇듯 공공보건의료는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국가나 지방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기준으로 공공의료기관수는 전체 기관의 5.7%, 병상수는 9.2%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공공보건의료정책을 세우고 전국에 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조직하고 지원단을 설립한들 공공보건의료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이다.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철저하게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왜곡될 수밖에 없다. 대도시나 어떤 의료분야는 과잉으로 넘쳐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보건의료분야나 농어촌 지역은 절대부족의 결과을 경험하고 있다.

정신질환이나 응급진료 등의 필수보건의료는 절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민간의료기관은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는 철저하게 외면해 버린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공공의료기관 확충도 중요하지만 국가나 지방정부가 이러한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기본적인 의지도 없다는 점이다. 그것을 증명한 사건이 바로 이번의 넥슨사태인 것이다.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지역공약으로 설립이 추진돼 우여곡절 끝에 개원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3년 전 넥슨재단이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에 100억 원을 기부하면서 대전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대전시가 기부기업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통째로 넘긴 꼴이 된 것이다. 또한 대전의료원 설립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방적으로 시민추진위원회를 해산, 시민참여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일도 있었다.

공공의료정책 수행은 국가의 사무이다. 그런데 공공병원으로 설립되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일부 비용을 기부했다고 병원 명칭부터 기업이름으로 한다든지, 국가의 사무인 병원 운영에 기부기업이 개입하게 한다는 것은 공공사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대전의료원도 시민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대표적인 행정편의주의일 뿐이다. 바라기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전시가 공공보건의료정책 수행을 지방정부의 고유 사무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전시민들과 함께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꼼꼼하게 점검해보기를 바란다.

원용철(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상임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