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적 재난의 시대 ‘체제변화’의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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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적 재난의 시대 ‘체제변화’의 희망을!
  • 우석균
  • 승인 2022.0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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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공동대표
우석균 공동대표
우석균 공동대표

지난 2011년 9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을 2050년에서 10년 앞당겼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시기가 10년 앞당겨졌다는 뜻이고 그 시기가 2030년 중후반일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길게 잡아야 15년 정도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이 끝나기 전에 기후위기를 어떻게든 바로잡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의 세계는 상시적 재난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듯 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기후위기를 혜성충돌처럼 인류가 한꺼번에 멸망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오해입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기후위기는 점진적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위기에서 보는 것처럼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피해자가 됩니다.

전세계 1% 최상위 부자들의 탄소배출량이 하위 50%, 즉 40억 명의 탄소배출량의 2배가 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50%가 모여 사는 지구 남반구 국가들이 먼저, 또 가장 큰 피해를 봅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가난한 사람과 약자들이 가장 먼저 기후위기 피해자가 됩니다. 폭염과 혹한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나 사회적 약자들 즉 여성, 장애인, 노인, 어린이들이 그들입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기후위기가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현재진행형입니다. 대기오염 하나의 문제로만 작년 한 해 동안 약 700만 명이 사망했고 이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사망자를 다 더한 것보다 많습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전 세계 어린이 22억 명이 이미 폭염, 태풍, 대기오염, 홍수, 가뭄 가운데 적어도 하나 이상의 기후위기에 노출돼 있고 이 어린이 3명 중 1명, 즉 8억 5,000만 명은 4개 이상의 기후위기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전 대학생인 청년 한 분이 “10년 동안 돈을 모아서 그 돈으로 야생동물보호 국제NGO 활동을 하는 사람의 강연을 들었다”면서 “그런데 나는 졸업하고 10년 동안 돈을 벌 시간이 없다”고 그 때쯤이면 지구는 이미 끝났을 거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등골이 서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청년이 우연히 제 딸이기도 했거니와 기후위기가 다음 세대에게는 이토록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을 언뜻 본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소속 단체의 회원 중에는 젊은 회원도 많습니다만 저를 포함해 이제 50대나 60대 회원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장년 세대의 많은 수는 나름대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바람과는 달리 지금의 세상은 그리 나아진 것 같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지 3년째지만 최빈국에서는 아직 백신접종자가 10%도 안됩니다. 백신 불평등을 포함한 전지구적 불평등 탓에 계속 변이가 발생하고,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멸종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식량기구의 사무총장이 수상소감에서 밝힌 ‘코로나19보다 더한 기아에 대한 걱정’이 불행히도 적중해 지난해에는 코로나19만이 아니라 ‘기아 팬데믹(hunger pandemic)’이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8억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렸고 심지어 태어난 아이들보다 굶어 죽은 아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기후위기가 목전에 닥쳐 있는데도 정치인들과 지도층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을 뿐 진실을 외면하고 행동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바꾼 건가요? 한국은 이제 탄소배출 7위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든 우리들 세대들부터 다시 자리 털고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미래는 없습니다.

2022년 한국사회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사회운동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만 보더라도 20년 전과 비교해서 과연 더 진보적인 지형위에서 의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래도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위기속에서 건강권운동, 보건의료운동이 꾸준히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듯이 보여 위안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제껏 해온 대로는 부족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최악을 막는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코로나19 위기나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이번 기후당사국(COP 26) 회의가 열린 제네바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기후변화가 아니라 체제의 변화를(System Change not Climate Change)’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야만적인 체제, 지금의 이 절망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끝내는 변화가 정말 필요합니다. 

어두움과 절망이 더 컸던 2021년을 보내면서 새해에는 희망이 비추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아마도 그 희망은 세계를 변혁하려는 우리의 꾸준한 노력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의 새해에 희망과 기쁨이 항상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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