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푸른빛으로 가득한 오뉴월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뻗은 줄기따라 자잘하게 모여 피는 연두색 꽃은 제 시절을 화려하게 만들어가는 봄꽃들의 아우성에 눈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다가 열매가 익어가는 늦가을에야 비로소 주목을 받는다. 열매를 감싸고 있는 짙은 노란 껍질이 세 갈래로 갈라지면서 빨간 열매가 제 모습을 드러내면 찬바람과 찬서리에 헛헛해진 숲속이 환하게 빛난다.

봄에 나는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섬유질이 많은 줄기에서는 실을 뽑아 꼬아서 끈으로 쓰고, 뿌리와 줄기, 껍질, 열매는 약으로 쓰임이 각각 있다 하니 어디하나 버릴 구석이 없는 식물이다. 우리 주변 가까이 있어 더욱 친근하고 정겨운 열매다.

어린아이 볼같이 빨갛고 통통한, 꽃보다 더 어여쁜 열매를 보면서 잎 뒷면의 털 유무를 따지고 잎의 두께를 살피며 사는 곳을 가려 털노박덩굴이니 얇은잎노박덩굴, 해변노박덩굴로 나누어서 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도덜도 말고 딱 가지 하나만 꺾어다가 집안에 걸어둬 보자. 값비싼 성탄 장식품과는 격이 다른 명랑한 에너지가 퐁퐁 솟아날 것이다. 노박덩굴의 꽃말은 ‘명랑’과 ‘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