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해란초
상태바
꽃이야기… 해란초
  • 유은경
  • 승인 2021.10.08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 이야기- 예순 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작년 시월 초, 친구가 사는 강릉을 방문했다. 갯내음을 들이마시며 들어선 바닷가에 오밀조밀 해란초가 모여 있었다. 꽃 필 시기도 아니었고 해란초를 찾아 나선 길도 아니었기에 그 만남은 말 그대로 보너스였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발밑에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자그마한 몸체는 폭신한 계란찜 같기도 하고 고소한 팝콘 같기도 한 첫인상 때문에 마냥 즐거웠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난초는 아니지만 난초처럼 귀하게 느껴지나보다. 바닷가에서 소금기를 견디며 팍팍한 모래땅에서 이리 환한 꽃을 그리 오랫동안 피워내니 난초에 못지 않은 강단진 모양이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7~8월에 꽃이 핀다고 적혀 있으나 봄 가뭄이 심해 꽃들이 몸살을 앓았던 어떤 해는 5월말에도  만났고 작년엔 가을빛 물씬 나는 10월 초에 만났으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사진제공= 유은경)
(사진제공= 유은경)

줄기가 위로 꼿꼿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옆으로 비스듬하게 자란다. 잎은 은은하게 은빛이 섞여 있어 평범한 초록색이 아니다.  

(사진제굥= 유은경)
(사진제굥= 유은경)

노오란 꽃잎도 특별한데 가운데 주황빛 알맹이는 더욱더 별나 보이고 꽃잎 뒤로 뾰족한 꿀주머니도 인상적이다. 이름하고는 달리 약초들이 많이 모여 있는 현삼과로 분류돼 있다.

(사진제굥= 유은경)
(사진제굥= 유은경)

남들은 스쳐 지나치는 꽃을, 혼자서 알아보고 담는 그 은밀한 기쁨은 쾌감에 가깝다. 또한 꽃 속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창조주의 솜씨를 나누고 싶어 민망한 결과물이나마 세상에 드러낼 때는 상큼한 긴장감마저 돌기도 한다. 

(사진제굥= 유은경)
(사진제굥= 유은경)

꽃과 꽃사진에 버무려져 있는 시간들은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에 활력을 주는 생활속 에너지가 분명하다.

(사진제굥= 유은경)
(사진제굥= 유은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