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둥근잎나팔꽃
상태바
꽃이야기… 둥근잎나팔꽃
  • 유은경
  • 승인 2021.11.2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 이야기- 예순 세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나팔꽃 앞에 잎의 생김새를 일컫는 ‘둥근잎’ 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나팔꽃도 있다는 이야기겠다. 나팔꽃, 둥근잎나팔꽃, 미국나팔꽃, 둥근잎미국나팔꽃, 별나팔꽃, 애기나팔꽃…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팔꽃들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잎의 갈라짐 정도와 꽃의 크기로 기준을 삼는데 ‘둥근잎나팔꽃’은 갈라짐이 없는 하트모양의 잎에 꽃의 크기가 가장 크며 빛깔이 제일 화려하다. 겨울이 일찍 찾아오는 강원도에서도 서리 내리기 전까지는 피고지고 한다. 평창 시댁 동네에서 만났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오래전 어느해, 어머님께서는 꽃이 다른 것보다 크고 색이 이쁘다며 구해오신 씨앗을 마당초입, 나지막한 소나무 옆에 심으셨다. 그 당시에는 그저 나팔꽃이라고만 여겼고 그 동네에서는 보이지 않던 꽃모양이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그마을 전체에 ‘둥근잎나팔꽃’이 퍼진 것은 어머님 덕분이라 굳게 믿고 있다. 나팔꽃은 오래전 약재용, 관상용으로 외국에서 들어왔으나 담장을 뛰쳐나가 들꽃이 되어버린 귀화식물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지지대가 있어야만 살아가는 덩굴식물답게 줄기 끝의 솜털이 기댈 곳을 찾는 더듬이 역할을 한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감고 올라가고 꽃봉오리는 시계방향으로 꼬여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려나.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나팔꽃은 환경오염 정도를 알려주는 좌표의 구실도 한다. 오존, 이산화황, 옥시던트에 반응하며 정도에 따라 잎에 흰반점이 생긴다니 가벼이 지나치지 말아야겠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하루를 사는 꽃이지만 시작과 끝이 남다르다. 해가 진 저녁 무렵부터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해 아침 해와 더불어 활짝 피었다가 대부분 오전이면 그 생명을 다한다. ‘모닝글로리’라는 영어이름이 실감난다. 햇볕이 없는 날에는 오후에도 여유롭게 피어 있어 게으른 사람도 맘껏 느긋하게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