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구절초’ 이름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가을 한복판이다. 산등성이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하늘하늘한 하얀색과 연분홍빛 꽃잎은 여리고 연약한 듯 보이나 더위에도 추위에도 강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들국화다.

꽃이름 앞에 ‘포천’이라는 지명이 붙어 있다. 처음 발견된 곳이다. 잎이 여느 구절초보다 가느다랗다. 국가적으로는 아직 시스템이 정리되지 않아 ‘가는잎구절초’로 올라 있는 곳도 있다.

한탄강! 지금은 그곳에서 피는 특별한 꽃들과 멋스런 풍광 때문에 찾지만 처음 만난 것은 우리의 아픈 현실을 바로 보려는 평화기행에서였다. 그곳은 또한 묻혀 있는 조상들의 시간을 더듬어보는 역사기행으로도 빠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화산폭발로 생긴 강이니, 지형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교과서이겠다.

한탄강을 비롯한 강원도 일부 강가와 경기도 북부에 부분적으로 살고 있으니 ‘포천구절초’를 만나려면 시월의 시원한 강바람을 쐬어야 한다.

철원 직탕폭포는 찾아가기가 수월하고 탁 트여 있어 혼자 떠나는 꽃여행으로도 안심인 곳이다. 유난히 넉넉했던 가을비를 안으로 안으로 품어 풍성하고 꼿꼿하게 피었다. 검은 현무암 위에서 여린 분홍빛으로 푸르고 깊은 한탄강을 굽어 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의연하다.

이제는 한라산 높은 곳에 피어 있는 ‘한라구절초’를 만날 계획을 세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백두산 푸르디푸른 천지를 내려다보며 살고 있는 8월의 ‘바위구절초’와 나란히 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