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치과주치의 (본인)부담(금)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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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치과주치의 (본인)부담(금)을 없애라!
  • 류재인
  • 승인 2021.11.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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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류재인 연구원

아동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이 올해 5월부터 광주와 세종에서 시행 중이다.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은 2007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의 구강보건정책연구회가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도 도입을 주장하면서 처음 사용됐고, 이후 2012년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도 성남, 부산, 인천, 울산, 경기 전역으로 확대 시행됐다. 

이러한 사업의 연장선에 있는 아동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은 ‘아동(보호자)이 주치의로 등록한 지역 내 치과의사와 계약하여 충치 예방 등 구강건강 유지・증진을 위해 지속해서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로, 아동이 등록된 주치의를 6개월에 1회 정기적으로 방문해 문진·시진·검사를 통해 치아의 발육 및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구강검진 결과에 따라 구강건강 관리교육, 예방 서비스를 받는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아동 구강건강 관리제도이다. 이전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되던 사업과 대부분 유사해, 대상자도 초등학교 4학년으로 지정됐고, 제공되는 서비스도 대부분 포함됐다. 다만 시범사업의 경우 이전과 달리 사업의 효과성을 추적·관찰할 수 있도록 2021년 현재 4학년인 대상에게 3년간 지속해서 제공될 예정이며, 공단의 수가체계를 염두에 두고 본인부담금 10%로 설정됐다.

하지만 지난 10월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 추진현황 점검 회의’에서 시범사업 참여율이  광주 8.6%, 세종 15.2%이라고 보고됐다. 이는 시범사업 첫해이고, 코로나로 인해 치과 방문이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낮은 수치이다. 

서울시도 2012년 25개 구 중 6개 자치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첫해 참여율이 16.2%였다. 더욱이 이 당시 일부 자치구에서 보건교사 및 치과의사의 반대가 심해 사업 시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경기도도 2019년 기존의 서울시와 성남시의 사업을 참고하여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였고, 이에 첫해 95.2%이라는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그렇다. 지금의 시범사업 참여율은 충격적인 수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낮은 참여율의 이유가 뭘까?

우선 가장 오랫동안 사업을 진행한 서울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2012년 16.2%로 시작했던 시범사업은 이듬해인 2013년 극적인 증가세를 보여 86.8%, 마지막인 2014년에는 87.4%를 달성했다. 이후 25개 자치구로 확대된 이후에는 참여율이 지속해서 증가해 2017년 99.9%라는 수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당시 이렇게 높은 사업 참여율의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시범사업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들이 이후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보완됐고, 다양한 참가 주체들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도록 꾸준히 참여의 기회를 마련했다. 서울시에서도 참여하는 보건소가 사업에 열의를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또한 사업 시행 초기 부정적이었던 치과의사회와 보건교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재내원율이 높고, 전산화 등을 통해 부가적인 업무부담이 많지 않은 사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참여율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는 당시 서울시장에게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보호자와 아동들에게는 참여에 따른 보상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무료로 교육에서 예방까지 받을 수 있던 제도 그 자체였던 것 같다.

한국 의료패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외래 전체 이용률이 83.5%인데 비해, 치과의 경우 24.7%에 불과하다. 미치료율도 마찬가지여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청소년의 치과 미치료율은 9.3%로, 의과의 1.8%에 비해 5.2배에 달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이용률이 높지 않은 예방치료 분야에서는 마찬가지다. 2009년부터 급여화된 치아홈메우기 항목의 경우 본인부담율이 30%인 다른 급여와 달리 10%에 불과함에도 2018년 기준으로 보유자율 39.0%, 급여자율 1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보유자율도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소득수준 5분위 중 가장 낮은 집단이 29.9%인 것에 비해 가장 높은 집단에서는 44.8%로 1.5배 높다. 즉 4명 중의 1명 정도가 1년에 한 번 치과를 갈 뿐이고, 이마저도 소득수준에 따라 불평등한 격차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장벽을 낮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로 2017년 10월 치아홈메우기 본인부담금이 30%에서 10%로 감소했고, 이에 따라 급여 혜택을 받은 아동의 수가 2018년에는 전년도 대비 11.6% 증가했다. 어찌 보면 예방 서비스는 치료 서비스보다도 더 가격 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지금의 아동 치과 주치의 참여율을 올리기 위해서 먼저 본인 부담을 없애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공단은 현재 건강보험 급여항목 중에는 본인부담금이 없는 항목이 없다고 답을 한다. 본래 본인부담금은 의료서비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막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예방 서비스에 도덕적 해이가 존재하는가? 어차피 1년에 1번밖에 받을 수 없는 서비스에 도덕적 해이가 존재하는가? 본인부담금을 없애는 것이 제도적으로 지금 당장 어렵다면 시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면 된다. 

치과 주치의 사업이 처음 도입될 때 가장 문제가 됐던 것 중의 하나가 아동들이 민간 치과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인·알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는데, 이 부분은 지자체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민간기관과의 합의를 통해 참여 기회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고 해석해, 시작됐다. 실제로 서울시와 경기도는 조례를 통해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의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들을 해결해 시행하고 있다. 국가가 아동에게 예방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이익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시도의 예산이 투여되면 또한 시도가 해당 사업의 주체가 되어 해당 지역의 보건소와 교육청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모두의 노력이 2021년 보건복지부의 아동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이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지난 15년간 쌓아 올린 노력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류재인(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예방사회치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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