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말 그대로 바다에 피는 국화다. 모양이 국화를 닮아 국화일까? 국화가 피는 계절에 같이 피어 국화라 이름을 붙였을까? 강인함을 품고 있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바닷바람에 맞서기 버거워 납작 엎드려 바위를 껴안고 살아간다. 왜 이런 삶의 방식을 택했을까?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이 입안에서 뱅뱅 돈다.

강원도 시댁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 동해 추암의 해국을 여러 번 만났다. 꽃 핑계로 시댁을 자주 찾은 건지 시댁 간 김에 꽃을 만나러 간 건지 굳이 구별하지 않는다. 하늘에 섭섭함을 품고도 만나고 오후에 그늘 속 해국을 만나기도 하면서 가을 바다와 보랏빛 해맑은 얼굴의 해국을 독차지한 기쁨은 무어라 말할 수 없다.

바위 틈, 한줌의 흙에 겨우 뿌리를 내리고 이슬과 해무에 기대어 줄기의 부피를 더해 간다. 바위를 녹일 듯한 한여름의 열기와 세찬 바닷바람을 견디며 누구보다 당당하게 커다란 꽃송이를 피워낸다.

더위도 추위도 잘 견디는 해국은 이르게는 7월부터 들꽃들이 할 일을 다해 스러지고 없는 11월 중순까지 꽃을 볼 수 있다. 해안을 따라 살고 있는 해국이 요즘은 수목원이나 개인 정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흰색으로 피는 해국도 드물지 않다.

동해의 해국은 떠오르는 태양과 이미지가 겹쳐진다. 내년에는 갯벌과 더불어 살아가는 서해의 해국을 찾아갈 생각이다. 바다빛도 바위색도 다르고, 지는 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서해의 해국은 조금 더 느긋하고 조금 더 붉은 빛을 머금고 있을 것만 같다.

해국이 탄생한 울릉도와 독도, 그 장엄한 절벽위에 매달려 있는 풍성한 해국 무리를 담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선물일텐데… 꿈을 크게 꾸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