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아닌 의료공공성 강화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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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아닌 의료공공성 강화가 답”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11.0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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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오늘(4일) 기자회견… 대법원에 제주영리병원 개설 판결 ‘파기’ 촉구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이 오늘(4일) 대법원 앞에서 '제주영리병원 허용 고등법원 판결 파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이 오늘(4일) 대법원 앞에서 '제주영리병원 허용 고등법원 판결 파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오늘(4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18일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은 시대착오”라면서 대법원에 “제주국제녹지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한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라”고 촉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은 여는말을 통해 우선 “전 세계가 팬데믹과 기후위기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위태로운 시기에 또 다시 영리병원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면서 “제주도민들이 지난 2018년 공론조사를 통해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했음에도 현 국민의 힘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가 이를 거부하고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내줬지만, 이후 녹지병원은 국내 의료법이 정한 3개월의 기간 내 병원 개설을 위한 어떠한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아 의료법 64조에 의해 개설 허가가 취소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녹지그룹은 소송을 통해 자신들의 영업상 손실을 주장하고 있으나 각종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 감면 혜택만 누리고 있는 기업임이 드러났다”며 “영리병원 문제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 자명한 만큼 대법원은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판결을 통해 돈보다 생명이라는 보편적·헌법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영리병원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첫 발언자로 나선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제주의료영리화저지범국본) 임기환 공동대표는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된 제주도민들의 뜻을 전했다.

그는 “제주도민들은 여전히 위중하면 서울의 종합병원을 찾아가고 있지만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의료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인간의 생명이 돈에 좌우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제주도에 필요한 것은 영리병원이 아니라 공공병원”이라면서 “생명 앞에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기를 염원하는 제주도민들의 결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대법원이 현명하게 판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은 법리적인 측면에서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녹지법인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녹지법인 스스로 의료서비스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하고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의료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지난 2018년 제주도지사의 외국인 진료에 국한한 외국인의료기관 개설허가는 녹지법인 스스로 제출한 사업계획에 따라 승인된 내용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한 것이고, 녹지법인이 외국인 전용으로 승인받은 사업계획을 내국인 진료를 포함한 내용으로 변경승인받은 바도 없기 때문에 외국인 전용으로 받은 사업계획과 달리 개설허가를 하는 것은 오히려 위법”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그는 “허가권자인 제주도가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으로 개설허가한 것은 녹지법인의 신청에 의한 허가로서 법률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광주고등법원은 이같은 사업계획서 및 사업계획승인 내용에 대한 아무런 심리도 없이 마치 제주도가 근거도 없이 외국인 전용이라는 조건을 부과한 것처럼 판단했다”면서 “대법원에서는 원심의 이와 같은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아 제주도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영리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돈벌이로 여기는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라고 일갈했다.

박 부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19년 초부터 5개월에 걸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영리병원 저지 투쟁을 벌여왔으며 시민의 저항이 커지자 제주도는 2019년 4월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고 이에 대항해 녹지그룹이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 1심에서는 제주도가 승소했으나 지난 2심 재판에서 녹지그룹이 승소하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와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이 땅에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허용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500만명을 넘어선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영리병원 도입을 막아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영리병원들이 공공병원과 비영리병원에 코로나19 환자들을 떠넘기면서 의료붕괴의 위기를 격게 된 것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며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36조를 전면 부정하는 영리병원은 과잉진료를 일삼아 환자들의 건강만 위협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사진제공=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사진제공= 무상의료운동본부)

끝으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이향춘 본부장은 “영리병원 허용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칠 뿐더러 국가의 기본의료체계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공공병상이 전체 병상의 10%밖에 되지 않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국민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영리병원을 계속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며 “의료공공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국내 1호 영리병원’ 설립 허가 취소를 위해 대법원에 의견 제출을 시작으로 전국민적인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무상의료운동본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제주의료영리화저지범국본,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등 4개 단체들이 주최했으며 향후 제주영리병원 설립 반대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과 시민 탄원서 제출 운동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장면.

다음은 이날 이들 단체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대법원은 의료공공성과 공익을 위해 
영리병원 허용 고등법원 판결 파기하라!

지금 우리는 팬데믹과 기후붕괴라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인구 500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천 만 명의 인류가 감염과 각종 후유증으로 고통에 처해 있다. 가속화된 경제 위기는 불평등을 심화시켜 가난한 이들을 더욱 심각한 빈곤과 질병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가 처한 이 위기는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 경제 체제로부터 기인했으며, 이윤을 우선하는 체제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아마 더 오래, 그리고 더 극단으로 치솟게 될 위기다. 
이런 위기 상황에 시민들의 건강권 보장 요구를 하고 싸우던 노동 시민 보건의료단체들이  지금 대법원 앞에 서 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눈곱만큼의 도움도 되지 못하는 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녹지국제영리병원은 국내적으로도 국외적으로도 부패와 범법으로 점철된 ‘국내 1호 영리병원’이다. 정작 제주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데 연루된 관계자들은 모두 감옥에 있는 상황이 이를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았어야 할 문재인 정부는 집권 기간 내내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녹지국제영리병원은 설립 요건에 해당하는 사업계획서부터 위법했고, 개설 허가 과정은 수개월의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는 민주주의 파괴의 과정이었다. 또 개설 허가 후 녹지국제영리병원 건물은 가압류 상태에 놓였었고, 결국 의료진을 다 채우지 못해 국내 병원 개설 허가 최소 요건인 의료법 64조에 의해 허가가 취소된 병원이다. 중국 부동산기업인 녹지그룹이 부패 정부와 쌓아올린 부정과 부패가 녹지국제영리병원의 역사다.  

우리는 대법원에 촉구한다.
대법원은 사법기구의 최고 결정 기구로서 명백한 공익에 근거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은 현재 공중보건 위기를 분명히 인식하고 다수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의료공공성에 근거한 판결을 통해, 더 이상 낭비적이고 쓸모없는 영리병원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회복력을 가진 사회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영리병원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시작된 이래로 영리병원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이 바뀌어 본 적이 없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건강을 보호받을 권리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며, 의료기관은 생명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민의의 표현일 것이다. 감염병과 기후재난으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윤 지상주의에 기초한 영리병원이 아니라 헌법에 기초한 모두의 치료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더 많은 공공의료가 필요하다.

녹지국제영리병원 문제는 제주도 내 병원 하나가 닫고 여는 행정 절차 심판의 문제가 아니다. 녹지국제영리병원 소송의 핵심은 중국 녹지그룹이 ‘내국인 진료 제한’에 불복한다는 것이다. 즉 한국 국민이 진료를 받는 병원의 영리 병원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며 이는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 확산으로 이어지게 될 우려가 크다. 결국 녹지국제영리병원 허용은 돈이 된다면 어디든 오염시키는, 코로나19 보다 더 끔찍한 바이러스를 한국 보건의료에 전파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법원은 이러한 우를 범해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잠식해 무너뜨리는 판결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영리병원에 대한 대법원의 신중하고 통찰력 있는 판결을 촉구하며 이를 통해 행정권력과 국회가 민의에 따라 의료를 사회적이고 공공적인 것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

우리는 탄원서 제출 직접행동, 대법원 앞 11월8(월) 1인시위 돌입, 서명운동, 선전전 등 다양한 시민행동에 돌입할 것이다.

건강은 상품이 아니다. 건강은 권리이며 국가는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바라건대 대한민국의 법치가 국민의 민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며, 대법원의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판결을 촉구한다.

2021년 11월 4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민주화2030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악주민연대,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기독청년의료인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인권회관, 변혁당, 변혁당 학생위원회,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학생그룹, 녹색연합, 농민약국,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공동행동, 반민곤빈민연대, 불교평화연대,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련, 전철연), 사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새로하나,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서울YMCA시민중계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정의행동, 예수살기, 우리신학연구소,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일산병원노동조합,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전태일을따르는노동대학, 전태일재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청년유니온, 카톨릭농민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비정규센터,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행동하는의사회, 현장실천노동자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21C한국대학생연합,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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