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위해서라도 상병수당 도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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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해서라도 상병수당 도입 절실”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2.0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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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끝장넷, 정부에 시범사업 계획 재수립 촉구… 소득보전율 등 높여야
불평등끝장넷의 '부실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규탄' 기자회견 장면.
불평등끝장넷의 '부실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규탄' 기자회견 장면.

지난달 22일 정부가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통해 오는 7월부터 1년 간 상병으로 근로활동이 어려운 기간에 하루 43,960원(2022년 최저임금의 60% 수준)을 지급하는 수준의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이하 불평등끝장넷)이 지난 5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부실한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상병수당 도입 계획을 재수립하라고 요청했다.

참여연대 이경민 사회경제2팀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석 교수는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하는 사회보장제도로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방역조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은 일견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정부가 제출한 상병수당 추진계획의 내용을 살펴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상병수당 제도의 핵심인 소득보전율이 현실적인 수준에서 책정돼야 함에도 정부는 최저임금의 60% 수준인 하루 43,960원으로 책정, 이토록 낮은 보장 수준으로는 상병수당이 ‘경제활동이 불가한 노동자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 며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정부의 방역조치도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특히 그는 “ILO는 1969년 발표한 ‘상병급여협약(제130호)에서 제도적용 대상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의 75% 이상, 보장기간 최소 52주 이상, 보장수준으로는 근로능력상실전 소득의 60%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며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어려움의 심대함에 비해 정부의 대응은 너무 미온적이고 심지어 느긋한 것이 아닌가”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김진석 교수, 인의협 이서영 정책부장.
(왼쪽부터)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김진석 교수, 인의협 이서영 정책부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기호운 정책부장도 “지난 2년 동안 재택근무 등 비대면 노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은 나름의 생존법을 찾아갈 수 있었지만, 대면 노동을 해야만 하는 비정규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기한을 알 수 없는 무급휴직 등의 노동조건 후퇴 속에 아파도 쉴 수 없고, 아파도 쉬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정부는 소득손실 보전이나 쉴 권리조차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시범사업 등 지금까지의 상병수당제 도입 계획을 철폐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상병수당 도입 계획을 재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불평등끝장넷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은 “정부의 시범사업 계획은 3년이라는 너무 긴 기간으로 설계됐고 또한 1년차 시범사업에 109억에 불과한 예산을 배정,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행정을 드러내고 있다”며 “올바른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을 대폭 투입하고 시범사업 대상도 확대해야 하며 시범사업 기간 역시 최소한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원금액은 최소한 이미 시행 중에 있는 서울형 유급병가제도의 1일 85,610원 수준으로 높여야 하며, 현재 정부가 예정하고 있는 3~4개월의 지급 기간도 실질적으로 치료받는 기간 모두를 보장해 제대로 된 지원이 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면서 특히 대선후보들에게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5인 미만 사업장·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들의 직접적인 민생 문제인 상병수당의 조기 도입을 공약하고 취임과 동시에 신속히 실천할 것”을 요구했다.

끝으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정책부장은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시기 임시유급병가를 도입해 주당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약 50% 감소한 사례가 있었다”며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기에는 노동자의 건강은 물론 방역을 위해서라도 상병수당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OECD 36개국 중 상병수당제도가 없고 유급병가에 대한 법적 의무규정이 없는 것은 한국과 미국뿐이며 미국에서도 이미 임시유급병가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에서의 상병수당 전면도입은 전혀 무리한 요구가 아니며 선행연구에 따르면 상병수당을 모든 경제인구에 전면적용한다고 해도 건강보험재정 전체의 2.3% 정도로 전혀 무리가 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상병수당제도의 실효성 있는 평가를 위해서라도 미흡한 시범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 소득보전율을 높이고 임기 내 상병수당 전면도입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불평등끝장넷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상병수당 도입 계획 전면 재수립하라

하루 4만 원, 최저임금의 60% 수당 받고 일을 쉴 수 있나?

대선 후보들도 “시민의 아프면 쉴 권리” 보장 위한 계획과 방안 제시하라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소득보장제도’가 없는 나라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가 취약계층에 큰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있고, 질병시 소득 보전 정책이 부재해 어려움에 직면한 시민들이 많아짐에 따라 상병수당 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상병수당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임해왔다.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는 결국 작년에 ‘3년 장기간 시범사업 실시’라는 매우 더딘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12월 발표된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계획’에서 정부는 올해 7월부터 1년간, 상병으로 근로활동이 어려운 기간에 2022년 최저임금의 60% 수준에 불과한 일 43,960원을 지급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109.9억 원에 불과하고, 대기기간 또한 7일, 14일로 지나치게 길다. 보장기간도 90일에서 120일로, ILO가 ‘상병급여협약(1969)’에서 제시한 최소 52주 이상 보장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더딘 추진 속도는 물론이고 수준 또한 실망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수당을 하루 정액 약 4만 원으로 낮게 책정해 소득보장의 의미를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병수당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OECD국가의 대부분이 최저임금이 아닌 근로능력상실 이전 소득의 60% 이상을 보장하며, 룩셈부르크와 칠레의 경우 근로능력상실 이전 소득의 100%까지 보장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려면 소득보장의 수준부터 전면 재설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감염병의 장기화에 해외 각국은 노동자의 소득보전 뿐만 아니라 감염병 재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상병수당과 유급병가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도의 도입 시도조차 늦어도 너무 늦다. 코로나19 위기는 취약한 계층에 더 크고 빠르게 다가 오고 있다. 하루빨리 제도를 도입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 취약 노동자 등이 걱정없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빈곤층으로의 추락을 막아야 한다. 

소득 손실 보전이라는 취지에 맞게 상병수당 도입 계획을 전면 재수립하라. 대선 후보들도 시민의 '아프면 쉴 권리' 보장을 위한 자신의 계획과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2022년 1월 5일

불평등끝장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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