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가되면 의료붕괴 가져올 것”
상태바
“영리병원 허가되면 의료붕괴 가져올 것”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12.16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오늘(16일) 서울·제주 동시 기자회견… 대법원에 파기환송 촉구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의 발언 장면.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의 발언 장면.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촉구하는 31,351명의 탄원인들이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등의 단체들과 함께  오늘(16일) 서울과 제주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은 여는말을 통해 우선 “연일 계속되는 확진자 폭증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병상 대기 환자만 1천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 정부의 행정명령을 통해 민간병상까지 동원하고는 있지만 그 결과는 전체 우리나라 병상 규모의 1.5%에 불과하다”면서 “95%에 이르는 민간병원들이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해 손실 보상금 등을 운운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가적 재난 상황 속에서도 이처럼 영리만 추구하고 있는 민간병원의 횡포를 확인하고 있음에도 광주고등법원은 적법하게 취소된 제주 영리병원에 대해 전 국민적 우려와 반대 여론에도 영리병원이라고 하는 악마를 되살려냈다”며 “대법원은 오늘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31,351명의 시민들이 제출하는 이 탄원서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고 이를 통해 사법기관 최고 결정기구로서 헌법적 가치와 공익에 근거한 결정을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도 “대한민국의 10%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80%를 치료하면서 국민들이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는 이 시기에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제주 영리병원이 좀비처럼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제주영리병원 개설허가가 취소되지 않으면 전국의 8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들어서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이제 우리나라는 영리병원의 천국이 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돈벌이로만 여기는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고 건강보험을 붕괴시켜 의료 대재앙의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정책부장은 “한국에서 95%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사립병원들은 그간 과잉 의료를 일삼으면서 의료를 상품으로 만들어 왔고, 전 지구적 비상사태인 지금의 위기 앞에서도 코로나19 치료와 같이 필수적이고 공익적인 의료행위는 외면하면서 오로지 영리 추구에 적합한 의료행위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처럼 만연한 영리적 의료 행위를 규제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영리병원 논쟁을 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로 제주녹지병원 설립 허가는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부장은 “전체 병상수가 세계 1·2위를 다투는 한국에서 병원을 못 가 죽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발생한다는 일을 믿을 수가 없다. 한국의 수많은 민간사립병원들이 그동안 얼마나 무책임했는가를 우리 모두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똑똑히 보고 있는 시기”라면서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헌법적인 가치로써 대다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이며, 법은 최소한 이런 상식에 기초해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김흥수 사회공공성위원장은 “대한민국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영리병원이라도 허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며 영리병원이 허가됐을 때 나타나게 될 현상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영리병원은 우선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을 해야 하며 그래서 과잉 진료와 더 높은 의료비를 유발시켜야 하고, 또한 병원의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연구개발과 교육을 등한시하면서 인력을 줄이거나 인건비를 낮춤으로써 환자들에게도 적절한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 영리병원의 진료비는 비영리병원보다 훨씬 더 비쌀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영리병원의 폐단에도 불구하고 이를 허용한다면 건강보험의 공공적인 역할까지 축소돼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만 늘어나게 될 뿐”이라며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했다.

끝으로 한국노총 김윤정 정책차장은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병원의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민간병원들은 현재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중환자실을 잘 내주지 않고 있다”면서 “비영리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민간병원들이 이 정도인데 만에 하나 한국에서 영리병원의 개원이 허용된다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바로 공공의료의 붕괴를 초래하고 말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대법원의 판단에 향후 우리 의료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시설을 자랑했던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에서 지난 25년간 공공병원이 해오던 역할을 영리병원에 위임해오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결국 의료가 붕되돼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파견을 나갈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처했던 예를 들면서 대법원에 광주고등법원의 결정을 파기 환송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과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 등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31,351명의 시민들이 제출한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왼쪽부터)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위원장,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 공공운수노조 김흥수 사회공공성위원장.
(왼쪽부터)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위원장,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 공공운수노조 김흥수 사회공공성위원장.
탄원서 제출 장면(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탄원서 제출 장면(사진제공= 보건의료노조)

다음은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촉구 3만 시민 탄원서 제출 
서울-제주 동시 기자회견


대법원은 제주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라

국민의 생명이 위기에 처한 지금, 대법원은 헌법에 기초한 국민 생명권 보호를 위해 돈벌이 영리병원인 ‘국제녹지병원’ 개설허가를 지금 당장 취소하라.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공공병상과 공공인력 부재로 인해 병상을 기다리는 위증중 환자 수는 천 명을 훌쩍 넘어섰고, 재택에서 불안하게 ‘자가 치료’를 하고 있는 확진자 수는 이미 2만 명이 넘었다. 일상적 시기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의료인력을 충원하고 간호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훈련과 지원이 있었다면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하진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민간병원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력을 염두에 두고 의료를 공공적으로 운영했다면 수 많은 시민들이 지금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 비참한 시기에 대법원 앞에 영리병원 취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들고 서있다.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허가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확정하라는 탄원서다. 전국 3만 1천351명의 시민들이 시대를 역행해 추진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영리병원 허가를 취소하기 위해 탄원서에 동참했다.    

우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영리병원을 반대하기 위해 그동안 전국에서 싸워왔다. 의료가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영리병원 등 의료민영화를 반대해 왔으며, 우리의 의료체계가 더욱 공공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공공의료의 확충, 의료의 공공성 강화, 보건의료 인력의 확충 등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우리가 올 바랐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19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집중 투입되고 있는 병원은 공공병원들이다. 정부의 1~3% 병상 동원 명령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병원들이 있다. 확진자, 중환자, 사망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국민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보험 환자들을 받는 민간병원들의 행태가 이럴진대, 건강보험환자들은 받지도 않는 영리병원은 어떤 모습이겠는가?    

제주에만 하더라도 예닐곱 번의 영리병원 설립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영리병원은 설립되지 않았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의료는 공공재’라는 우리 국민의 기본 인식이 십수 년간의 영리병원 설립 시도를 막아온 것이다.   

오늘 우리는 제주도민을 비롯해 전국 3만여 명의 국민의 염원을 담아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다. 2019년 4월, 중국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이행에 따른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2018년 10월, 제주도민은 조례에 보장된 숙의민주주의의 결정에 따라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제주도에 개설허가 ‘불허 권고’를 내린 바도 있다. 행정의 판단만이 아닌 민주주의 절차를 통한 제주도민의 선택도 ‘공공의료를 약화시키는 영리병원 불허’였다.    

당시 제주도민의 선택처럼 이번 탄원서를 제출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하나같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이다.”  
“의료는 공공재다.”  
“녹지국제병원은 공공재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반대한다.”    

그렇다. 의료는 돈이 있든 없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리이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은 우리나라에 단 한 번도 존재해 본 적 없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에 적용되고 있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공공의료의 산물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이 생긴다는 것은 튼튼한 공공의료의 댐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다. 그 구멍은 결국 커져서 공공의료라는 댐을 완전히 붕괴시킬 것이다.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문제는 단순히 병원 하나가 생기고 생기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이 달린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세기적 감염병 위기 속에서 영리병원이 아닌 공공의료 강화만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지킬 수 있는 수단임을 우리는 몸소 체득하고 있다. 이제 대법원 재판부의 판결만이 남아 있다.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권이 더 이상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법원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

2021년 12월 16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촉구하는 3만1천351명 탄원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전국민중행동(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경기민중행동, 경남진보연합, 경제민주화2030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악주민연대,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기독청년의료인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인권회관, 변혁당, 변혁당 학생위원회,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학생그룹, 노동전선, 녹색당, 녹색연합, 농민약국, 대전민중의힘,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공동행동, 반민곤빈민연대, 불교평화연대,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련, 전철연), 사월혁명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새로하나,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서울YMCA시민중계실, 알바노조,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정의행동, 예수살기, 우리신학연구소,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일산병원노동조합,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전남진보연대, 전두환심판국민행동, 전태일을따르는노동대학, 전태일재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주권자전국회의, 진보당, 진보대학생넷,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청년유니온, 촛불문화연대, 카톨릭농민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비정규센터,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행동하는의사회, 현장실천노동자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21C한국대학생연합,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사)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